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 위기 무렵 창간돼 수년 동안 사회 비판을 주도해 온 <당대비평>이 무기한 휴간에 들어간다. 새로운 발행처를 찾지 못하면 사실상 폐간될 위기에 처한 것.
***<당대비평> 무기한 휴간, 2006년 복간 목표**
2일 <당대비평> 편집위원회는 "지난 2년간 발행처였던 '생각의나무' 출판사가 발간 지원을 포기함으로써 2005년 봄 특별호 <불안의 시대, 고통의 한복판에서>를 끝으로 잠정 휴간하게 됐다"며 "새로운 발행처를 찾아 복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당대비평> 편집위원회는 "새 발행처를 찾을 수 없는 것은 존립 불가를 명하는 악조건임에는 틀림없지만 <당대비평> 편집진 모두는 가까운 시일 내에 이 잡지를 복간하겠다는 의지를 철회하지 않고 있다"며 "복간을 위해서 편집위원인 정진웅 덕성여자대학교 교수(인류학)가 새 발행을 맡아 '<당대비평> 복간과 잡지사 독립을 준비하는 모임'을 곧 구성해 2006년 봄 늦어도 2006년 가을 복간을 목표로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당대비평>은 재정 압박 때문에 지난 5월 '생각의 나무' 출판사로부터 떨어져 나와 독립했다. 계간지는 최소 3000부 이상은 팔려야 수지를 맞출 수 있지만 <당대비평>은 판매 부수가 2000부 선에 머물러 만성적인 재정 적자에 시달려 왔다.
***외환 위기 직전 창간, 수년간 지식사회 논쟁 주도**
<당대비평>은 1997년 외환위기 직전에 소설가 조세희 씨, 시인 문부식 씨 등이 주도해 창간한 인문사회 비평잡지로 햇수로 8년 동안 28호와 4권의 특별호를 발행해 왔다. 특히 이 잡지는 현실 사회주의 몰락 이후 사실상 고사 상태였던 사회비판적이고 진보적인 담론의 복원을 지향하며 수년간 지식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창간 당시 편집인을 맡았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작가 조세희 씨는 창간호에서 "신뢰할 수 없는 권력이 결정하는 조건에 따르지 않는, 미래를 위한 저항"의 지적, 윤리적 기반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당대비평>의 시작을 알렸다. 그 후 <당대비평>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압박에 대한 강한 비판과 그 대응을 모색하는 글을 실어 이런 창간 목적을 실현했다.
1999년부터는 임지현 한양대학교 교수(역사학) 등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을 이끌어내 지식사회의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우리 안의 파시즘' 논의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은 민족주의, 국가주의, 패권주의, 남성 중심주의를 강하게 비판하며 그 비판의 대상을 기득권층뿐만 아니라 기존 민주주의 진영으로 확대해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당대비평>을 통해 진행된 '우리 안의 파시즘' 논쟁은 최근에 '대중독재론' 논의로 이어지며 그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2004년 가을호에는 박승옥 씨가 기고한 '한국 노동운동, 종말인가 재생인가'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노동운동 위기 논쟁이 촉발되기도 했다. (<프레시안>, 2004년 9월 2일자 참조) <당대비평>은 이밖에도 양심적 병역 거부 운동, 장애인·이주 노동자·재일 조선인 등 소수자의 급진적 인권 운동을 공론화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
한편 <당대비평>이 무기한 휴간에 들어가면서 사실상 대중들을 상대로 하는 사회비판 성향이 강한 잡지는 <창작과비평>, <황해문화>, 격월간 <녹색평론>, 월간 <인물과사상>만 남게 됐다. <당대비평>에 앞서 <사회비평>, <아웃사이더> 등도 재정 압박 등을 이유로 종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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