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일 지난 1999년 삼성그룹의 31개 계열사와 삼성자동차 채권단 사이의 손실보전 합의서는 채권단의 '금융제재'가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체결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윤 부회장 "합의서는 법적으로 문제 있다" 당당하게 주장**
이런 발언은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삼성자동차 채권단과의 합의 자체에 대해 '강압에 의한 것이므로 원천적으로 무효'라는 입장을 정리하고, 앞으로 삼성차 부채 문제를 놓고 채권단과 법정에서의 싸움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부회장은 이날 재정경제부에 대한 국회 재경위의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해 "삼성그룹 계열사들이 채권단과의 합의서 작성에 들어간 것은 삼성 계열사들을 금융제재하겠다는 채권단의 공문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윤 부회장은 "법률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1999년 삼성자동차 채권단과 맺은 합의서는 법적 문제가 있다고 한다"면서 "그러나 채권단과 합리적 수준에서 삼성차 부채 문제의 타결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채권단측 "강압이라니? 삼성의 자체 판단이었다" 반박**
그러나 박해춘 LG카드 사장(전 서울보증보험 사장)은 "1999년 채권단이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차 채무의 변제를 촉구한 것은 삼성에까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며 "강압적으로 삼성 계열사에 보증을 요구하지는 않았으며, 합의서 작성은 전적으로 삼성이 자체적으로 판단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이어 "삼성차 부도 이후 법적조치를 최대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당시 채권단의 입장이었다"며 "삼성이 강박을 느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한나라당 김양수 의원은 삼성이 애초부터 삼성차 부채를 갚을 생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예금보험공사의 조사보고서를 인용하며 "삼성은 채권단과 1999년 8월에 합의서를 체결한 뒤 불과 4개월만인 12월에 합의서 이행 거절 의사를 표명했다"며 "삼성은 애초부터 채무를 100% 이행할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삼성차 관련 손실액은 4조7000억 원으로 추정돼"**
이에 앞서 삼성자동차 채권단은 지난달 26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 삼성 계열사 31곳을 상대로 삼성그룹의 삼성차 채무 불이행에 따른 손실금액의 상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의했다.
삼성차 채권단은 삼성이 삼성차 부실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합의서를 준수해야 하며, 삼성이 이 회장의 의지에 따라 자동차사업에 뛰어들어 국가경제에 막대한 손실을 끼쳐놓고 이제 와서 합의서까지 파기하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권단이 삼성차와 관련해 지금까지 입은 손실액은 연체이자 2조3000억 원을 포함해 대략 4조7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채권단이 1999년 합의서대로 31개 삼성 계열사들로부터 손실보전을 받지 못하면 이런 손실액이 모두 채권단 및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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