정부가 국내의 경제특구와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를 공용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1990년대 말 '영어 공용화' 논쟁에 처음 불씨를 지핀 소설가 복거일 씨가 입을 다시 열었다.
복 씨는 "영어가 원체 훌륭한 표준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 정체성이 더욱더 뚜렷해질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한층 충격적인 방식으로 영어 공용화론을 펼쳐 이를 둘러싸고 또 다시 거센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복거일 "조선어 고집하는 우리, '정보 단절 상태'에 놓여 있어"**
복거일 씨는 KBS1라디오 <라디오 정보센터 박에스더입니다>와 24일 가진 인터뷰에서 "영어 공용화의 효과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고 주장했다.
복 씨는 "지금 세계의 모든 정보들은 실질적으로 영어로 저장돼 있다"며 "영어를 모르면 우리 국민들이 본질적으로 세계에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전 세계에 존재하는 정보의 양은 해마다 곱절씩 늘어나는데 그게 실제적으로 영어로 다 저장이 되고 있다"며 "영어를 모르면 세계에 존재하는 그 방대한 정보와 지식에 접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번역돼 들어오는 정보의 양은 존재하는 정보의 양의 1억분의 1도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정보의 격차는 사회적인 차원에서 '정보 단절 상태'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복 씨는 "우선 정부의 법령, 각종 서식, 일반 관광에 필요한 여러 가지 기본시설, 책자, 안내문 같은 것을 영어와 한글로 병기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며 "그 다음에 지금 초등학교부터 영어 교육을 시작했는데 이를 더욱더 심화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훌륭한 영어 사용하다 보면 우리 정체성도 뚜렷해져"**
복거일 씨는 "영어 공용화가 본격화되면 한글이 쇠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제 와서 그것이 소중하다는 이유로 몇 천 배, 몇 만 배 되는 더 큰 이익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복 씨는 "우리가 잘 살기 위해서 조선어, 한글이 존재하는 것이지 그것을 지키기 위해서 우리가 우리 삶을 희생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며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목적도 사람들이 잘 쓰도록 그 도구를 만든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복 씨는 이어서 "같은 영어를 써도 미국 사람, 캐나다 사람, 영국 사람 다 나름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며 "민족이라는 것에서 언어가 중요하지만 영어를 우리가 쓴다고 해서 정체성이 바뀌거나 없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복 씨는 마지막으로 "영어를 쓰면, 영어가 원체 훌륭한 표준 언어이기 때문에 우리 정체성이 더 뚜렷해진다"고 주장했다.
<상자기사 시작>
***영어 공용화, 어디까지 왔나?**
지난 20일 교육인적자원부는 경제특구와 국제자유도시에서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방안을 정책 과제로 선정해 발표했다. 이 계획은 11월께 인적자원개발회의 심의를 거쳐 확정되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5년 동안 정부 차원에서 추진된다.
현재 경제특구로 지정된 지역은 인천과 부산ㆍ진해, 광양 등 3곳이며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로 지정됐다. 영어 공용화를 위해 이들 지역의 일부 초ㆍ중등학교에서 '영어 몰입 교육'이 시범적으로 시행된다. '영어 몰입 교육'은 수학ㆍ사회ㆍ과학 등 다양한 교과를 영어로 가르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게 하는 이중 언어 교육 방법이다.
이밖에 공문서 등을 영어 공용화하는 등 공용화의 수준과 단계는 문화관광부 등과 협의를 거쳐 결정될 예정이다. 본격적인 영어 공용화를 위해서 대중교통, 상점 등에서 영어 사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자기사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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