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해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상 및 자유변동환율제로의 전환을 유도할 목적으로 중국 베이징에 상주 재무관을 처음으로 파견하기로 하는 등 전방위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3일 베이징 주재 미국 대사관에 상주 재무관 자리를 신설하고 아프리카-중동-아시아 담당 차관보인 데이비드 뢰빈저를 이 자리에 임명했다고 밝혔다. 뢰빈저는 당분간 미국 워싱턴에서 상주 재무관 직책을 수행하다가 두세 달 뒤부터는 베이징에 상주할 예정이다.
***"상주 재무관 신설은 미-중 경제관계의 새로운 국면 상징"**
토니 프라토 재무부 공보 담당관은 "이번 상주 재무관 자리 신설은 미국과 중국 간 경제관계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첫 상주 재무관으로 임명된 뢰빈저는 중국의 재무관리들과 함께 위안화의 새로운 운영체제가 잘 돌아가도록 보장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그동안 중국 담당 특별대사를 운영해 오긴 했지만 중국 현지에 재무관을 파견해 상주하도록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담당 특별대사였던 올린 웨싱턴은 최근 사임했으며, 재무부는 그의 후임을 임명하는 대신 상주 재무관 자리를 신설한 것이다.
이와 함께 존 스노 미 재무장관은 오는 10일부터 일 주일 가량 일본과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며, 특히 중국 방문 때는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크리스 콕스 미 증권거래위원장 등과 함께 미국-중국 간 고위급 재무금융 회담을 가질 예정이라고 미 재무부가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번 미-중간 재무금융 회담에서 중국 위안화의 적정한 환율 수준에 대해 중국 측과 논의하고 장기적으로 자유변동환율제로 이행하는 방안과 일정을 중국측에서 제시해줄 것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관리들과 회담 뒤 환율조작 여부 판단하겠다"**
이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는 원래 이달 15일로 예정됐던 연례 환율정책 평가보고서의 발표를 다음달로 늦추기로 했다며, 이는 스노 장관의 중국방문 결과를 보고서에 반영하기 위한 조처라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미국이 무역상대국들의 '환율조작' 여부를 판단한 결과를 발표하고 필요하면 무역 또는 환율운영 관련 압력을 무역상대국에 가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이다.
스노 재무장관은 또한 중국 방문 기간 중 베이징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도 참석할 예정인데, 이 회의에서도 중국 위안화의 환율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정부가 이처럼 위안화 환율과 관련해 중국에 대한 외교적 압박을 강화하고 나서는 것은 최근 미국 국내에서 제조업계와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위안화 환율의 추가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부쩍 높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업계에서는 그동안 중국 위안화 환율이 오래 전부터 적정한 수준보다 40% 가량 과소평가된 상태하고 주장하면서 대폭적인 평가절상을 요구해 왔다.
최근 중국 정부는 미국 달러화에 대한 위안화의 환율을 2.1% 절상하고 환율제도도 여러 개의 통화를 한데 묶어 위안화와 연동시키는 '바스켓 환율시스템'을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 업계에서 이 정도의 위안화 절상으로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1620억 달러에 이르는 대중 무역적자를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미흡하다면서 위안화의 추가적인 평가절상을 위해 미국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압력을 가해줄 것을 요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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