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 선원(禪院)에 묻혀 참선 수행에만 정진해온 스님들이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공식 천명했다.
전국의 선원에서 참선 수행을 진행하는 스님 2000여 명으로 구성된 대한불교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공동대표 대원·현산·지환 스님)는 27일 '4대강 그 생명의 소리를 위한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질타했다. 속세를 떠나 산중 선원에서 참선 수행에만 정진해온 선지식(善知識)들이 정부 정책에 목소리를 낸 것은 극히 이례적으로, 전국 불자들에게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국선원수좌회는 "지금 조용한 아침의 나라 대한민국의 금수강산에는 생명의 질서를 파괴하는 무지의 굉음 소리가 진동하고 있다"면서 "홍수 예방과 오염 정화라는 미명 아래 강행되는 4대강 개발은 자연의 순리에 역행함은 물론이고, 대립과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 화합마저 분열시켜 생명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선원수좌회는 이어서 "대부분의 홍수와 오염은 강의 지류에서 일어난다는 것을 삼척동자도 다 알고 있건만, 이 땅의 위정자들은 강의 본류를 무분별하게 파헤치는 거대한 토목 공사로 홍수를 예방하고 오염을 방지한다고 호도하고 있다"며 "정권 초기에는 대운하 건설이라는 황당한 발상으로 '토목 공화국'을 건설하려다 국민의 완강한 저항에 부딪히자, 이제는 포장을 달리한 4대강 사업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4대강의 수역을 교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정교 분리의 원칙과 종교 화해의 정신에 입각해 국민이 선택한 정권을 신뢰하고자 하는 최소한의 믿음으로 현실 정치와 사회 문제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수행에만 전념해 왔다"며 "그러나 우리 납자(衲子)들의 선창(禪窓)에 들려오는 소리는 부끄럽게도 현 정부의 오만과 독선에 찬 반민주적 정책 집행으로 인한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는 암울한 소식이었다"고 성명서 발표의 배경을 밝혔다.
이밖에도 전국선원수좌회는 △자연, 인간, 생명,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정책으로 화해와 소통의 상생 정치를 할 것 △4대강 사업을 중단하고 국민을 섬기는 정책으로 전환할 것 등을 정부에 촉구하고, "오만과 독선으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할 경우, 전국 선원의 2000여 수좌와 사부대중은 4대강에 모여 용맹정진으로 웅변할 것"을 천명했다.
이에 대해 김포 용화사 주지 지관 스님은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 "수좌회는 주지도 맡지 않고 오로지 산속에서 참선 수행에만 몰두해 불자들의 큰 존경을 받고 있는 스님들의 모임"이라며 "세속의 사안에 개의치 않고 중생 구제를 위한 수행에만 전념해온 스님들이 4대강 반대 성명을 낸 것은 이례적이며, 불교계 전체에 끼칠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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