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6개국이 기존의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와 달리 온실가스 배출량을 제한하지 않는 내용의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해 국제 사회에 파장이 일고 있다.
***미국 주도의 새 '온실가스 감축' 협약에 한ㆍ중ㆍ일 동참**
28일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열린 아시아 지역 포럼에서 6개국 외무장관은 '청정 개발 및 기후에 관한 아시아ㆍ태평양 지역 파트너십' 구성에 합의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기술 개발 등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11월께 각료급 회담을 개최하고 구체적인 협력 내용을 규정한 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금번 파트너십은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이 아니라 기존 기후변화협약의 틀 내에서 6개국 간 기술 협력을 추구하자는 것"이며 "우리나라는 이 파트너십 참여로 에너지 효율화 및 온실가스 저감 등 첨단기술과 장기적으로 수소, 핵융합 등 차세대 에너지 기술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의미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합의된 새로운 기후변화협약은 이산화탄소(CO₂)와 같은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 할당하는 교토의정서와 달리 환경기술 개발을 통해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산업 구조로 바꿔나가는 등 자발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강조하고 있어서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는 교토의정서 비준을 거부하고 있는 미국이 일관되게 주장해 온 것으로서 사실상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피하기 위한 '꼼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를 포함해 이번 선언 합의에 동참한 6개국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2000년 기준으로 미국은 1위(20.6%)이며 그 뒤를 중국(2위, 14.8%), 인도(5.5%, 4위), 일본(4.0%, 5위), 우리나라(1.6%, 10위), 오스트레일리아(1.4%, 16위)가 따르고 있다. 2004년에 우리나라는 배출량 4억7300만t으로 한 단계 더 올라서 9위가 되었다.
***온실가스 감축 규제 피하기 위한 '꼼수'?**
지난 2월 발효된 기후변화협약 교토의정서는 2008년부터 2012년 사이에 선진국들이 1990년 기준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을 평균 5.2%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0년 기준으로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당장 감축 의무는 면했으나 2013년부터 시작되는 2차 기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의무국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크다.
정해진 만큼 배출량을 줄이지 못하면 해당 공장의 문을 닫거나 막대한 돈을 들여 여력이 있는 다른 나라로부터 배출권을 사와야 한다. 배출권은 기준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더 줄이거나 숲을 조성하는 등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 만큼 부여된다. 2010년쯤에는 배출권의 가격이 1t 당 36달러 선으로 오를 전망이다.
이미 교토의정서를 비준한 우리나라가 이번 합의에 동참한 것도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감축 의무를 지게 될 경우 관련 산업에 줄 영향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를 거부하고 있는 미국, 오스트레일리아 및 인도, 중국 등 개발도상국들과 행보를 같이 해 향후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노력을 강제하는 국제 사회의 압력에 대응하겠다는 포석이다.
***"미국 주도의 '지구 오염 카르텔' 동참…전 세계 대상의 범죄"**
하지만 이번 합의는 그 동안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어서 안팎의 비판이 거셀 전망이다.
환경운동연합은 28일 "이번에 합의된 파트너십은 오는 11월부터 시작되는 2013년 이후 감축 의무를 논의하는 장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할 목적으로 결성됐지만 결과적으로 교토의정서에 구멍을 내고 이를 파괴하는 카르텔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들이 표방하는 자발적이고 비구속적인 온실가스 감축 논의가 확산되면 법적 구속력이 있는 교토의정서의 추진력은 크게 떨어져 추가적이고 강력한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더 이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강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 단체는 "우리나라가 미국 주도의 지구 오염 카르텔의 일원이 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 행위에 참여한 것이 개탄스럽고 부끄럽다"며 "더구나 국회에서 비준한 교토의정서에 역행하는 이번 합의에 대해 정부, 의회 내에서 공개적인 논의조차 거치지 않은 것은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이번 합의를 강하게 비난했다.
녹색연합도 28일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감축하기 위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 기업에 의해 실제로 상용화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며 "더구나 최근 원자력과 수소 에너지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이 강조하는 기술 역시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국민 1인당 소득 2만 달러 시대 운운하면서 여전히 기후변화협약에서는 개발도상국의 지위를 유지하려는 한국의 이중적인 행동은 국제 사회로부터 강력한 비난을 받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즉각 이번 파트너십에서 탈퇴해야 할 것"이라고 탈퇴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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