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위한 활동에 불법적으로 동원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산업자원부는 핵폐기물처리장 홍보 활동을 '공무원이 당연히 할 일'로 여기고 있어 갈등이 예상된다.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공무원들 동원돼 불법행위"**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등 시민ㆍ사회단체는 4일 '지자체 공무원들의 핵폐기물처리장 추진 위법 사례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하고 최근 정부와 각 지자체가 추진하고 있는 핵폐기물처리장 추진의 문제점을 고발했다.
이 보고서는 이덕우 변호사(민주노동당 인권위원회 위원장), 박태현 변호사(환경운동연합 환경법률센터), 하승수 변호사 등으로 구성된 민간법률조사단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예정 지역들을 직접 방문해 조사 작성한 것이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 공무원들이 공정해야 할 주민투표에 편파적으로 개입하는 불법행위가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처럼 공무원이 동원된 것은 명백히 주민투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주민투표가 실시될 것이 객관적으로 예상되는 때에 지자체장이 특정 사안에 대해서 정보 제공을 하거나 홍보하는 것은 결국 특정 입장을 지지하는 행위가 돼 사전 투표 운동과 공무원(지방의회 의원 제외)의 투표 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주민투표법 제21조의 규정에 위배된다는 것.
***찬성 측에 지자체 예산 지원…공무원이 거리 선전까지**
이날 공개된 보고서를 보면 지자체 공무원들의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위한 활동은 특히 군산, 부안, 경주, 포항 등에서 극심했다.
군산시의 경우 군산시청 내 '국책사업추진단'을 구성한 후 지난 6월 3억6500만 원의 예산까지 책정했다. 부안군도 6월 핵폐기물처리장 관련 시설 견학 등을 위한 비용으로 1억 원을 책정했으며, 경주시의 경우에는 시의회가 지난 7월 12억 원을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단체에 지원하는 예산을 통과시켰다.
이들 지역에서는 공무원들도 대거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에 동원됐다. 지난 5월에는 군산시 공무원 1300여 명 중 절반이 넘는 669명이 '원자력을 바로 알고 사랑하는 공무원 모임'을 창립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홍보하기 위한 거리 선전을 수 차례에 걸쳐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항에서는 아예 주민들로부터 유치 신청서를 받기 위한 회유 작업에 해당 지역에 연고를 가진 공무원들이 동원되는 일도 있었다.
이밖에 군산시교육청은 관내 83개 초ㆍ중학교에 공문을 발송해 전ㆍ현직 교직원 95명이 평일에 외국의 핵폐기물처리장 시설을 견학하게 했으며, 국립 군산대학교는 각 단과대학 별로 핵폐기물처리장 시설에 대한 안정성과 관련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강을 실시하기까지 했다. 경주시도 읍ㆍ면ㆍ동사무소에서 주민들이 참여하는 가운데 (주)한국수력원자력이 배포한 홍보 책자를 배포하고 핵폐기물처리장 유치를 위한 설명회를 개최했다.
***산자부 "공무원 홍보 행위 적법해"**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서 산자부는 "공무원의 핵폐기물처리장 홍보 행위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어서 앞으로 핵폐기물처리장 선정 과정의 공정성을 놓고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산자부는 4일 "'산자부 장관이 주민투표 실시를 요구하고 지자체장이 그 사실을 공표하기 전'에는 투표운동을 할 수 있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이 있을 뿐만 아니라 지자체 공무원들의 홍보 활동도 위법한 것이 아니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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