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에서 가격담합으로 3억달러 벌금

미 법무부 "관련 임직원 7명 면책되는 건 아니다"

삼성전자가 D램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업체들과 비밀리에 담합해 가격을 고정시킴으로써 소비자들을 속였다는 혐의를 인정해 3억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동의했다고 13일 미국 법무부가 밝혔다.

이같은 벌금은 미국의 반독점 정책 역사상 1999년 비타민 상품 관련 사건으로 제약회사인 호프만-라로슈에 5억 달러가 부과된 것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7명의 임직원이 누구인지는 밝히지 않아**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국장인 토머스 바네트는 이번에 삼성전자가 벌금을 낸다 하더라도 가격담합 행위와 관련된 7명의 삼성 임직원들은 법률적으로 보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는 7명의 삼성 임직원들이 앞으로 개별적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측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공정경쟁과 윤리적 관행을 강력히 지지하며 사내에서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가격담합과 관련된 7명의 임직원들이 누구인지를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알베르토 곤살레스 법무장관은 "가격담합은 자유시장 체제를 위협하고 혁신을 억누르며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경쟁가격의 이점을 앗아가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2002년 법원의 소환장을 받았으며, 이미 지난해 말부터 벌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필요한 현금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법무부는 삼성전자 등이 1999년 4월부터 2002년 6월 사이에 이메일과 전화, 직접대면 등을 통해 메모리칩 가격담합을 모의한 혐의로 기소했다. 삼성전자와 가격담합을 한 기업은 하이닉스와 인피니언 테크놀로지 등이며, 그 가운데 하이닉스는 1억8500만 달러, 인피니언은 1억6000만 달러의 벌금을 내기로 지난 9월 동의했다.

법무부는 이들의 담합행위로 인해 델과 컴팩, 휼렛패커드, 애플, IBM, 게이트웨이 등의 컴퓨터회사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