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안. '4대강 사업 중단, 강을 위한 투표'라고 적힌 손 피켓이 흔들리고, '생명의 강'을 위한 노래와 함성이 울려 퍼졌다. 시민 1만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담은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가 열린 것.
이번 콘서트는 종교계·학계·문화예술계·시민사회단체 등 각계 인사 1384명이 추진위원회로 참여하고, 221명의 '시민 서포터즈'가 힘을 보태면서 마련됐다.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최된 이 콘서트에서는 4대강 공사 현장을 담은 사진전과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캠페인도 함께 열렸다.
▲ 29일 오후 서울 삼성동 봉은사 안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콘서트 '강의 노래를 들어라'가 열렸다. ⓒ프레시안(선명수) |
공연에 앞서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무대에 올라 "김추자의 노래, '거짓말이야'가 요즘 자꾸 생각이 난다"며 "세종시, 4대강 사업, 747 공약, 반값 등록금, 다 거짓말이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명진 스님은 이어서 "온 국토가 4대강 삽질로 능멸당하고, 남북은 전쟁 직전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면서 "거짓말로 점철된 지난 2년 동안, 진실의 강엔 거짓이 흘렀고, 평화의 강엔 전쟁이 흘렀다. 이명박 정부의 거짓말, 그 무한 질주를 막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법정 스님은 '4대강에서 일어나는 만행을 보고도 침묵하는 것은 범법 행위'라고 말씀하셨다. 오늘 콘서트 참가자들에게 이 말씀을 꼭 전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 이날 콘서트는 시민 1만여 명이 참여하는 등 성황리에 치러졌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콘서트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이라며 '상영 금지' 조치를 내려 논란이 됐던 4대강 공사 현장의 영상물도 계획대로 상영됐다.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주 콘서트 개최에 앞서 "4대강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영상은 일상적인 것이기 때문에 괜찮지만, 포클레인으로 파헤쳐진 모습은 선거의 쟁점이 되는 사항이기 때문에 상영해선 안 된다"고 통보한 바 있다.
이에 콘서트를 마련한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4대강 사업 홍보는 눈 감으면서, '아름다운 강'이 아닌 '훼손된 강'이기 때문에 상영을 금지한다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반발해 왔다.
이날 콘서트 사회를 맡은 도종환 시인은 "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오늘 콘서트가 정치적으로 쟁점화되지 않도록 '4대강'이란 단어를 사용하면 안 된다는 전화를 몇 차례나 받았다"며 "그래서 '4대강'이란 말은 사용하지 않고, '강'이라는 말만 했다"고 선거관리위원회의 조치를 꼬집었다.
이에 참가자들이 '4대강 사업 중단'이라고 쓰인 손팻말을 들어 보이며 선거관리위원회에 야유를 보내자, 도종환 시인은 "여러분, 그러면 선거법 위반으로 다 잡혀간다. '4대강' 말고 '강'이라는 말만 써달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 가수 안치환 씨의 무대. ⓒ프레시안(선명수) |
▲ 환경단체 회원들이 가수 우리나라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
이날 콘서트에는 가수 안치환·한영애·권진원·윈디시티·우리나라·노래를찾는사람들 등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의 큰 호응을 받았다.
안치환 씨의 무대를 끝으로 가수들의 공연이 모두 끝나자, 4대 종단을 대표하는 종교인들과 시민사회단체의 대표들이 무대에 섰다. 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 대표 김정욱 서울대 교수,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연대 조해붕 신부, 향린교회 조헌정 목사 등이 무대에 올라 참가자들과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를 함께 부르는 것으로 이날 공연은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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