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호 X파일'의 실체 공개로 중앙일보 사장이던 홍석현 주미 대사가 당시 권력과 자본을 감시하기는커녕 이를 매개하는 '거간꾼'으로 전락했던 상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홍 대사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홍석현 "가까운 시일 내 입장 밝힐 것"**
국내 언론들에 따르면 홍 대사는 22일(현지시간) 오수동 주미 대사관 홍보공사를 통해 '가까운 시일 내에 입장을 밝히겠다'는 뜻을 표명했다. 오 공사는 "홍 대사가 X파일 문제로 많은 고심을 하고 있으며 가까운 시일 내에 적절한 방법으로 설명할 기회를 가질 것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오 공사는 "홍 대사가 다음 주쯤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으며 현재로선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고 뭔가 설명할 게 있다고 생각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현재로선 홍 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한 언급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홍 대사는 이날 대사관으로 출근해 <서울신문>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다음 주 기자회견을 열어 MBC가 방송한 녹음테이프와 관련한 모든 문제에 대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거취 문제에 대해서도 밝히느냐는 질문에 "모든 것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대사의 거취 문제에 대해서는 이미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홍 대사 스스로 본인의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면서 주미 대사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돼 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 올 때도 뜻대로 된 게 아냐...큰 흐름에 맡기겠다"**
홍 대사는 한편 21일(현지시간) 오후 늦은 시각에 워싱턴 특파원들과 만나 현재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는 앞으로의 대응 방안에 대해 "여기 올 때도 뜻대로 된 게 아니다. 앞으로도 큰 흐름에 맡기겠다"면서 "내 인생에 어느 게 중요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왜 지금 이 시점에 (홍 대사 대화를 담은) 도청테이프가 문제가 된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생각하는 바가 있지만 맞지 않을 수도 있고 다른 사람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어서 말하지 않겠다"고만 말했다.
그는 X파일 보도가 터지기 전인 지난 12일에도 "김대중 정권 초기에 안기부에서 녹음테이프 수백개가 흘러나와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 중에 나와 관계된 것만 요즘 (소문이) 나도는 건 이상하다"고 말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날도 정무 공사 등으로부터 6자회담에 대한 보고를 받고 미국 관계자들을 만나는 등 정상적으로 업무를 봤으나 두 눈 주위가 약간 충혈되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 표정이 밝지 않았다고 국내 언론들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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