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60주년인 만큼 일제에 대한 경고도 남달랐다. 남-북-해외 대표단은 15일 독립투사들이 옥고를 치르던 서대문 형무소에 모여 일제의 만행을 규탄하고 과거사 반성을 촉구하는 대일특별성명을 발표해 그 의미를 더했다.
***8.15대표단 서대문형무소서 특별성명 "과거사 미화하는 일본은 영구 전범국"**
8.15 민족대축전에 참가하고 있는 남-북-해외동포 대표단 450여명은 이날 오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7000만 겨레에게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한 뒤 곧바로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으로 이동해 전시관과 옥사, 추모비, 지하 감옥 등을 참관했다.
대표단은 이 자리에서 '일제 패망 60년에 즈음한 특별성명'을 발표하고 "과거사를 미화하고 반성을 거부하는 한 일본은 영구히 전범국으로 남을 것이며 '대동아 공영권'의 침략적 망상과 마찬가지로 '국제사회 기여'를 가장한 패권 추구 역시 좌절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표단은 이어 서대문 형무소를 '악명 높은 일제 식민통치의 상징물'로 규정하고 5개항의 대일 요구사항을 발표했다. 대표단은 우선 과거사 왜곡을 당장 중단하고 역사적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공동 노력에 협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일본 정부와 정치인들의 전범 미화와 참배 중단 ▲과거 침략과 범죄 행위의 철저한 반성 ▲희생자 및 피해 당사국들에 대한 정당한 국가적 배상과 보상 실시 등을 요구했다.
대표단은 이어 미국에 편승한 군사력 팽창 정책을 중지할 것과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키는 미사일 방어체계 등 공격적 군사력 배치 계획의 철회를 촉구했다. 대표단은 아울러 헌법 9조 개정 시도를 즉각 철회하고 자위대의 해외 파견 등 일련의 군사 개입 행위의 중지를 강조한 뒤 대북 제재 중단 및 북일 평양선언 실천에 성실히 임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발표된 특별성명은 이밖에 서대문 형무소에서 고초를 겪던 일제 시대 한민족의 아픔을 되새기며 과거 일제 식민통치의 만행을 열거했다. 한민족을 원치 않는 침략 전쟁에 강제 동원하는가 하면 성 노예화하고 생체 실험의 대상으로 삼기까지 했으며 고유의 언어문화마저 말살하려 했고 항일독립투사들을 투옥 고문, 살해했음을 명시했다.
대표단은 "이러한 추악한 침략 행위에 동원된 일본의 민중 역시 군국주의 희생자들"이라며 "진실한 반성에 기초해 참된 정의와 평화의 길을 추구하는 일본 시민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는 적극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대표단 "일본과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어"**
한편 이날 오전 11시경 서대문 형무소에 도착해 옥사 건물을 둘러본 김기남 북측 대표단 단장은 "감옥을 돌아보고 나니 일제에 치솟는 분노감을 느낀다"며 "이곳에서 처형된 선열 중에는 민족주의자, 사회주의자, 공산주의자들이 다 포함돼 있고 처형된 400여명 중에는 공산주의자도 많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우리 선열이 사상 이념을 초월해 다 투쟁했다. (발굴하지 못한) 선열들을 남김없이 발굴해 인민 교육에 이용해달라. 필요하면 방조하겠다(돕겠다)"고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정동영 남측 대표단 단장은 이에 "우리 민족이면 누구나 이 자리에 와서 똑같은 분노, 수치심을 느낄 것"이라며 "역사는 옛날에 묻힌 게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또다시 못난 짓을 하면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형무소에 들어선 북측 대표단은 시중 굳은 표정들이었다. 좀처럼 표정의 변화를 드러내지 않는 북측 대표단이었지만 형무소 안에서 자행된 일제의 고문에 대한 설명을 들을 땐 주먹을 불끈 쥐며 입술을 앙다무는 등 감정의 변화를 드러내기도 했다.
형무소를 돌아본 정치건 김일성종합대학 역사학 교수는 "일본은 우리의 철천지 원수이며 한 하늘 아래 살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런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온 민족이 힘을 다해 일본의 침략책동을 단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올해 초 불거졌던 일본의 독도영유권 분쟁을 언급하며 "7000만 민족이 힘을 길러야 일본이 다시는 그런 책동을 벌이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옥선 북측 준비위원회 여성분과위원은 "남과 북 새 세대들은 서대문 형무소라는 역사에서 신중한 교훈을 찾아야 한다"며 "외세에 다시는 농락되지 않도록 조국을 지키는 숭고한 의무를 다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다수 북측 대표단원들도 "민족의 철천지 원수 일본과 결산해야 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는 소감을 밝히며 자리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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