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말 마감되는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 문제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들 내부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전라북도 군산시의회가 18일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신청 동의안을 가결했다.
***군산시의회, 전국 최초로 핵폐기장 유치 신청 동의안 가결**
군산시의회는 이날 집행부가 상정한 '중ㆍ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 유치신청 동의안'에 대한 투표를 실시해 찬성 18명, 반대 8명으로 가결했다. 이날 열린 제97차 정례회의에는 시의원 26명 전원이 참석했으며 이번 동의안에 대한 찬반 토론 없이 곧바로 표결에 들어갔다.
집행부는 제안설명을 통해 △핵폐기물처리장은 심리적인 불안감에 비해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설이고 △일자리 창출, 소비 촉진 등으로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되며 △핵폐기물처리장과 함께 유치되는 양성자 가속기 사업은 지역 발전에 대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유치신청 동의안을 상정했다고 밝혔다.
한편 핵폐기물처리장 찬성 및 반대 단체들은 이날 오전 10시부터 군산시청 주변에서 각각 찬반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이날 12개 중대 1300여 명을 동원해 찬반 단체의 청사 진입을 막았다.
***환경ㆍ주민단체 "공무원까지 나서서 유치 활동" 비판**
이번에 군산시의회가 유치신청 동의안을 가결함에 따라 핵폐기물처리장 유치신청을 둘러싼 지역 갈등은 극도로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찬성 여론을 이끌어내기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무리수를 둔 정황이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어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과정의 비민주성이 또 한번 논란이 되고 있다.
녹색연합, 청년환경센터,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단체와 지역의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반대 단체로 구성된 반핵국민행동은 19일 전날 군산시의회의 동의안 처리과정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지적했다.
이 단체는 "군산은 그동안 지역 의견을 들어야 할 공무원이 핵폐기물처리장 유치 조직까지 만들어 활동할 정도로 논란이 됐던 지역"이라며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군산 주민은 물론 인근 서천 주민까지 나서 반대 의사를 밝혔지만 군산시의회는 지역 주민의 의사와 무관한 결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또 "정부의 일방적인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강행과 일부 인사의 부화뇌동은 20년 동안 반복돼 왔고 그 때마다 온갖 경제 논리와 지역개발 논리로 핵폐기물처리장은 미화됐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됐다"며 "핵폐기물처리장의 일방적 추진은 제2, 제3의 부안을 낳으며 또 다른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산 선정 가능성 낮아…동해안 밀집 원전에서 서해안까지 핵폐기물 수송?**
정부는 8월 31일까지 유치 신청을 한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10월 중 주민투표를 실시해 찬성 여론이 높은 곳을 최종 부지로 선정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군산을 비롯해 경주, 울진, 삼척 등에서 찬성 여론 조성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최종 선정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군산의 경우에는 설사 지역 주민들의 찬성 여론이 높고 적합한 부지를 찾는다고 하더라도 동해안에 밀집해 있는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핵폐기물을 서해안의 군산까지 옮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어서 적합성 논란도 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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