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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권상우폰' , '불량 애니콜'로 검찰 등 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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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삼성 '권상우폰' , '불량 애니콜'로 검찰 등 고발

美 일간지, "한국 고객은 삼성전자 제품 시험대상"

삼성전자를 상징하는 휴대전화 단말기 '애니콜'이 10대, 20대 소비자로부터 철퇴를 맞았다. 이들 소비자들은 삼성전자를 허위ㆍ과장 광고 혐의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보호원에 고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3만 소비자, 삼성 '애니콜' 검찰 등에 고발**

8일 삼성전자가 2004년 6월 출시한 휴대전화 단말기(SPH-V4400)의 문제점을 지적해오던 인터넷 커뮤니티 'V4400 소비자의 힘'은 수원지방검찰청,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보호원에 삼성전자를 허위ㆍ과장 광고 혐의로 고발했다. 이날 고발에는 이들의 활동을 후원하던 공익제보자모임도 동참했다.

지난 10월 활동을 시작한 후 회원만 3만 명(연계 커뮤니티 포함)이 넘는 'V4400 소비자의 힘' 운영자 정주영(20) 씨는 "삼성전자가 2004년 1월부터 실시한 '번호 이동성 제도'에 맞춰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서 기능이 검증 안 된 휴대전화 단말기를 무더기로 출시하는 과정에서 허위ㆍ과장 광고를 했다"며 "이에 속은 소비자들이 이를 구입해 큰 피해를 입고 삼성전자 측에 허위ㆍ과장 광고에 대한 사과와 시정을 요구했지만 계속 무시해와 이렇게 고발하게 됐다"고 고발 이유를 밝혔다.

정씨는 "그 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은 허위ㆍ과장 광고를 통해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10대, 20대를 대상으로 팔아왔지만 정작 10대, 20대 소비자들이 제기한 여러 가지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해왔다"며 "이번 고발이 이런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의 관행에 쐐기를 박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CCTV 수준 동영상 기능을 캠코더 수준이라고?**

이날 문제점으로 지적된 휴대전화 단말기는 이른바 '권상우폰'으로 불리는 것으로 2004년 6월 출시 당시 캠코더와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췄다는 삼성전자의 대대적인 홍보로 큰 인기를 끌었던 제품이다. 당시 이 제품은 최고 인기 남자 배우를 내세운 홍보와 번호 이동성 제도에 편승해 75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불구하고 넉 달 만에 17만 대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당시 삼성전자가 선전했던 것은 대부분 허위ㆍ과장 광고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전자는 이 휴대전화 단말기로 촬영을 하면 "최대 VGA(640*480) 사이즈의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며 "디지털 캠코더로 사용해도 손색이 전혀 없다"고 광고를 했지만 실제 성능은 CCTV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단말기는 VGA 사이즈로 촬영할 경우 1초당 불과 3~5장을 촬영할 수밖에 없어서 삼성전자가 밝힌 디지털 캠코더 수준과는 천지차이다. 디지털 캠코더 기능하기 위해서는 1초당 최소 15~30장을 촬영할 수 있어야 한다. 삼성전자는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친 뒤에야 제품 설명에 "VGA 사이즈는 초당 3~5장"이라는 문구를 집어넣었다. 하지만 지금도 매장이나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이런 문구는 찾아볼 수 없다.

<사진 1>

*** '되감기ㆍ빨리감기'도 안 되는 MP3 플레이어?**

삼성전자가 크게 홍보했던 MP3 플레이어 기능 역시 뚜껑을 열어보니 광고와는 큰 차이가 났다. 우선 MP3 청취 중 전화가 걸려오면 사용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바로 MP3 재생이 중단됐다. 더 가관인 것은 되감기ㆍ빨리감기와 같은 기본 기능도 누락된 채 소비자들에게 판매가 된 사실이다. 타사 단말기의 경우에는 되감기ㆍ빨리감기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청취 중 전화가 걸려올 때 MP3를 듣던 곳에서 다시 들을 수 있다.

삼성전자는 또 휴대전화를 이용한 무선 인터넷 서비스 창('멀티팩')의 화면이 커진 사실만을 홍보하고 이로 인해 속도가 두 배 이상 느려질 수 있음은 사용설명서에서조차 일절 알리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나중에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서비스 창의) 화면이 너무 작아 불편해 하던 고객의 불편 사항을 상당 부분 해소했으나, 화면이 커진 만큼 처리해야 할 데이터양이 2배 가까이 증가해 다소 수행 속도가 저하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단말기의 문제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전화가 불통되거나 단말기가 갑자기 멈추는 현상 등 수십 가지의 기본 및 부가 기능의 오류를 지적했고 출시된 이후 현재까지 삼성전자 측이 이 단말기의 오류를 공식 수정한 것만 60건이 넘는 실정이다.

