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2년간 176억 원 상당의 연구 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체결하고 발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동안 환경부는 발주한 연구 용역 상당수에 대해 심의절차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전체 연구 과제의 83.9%는 수의계약**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단병호 의원(민주노동당)과 시민환경연구소(소장 장재연 아주대 교수)는 2003~2004년 2년간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이 발주한 연구 용역 실태를 공동으로 분석해 그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년간 환경부와 국립환경연구원은 연구 용역을 발주하면서 전제 연구 과제의 83.9% 204건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해 왔다. 이 중에서 180건(74.1%)은 아예 처음부터 수의계약으로 입찰 공고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렇게 수의계약된 연구 용역의 총 연구비는 176억5600만 원에 달한다.
특히 환경부 연구용역 과제를 가장 많이 수행한 한국환경정책ㆍ평가연구원의 경우 총 62건 연구용역 가운데 58건(93.5%)을 수의계약으로 진행했다. 손쉽게 환경부 연구용역을 과점해 온 것이다.
환경부는 이렇게 수의계약으로 연구용역 발주가 이뤄진 것에 대해 "해당 연구기관이 발주한 연구용역 과제에 대해 연구 경험이 있거나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단병호 의원 등은 "수의 계약으로 이루어질 경우 환경부가 (입맛에 맞는) 연구기관을 임의로 선정하는 문제가 있을 뿐더러 기회를 줄 경우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연구자나 기관이 미리 배제될 가능성도 있다"며 "연구가 매우 신속하게 이루어져야 하거나 극도의 보안이 유지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의계약을 남발하는 것은 환경부 공무원의 편의상 목적 또는 연구용역을 맡기고 싶은 경쟁력 없는 특정기관의 편의를 봐주는 것으로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쟁 방식 발주도 '눈 가리고 아웅'…공고기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환경부는 또 자유ㆍ제한ㆍ지명 경쟁 방식으로 공고된 63건의 연구용역 과제들에 대해서도 법정 입찰공고 기간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 태반이었다. 환경부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된 60건을 대상으로 입찰공고 기간을 확인한 결과 국가계약법 시행령에 명시된 10일 전 입찰 공고를 지키지 않은 연구 용역 과제가 24건(39.6%)이었다.
단병호 의원 등은 "이런 점은 경쟁 방식으로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것 역시 지극히 형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불과 10여 일 동안 연구 용역 과제에 적당한 연구팀을 구성하고 예산안을 토함한 연구 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은 사전 준비가 돼 있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단 의원 등은 "또 상당수 연구가 이런 부족한 공고기간마저 지키지 못한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환경부 71억 상당의 연구 용역, 심의도 없이 발주**
그나마 이들 연구 용역은 심의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연구 용역 과제의 36.2%(88건)는 심의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발주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렇게 미심의 상태에서 발주된 연구 용역 88건의 연구비는 71억2400만여 원으로 연구비 총액 247억 원의 28%에 해당된다.
환경부는 1996년 제정된 내부 훈령(환경부 훈령 제273호)으로 발주하는 모든 연구 과제에 대해 심의를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사전 심의를 통해 유사ㆍ중복 과제를 통합 조정하는 등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다. 환경부는 심의를 위해 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도 정식 심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단병호 의원 등은 "1996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단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은 심의위원회 규정을 개정해 환경부의 연구사업 관리체계 전반을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