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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표류' 세계 공통…텍사스에서도 6전6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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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 '표류' 세계 공통…텍사스에서도 6전6패"

미-일 원자력 전문가 "주민참여 없는 방폐장 실패"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분장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일본의 원자력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해 자국의 실상을 폭로해 눈길을 끌고 있다. 특히 미국 텍사스의 방폐장 선정 실패 사례는 우리나라와 놀랄 만큼 유사해 주목된다.

***"중ㆍ저준위 방폐장도 안전하지 않아…미국도 중ㆍ저준위 방폐장 실패 거듭"**

환경운동연합 초청으로 우리나라를 방문한 참여과학자연합에서 활동하는 에린 로저스 씨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표류하고 있는 미국의 중ㆍ저준위 방폐장 정책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공개했다.

1990년대 초반부터 반핵운동을 펼쳐 온 로저스 씨는 "흔히 시민들은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은 안전하다'는 정부와 원자력업계의 홍보에 현혹되곤 한다"며 "하지만 핵 연료봉을 제외한 원자력 발전소에서 오염된 모든 폐기물이 다 중ㆍ저준위 방사성 폐기물에 속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다면 그것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로저스 씨는 "이렇게 위험하기 때문에 원자력의 위험성이 널리 알려진 1980년대 이후부터는 미국에서도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며 "더구나 미국에서 운영하던 6개의 중ㆍ저준위 방폐장도 방사능 오염 물질이 주변으로 유출돼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상자기사> 참고)

<상자기사 1>

***"방폐장 부지 선정 핵심은 지질 안정성-주민 참여"**

로저스 씨는 "현재 미국에서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추진하는 주는 오직 텍사스뿐"이라며 "하지만 텍사스 역시 10년째 방폐장 선정을 못해 방폐장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가 설명한 텍사스의 예는 우리나라와 놀랄 만큼 유사하다. 텍사스 역시 동부에 있는 휴스턴과 댈러스 같은 큰 도시로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2기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텍사스는 방폐장은 동부가 아닌 서부에 짓기로 했다.

로저스 씨는 "대부분 가난한 멕시코계 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텍사스 서부에 중ㆍ저준위 방폐장을 짓기 위해서 주 정부는 500만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며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쥐어주면 중ㆍ저준위 방폐장 건설에 대한 저항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5년 여 동안 텍사스 주정부가 6차례나 시도했던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은 끝내 실패로 돌아갔다. 주민들의 강력한 반대로 5곳에서 부지 선정 시도가 실패했고 마지막 남은 1곳도 활성단층이 발견돼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로저스 씨는 "고준위든 중ㆍ저준위든 방폐장 선정의 핵심은 지질학적으로 안정한 곳인지를 철저히 검토한 뒤 주민들이 참여하는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을 거치는 것"이라며 "텍사스의 경우는 이 두 가지 다 무시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폐장을 지을 때 특히 대중의 역할이 더욱 강화돼야 한다"며 "형식적인 참여만으로는 곤란하다"고 덧붙였다.

***"원자력 발전 지속가능하지 않아…재생가능 에너지로의 길 왜 못가나"**

로저스 씨는 마지막으로 원자력 확대 정책에 대해서도 일침을 놓았다.

그는 "앞으로 원자력 발전을 계속하려면 우리가 확실한 답변을 내놓을 수 있어야 하는 질문들이 있다"며 "△원자력 발전으로 발생한 폐기물을 수만 년 이상 안전하게 처리할 수 있는지 △자연재해, 테러로부터 원자력 발전소ㆍ방폐장이 안전할 수 있는지 △우라늄, 플루토늄을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은 없는지 △원자력 발전, 방폐장이 과연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있는지 등의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한다면 우리는 원자력 발전에 대한 근본적으로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질문을 염두에 둔다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풍력, 태양 에너지와 같은 깨끗하고 안전한 재생가능 에너지"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일부에서는 '온실가스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CO₂)를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 발전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우라늄 채굴과 농축 과정에서 1300만t이나 되는 엄청난 CO₂를 배출하는 것을 염두에 두면 이런 순진한 주장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일본 로카쇼무라 방폐장도 방사능 물질 누출 가능성 있어"**

한편 이 자리에서는 국내에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알려져 있는 일본 아이모리 현의 로카쇼무라에 위치한 중ㆍ저준위 방폐장에 대한 현지 원자력 전문가의 비판도 이어졌다.

1992년부터 시민원자력자료정보실에서 일하는 사와이 마사코 씨는 "애초 석유ㆍ화학공장 유치가 실패한 부지에 타당성 조사 없이 들어선 것이 중ㆍ저준위 방폐장"이라며 "이 지역은 물이 많아서 중ㆍ장기적으로 방사능 물질이 외부로 누출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때문에 정부도 공식적으로 방사능 물질의 중장기적인 누출 가능성을 부인하지 못 하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아무리 안전하게 설계했다고 하더라도 방사능 물질은 근원적으로 갖가지 위험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며 "자신의 지역에 방폐장이 들어서는 게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방폐장을 유치한 지역 주민들이 좀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자기사 1> 시작

***미국 중ㆍ저준위 방폐장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나**

① 뉴욕 주(1975년 폐쇄) :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수백만 명의 식수원이 되고 있는 인근 호수 지류로 흘러 들어가 큰 문제를 야기했다.

② 켄터키 주(1977년 폐쇄) : 플루토늄과 같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방폐장을 설치한 후 10년 이 지나 수백㎞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환경오염 복구에 1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③ 일리노이 주(1978년 폐쇄) : 9년간의 방폐장 운영 후 방사능 오염 물질이 인근 호수에서 발견됐다. 환경오염 복구에 500만 달러 이상 지출.

④ 네바다 주(1992년 폐쇄) : 방폐장의 100m 아래서 트리튬(3중수소)과 같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

⑤ 워싱턴 주(현재 운영) : 방폐장의 20m 아래서 트리튬과 같은 방사능 오염 물질이 검출됐다.

⑥ 사우스캐롤라이나 주(현재 운영) : 방폐장 밑 지하수에서 먹는 물 기준보다 10배나 많은 트리튬가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50년 안에 근처 하구가 트리튬에 오염될 것으로 예상한다.

<상자기사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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