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15일 패전 60주년을 맞아 총리 담화 형식으로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부터의 사과'의 뜻을 표명했다. 이는 그동안 가장 높은 수준의 사죄로 평가되던 '무라야마 담화'를 상당 부분 인용한 것으로 한국과 중국을 직접 거론하기도 해 관계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하지만 이날 일본 중의원과 참의원의 의원 80여 명은 대거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서 우익 입장을 대변했으며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는 6년째 패전기념일 '개근 참배'에 나섰다.
***고이즈미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의 사과" 한-중 관계개선 손짓**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내각회의의 결정으로 패전 60주년을 맞아 고이즈미 총리의 담화를 발표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 담화에서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많은 국가들, 특히 아시아 국가 국민들에 막대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이런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재차 통절한 반성과 진심으로의 사과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담화는 이어 "비참한 전쟁의 교훈을 잊지 않고 두 번 다시 전쟁의 길로 걸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과 세계 평화와 번영에 공헌해 나갈 것을 결의한다"며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해 아시아 국가와의 상호 이해와 신뢰에 근거한 미래 지향의 협력 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담화는 아울러 "아시아 국가와 전에 없이 경제 문화 등 폭넓은 분야에서 교류가 깊어지고 있다"면서 "특히 중국과 한국 등의 아시아 국가와는 합께 손을 잡아 이 지역 평화의 유지 발전을 목표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해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롯한 일본의 역사 인식 문제로 악화돼 있는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담화는 이밖에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받아들여 국제사회로의 복귀에 제일보를 내디뎠다"고 말해 제2차 세계대전의 A급 전범 문제를 다룬 '도쿄 재판'을 인정한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을 직접 언급했다.
이날 담화는 기본적으로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를 상당 부분 인용한 것으로 패전 기념일에 각의 결정을 필요로 하는 '총리 담화' 형태로 일본의 입장을 내외에 표명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패전일을 맞아 총리 담화를 각의에서 결정하기는 전후 50년인 1995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내각 이래 10년만이다.
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총리 담화와 관련해 "무라야마 담화와 올해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반둥회의) 50주년 기념 정상회의에서의 연설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라야마 담화는 반성에 중점이 놓여 있으나 이번 담화는 미래 지향을 강조한 것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지지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이번 담화에 대해 "한국 및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초점을 맞춘 담화"라고 평가하면서도 "총리는 연례적인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방침을 부인하지 않고 있어 한중 양국의 이해를 얻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분석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은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대신 전국 전몰자 추도식에 참석했다.
***일본 의원 대거 야스쿠니로...이시하라는 6년째 참배 '개근'**
한편 야스쿠니 신사는 이날 패전 기념일을 맞아 '대목' 분위기였다. 일본 국회의원들이 대거 신사 참배에 나섰기 때문이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의 의원 83명이 야스쿠니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참배 의원은 자민-민주 등 소속을 망라한 것으로 참의원 24명과 전직 중의원 23명 등이 참석했으며 대리인을 보낸 중참의원은 36명에 달했다.
이같은 규모는 지난해 중참의원 58명과 대리인 41명 등 99명에 비해서는 줄어든 것이나 중의원이 해산된 상황에서 사실상 선거전이 시작된 분위기를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라는 평가다. 정부 인사 중에는 시치죠 아키라 내각부 부대신과 이마즈 히로시 방위청 부장관이 참배에 동참했다.
이밖에 자민당의 차기 대권 주자이면서 우익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는 아베 신조 간사장 대리도 이와 별도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했다. 아베 간사장은 "국가를 위해 순직한 영령을 위해 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6년 연속 패전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나선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도 신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사 취임 다음해인 2000년부터 매년 패전일 당일 신사 참배에 나서고 있다. 그는 이와 관련 "공인 신분이냐 개인이냐라는 어리석은 질문은 하지 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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