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6월 17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일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일본측 메시지를 전하자 "정확히 잘 들었다"고만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김정일 '日 관계정상화 희망'에 "정확히 잘 들었다"**
통일부 관계자는 19일 "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6.17 면담 때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전달한 일본측 메시지를 경청했고 '정확히 잘 들었다'고만 말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정 장관은 지난 5월말 닛케이 포럼 참석차 일본을 방문했을 때 6.15 면담을 위해 평양에 가면 '일북 관계 정상화를 희망한다'는 일본 메시지를 전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김정일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이를 전달했다. 일본측 메시지는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의 최측근인 야마사키 다쿠 전 자민당 부총재를 통해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면담 이후 서울에 돌아온 뒤 주일 한국대사를 통해 이런 내용을 일본측에 전달했으며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추가로 직접 관련 내용을 듣기 위해 지난 17일 방한해 정 장관을 비공개로 만났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는 이 자리에서 6자회담의 의제에 납치 문제도 포함시켜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 "김정일, 국교정상화 강하게 바라고 있다" 보도**
통일부 관계자가 김 위원장의 정확한 발언을 밝히고 나선 데는 일본 언론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이 잘못 전달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늘 일본 보도를 보면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앞뒤가 바뀌었다"고 해명했다.
실제로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18일 귀국한 야마사키 전 부총재가 전달한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은 통일부 관계자의 전언과는 차이를 보였다.
야마사키 전 부총재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핵과 납치 문제를 해결해 일북 국교 정상화를 달성하고 싶다는 생각에는 변함없다'는 일본측 메시지에 "일본의 의향을 진지하게 받아들였다. 북한도 국교 정상화를 강하게 바라고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
일본측의 '오해'는 고이즈미 총리를 통해 19일까지 이어졌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야마사키 전 부총재와 총리 관저에서 회담을 갖고 김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전해들은 뒤 "본인 정권 안에 핵과 납치문제를 해결해 북한과의 국교를 정상화하고 싶다는 의사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해 2006년 9월까지의 자신 임기 안에 국교 정상화에 전력을 다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에 따라 북일 관계 정상화 및 수교 협상이 다시 본궤도에 오르는 것 아니냐는 성급한 전망까지 나오기도 했다.
***일본, 北 '평화적 핵 이용'도 불허 방침. 북핵 해결 '딴지' 여전**
하지만 북일 수교 재개 움직임은 이런 '오해'뿐만 아니라 일본의 6자회담에 임하는 자세를 고려할 때 상당 기간 힘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본은 제4차 6자회담에서 납치문제를 제기하는 것 이외에도 북한의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도 불허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참가국들에게 제의할 방침을 굳혔기 때문이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군사 목적으로 전용될 수 있는 핵개발 여지를 남기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 일본 정부는 또 평화적 이용을 포함한 전면적인 핵계획 폐기 이외에 북한에 우라늄 농축을 포함한 모든 정보를 공개하고 폐기를 향한 1단계로서의 동결이 확실히 검증돼야 대북 에너지 지원을 실시한다는 조건을 내걸 계획이다.
북한은 그러나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 권리는 6자회담에서 논외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아울러 이같은 권리는 NPT조약에서도 보장하고 있는 사항이다. 에너지 지원에서도 북한은 핵동결을 시행하면 실시돼야 한다는 입장이어서 검증 이후 제공을 주장하는 일본과는 '온도차'를 보였다. 이밖에 평화적 목적의 핵 이용은 중국도 북한 입장을 이해하는 상황이어서 일본이 강력 주장하면 회담장에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정부 고위 당국자는 18일 "최근 한미일 3자협의에서도 일본이 다소 소극적인 입장이어서 우리측이 6자회담의 성공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점을 강하게 지적했다"며 "일본이 조금 더 적극적이고 전향적인 자세로 임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