소비자 조사 기관 마케팅인사이트는 지난 6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 6개월 동안 휴대전화 단말기를 구입한 소비자 1만2210명을 상대로 단말기에 대한 만족도를 조사한 결과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 '애니콜'이 가장 문제가 많은 제품으로 선정됐다"고 발표했었다.

***번호 이동 맞춰 검증 안 된 단말기 무리하게 조기 출시했나?**

이런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의 불량은 이미 예상됐던 일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단말기는 삼성전자가 2004년 7월부터 KTF로 번호 이동이 가능한 것을 염두에 두고 KTF 고객을 대상으로 독점 공급했던 것.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특히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에는 동영상 촬영, MP3 재생과 같은 부가 기능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 점검이 중요하다"며 "그런데 시점을 맞추기 위해서 조기 출시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오류가 사전에 제대로 점검되지 않았고, 이런 단말기가 10만~20만대 팔리면 당연히 소비자들로부터 문제가 접수될 수밖에 없다"고 사정을 전했다.

이동 통신사들이 애초 번호 이동성 제도가 의도했던 서비스 개선을 위한 설비 투자에는 신경을 안 쓰고 고가의 휴대전화 단말기를 미끼로 소비자를 유인하면서 결국 휴대전화 단말기의 불량이 고스란히 소비자의 불편으로 이어진 것이다. 최근 마케팅인사이트는 소비자의 50%가 휴대전화 단말기 때문에 이동 통신 서비스를 바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단말기를 통한 이동 통신 서비스 마케팅의 힘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국내 고객들은 수출 전 '베타 테스터'?**

한편으로는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이 국내 고객들을 '베타 테스터(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를 정식 출시하기 전에 사용해보는 이들)'로 여겨온 정황도 눈에 띈다.

미국의 지역 일간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은 지난 3월 13일 "삼성전자가 신제품을 전 세계로 선보이기 전 6~8개월 동안 국내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리모델링하거나 문제점을 고쳐간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한 단말기 제조업체 관계자는 "미처 발견하지 못한 문제점을 고객들이 지적할 경우 수출 제품에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며 "사실 그 동안 국내 시장을 세계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 베드(test bed : 신제품 시험 무대)'로 여기는 경향이 강한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국내 고객도 만족 못 시키면서 세계 1위를 노리겠다니…"**

정씨는 "소비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때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우리나라 총 수출액의 5%, 전자산업 총 수출액의 13%를 애니콜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며 "국내 소비자들한테도 이렇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현실에서 그 '애니콜 신화'를 언제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04년 삼성전자의 휴대전화 단말기는 매출액으로 전 세계 시장 2위를 차지하는 실적을 보였으나 올해 들어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키아, 모토롤라 등 삼성전자의 맹추격을 받던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으로 맞불을 놓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모토로라의 상승세가 두드러져 이 기업은 삼성전자의 추격을 뿌리치고 2위 업체의 위치를 확실히 굳힐 전망이다. 모토로라는 지난 2분기 전 세계 휴대전화 단말기 시장 점유율을 16.3%에서 18.1%로 확대했고 49억 달러의 매출을 보였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은 42억9000만 달러로 극심한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모토로라는 삼성전자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고가 단말기 시장에 치중하기보다는 미국, 유럽에 이어 제3의 시장으로 떠오른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인도 등에서 형성되고 있는 중저가 시장에서 영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베트남 1인당 국민소득에 맞먹는 480달러짜리 '블루블랙폰(D500)'을 잇는 고가 단말기 시장에 계속 주력할 방침이다.

***삼성전자 "고발이 접수된 다음 입장 표명"-소비자들 "본격적인 온ㆍ오프라인 활동 전개"**

한편 이번 고발에 대해서 삼성전자 관계자는 8일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고발이 접수된 다음에 내용을 검토한 뒤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아직 구체적인 고발 내용을 몰라서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일단 두고 보자는 반응을 보였다.

이와 상반되게 'V4400 소비자의 힘' 등 소비자들은 이번 고발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하는 온라인 및 오프라인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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