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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개발로 호남정맥이 무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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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난개발로 호남정맥이 무너지고 있다"

녹색연합, 4백60㎞ 호남정맥 난개발 실태 폭로

전라북도 장수 영취산에서 갈라져 전라남도 광양 백운산까지 이어지는 호남정맥(총연장 4백60㎞)의 난개발 실태가 최초로 확인 공개됐다. '호남의 생태축'이 광산·댐·도로·군사시설 등 난개발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녹색연합, "난개발에 호남정맥이 무너지고 있다"**

녹색연합은 6일 오전 '호남정맥 환경 현안 보고서'를 통해 난개발로 심각하게 훼손된 호남정맥의 실상을 폭로했다. 이 보고서는 2004년 12월 1일부터 2005년 6월 30일까지 녹색연합과 광주전남녹색연합이 7개월간 호남정맥 4백60㎞를 직접 현장 조사해 그 결과를 종합한 것.

호남정맥은 백두대간 영취산에서 갈라져 전남 광양 백운산까지 이어지며 전라남·북도를 가로지르는 생태 축으로 장안산, 내장산, 무등산, 조계산 등 호남 지역의 명산을 아우른다. 이 호남정맥은 금강, 동진강, 만경강, 섬진강, 영산강, 탐진강 등 호남 지역 주요 하천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특히 호남정맥은 호남 지역 야생 동·식물 서식지여서 생태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녹색연합이 이날 공개한 호남정맥의 난개발 실태는 아주 심각하다. 호남정맥 곳곳을 뚫고 있는 70여 개의 도로는 호남정맥의 생태 통로를 평균 6.6㎞마다 끊고 있다. 이것은 전라남·북도의 야생 동·식물 서식지의 직경이 6.6㎞에 불과함을 뜻한다. 이 도로의 상당수가 차가 다니지 않는 전형적인 예산 낭비 도로인 것도 심각한 문제다.

곳곳에 방치된 사용이 끝난 광산, 군사시설도 호남정맥 훼손에 한몫 하고 있다. 호남정맥 곳곳에 10여 개의 광산이 복원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으며, 사용이 끝난 참호, 교통호와 같은 군사시설들이 특수폐기물과 함께 방치돼 있는 실정이다. 이밖에 농촌용수 개발을 명목으로 계곡을 막고 산림 생태계를 절단하고 재해를 유발하는 무분별한 임도 건설 등 생태계 훼손을 부추기는 난개발이 계속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추가적인 도로 건설 중단 및 훼손도로 절개지 복원·생태 통로 설치 ▲광산으로 훼손된 곳에 대한 생태 복원 ▲군사시설 철거 및 생태 복원 ▲무분별한 임도 건설 중단 및 생태 친화적인 조림 실시 ▲호남정맥에 대한 정밀 실태조사 등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요구했다.

녹색연합 '호남정맥 환경 현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을 고발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생태계 단절과 과잉 투자의 주범, 도로**

호남정맥을 관통하는 70여 개의 도로는 환경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전북 장수군의 장수관광순환도로, 7백42번 지방도로 등이다.

장수관광순환도로는 4백98억을 들여 터널 3개를 포함한 총 12.3㎞의 도로를 개설될 예정이다. 호남정맥을 마구잡이로 훼손하며 진행되고 있는 이 도로는 12월 31일 완공 예정이나 정작 그 실효성과 경제성에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이미 장수군에는 13, 19번 국도, 7백43번 지방도로가 확·포장돼 이 일대의 주요 물동량 수송과 교통난 해소에 충분한 기능을 하고 있다.

전북 장수군 장수읍과 진안군 백운면을 이어주는 7백42번 2차선 포장도로 역시 통행량이 없기는 마찬가지. 산허리를 완전히 단절하면서 만들어진 이 도로는 그 기능을 상실한 채 가끔 등산객만 머무르는 황량한 곳이 됐다. 심지어 전남 화순군 이양면과 장흥군 노동면을 지나는 예재 등의 옛 도로와 같이 인근에 새로운 도로가 만들어지면서 아예 쓰레기더미가 쌓인 쓰레기장이 된 곳도 있다.

<사진 1>

***파헤치고 방치된 광산-환경 관리의 사각지대 군사시설**

호남정맥의 산림을 대규모로 훼손한 주범은 광산이다. 산림을 대규모로 파괴하고 복원이나 복구를 하지 않은 채 방치된 광산이 여러 곳 있었지만 가장 대표적인 곳이 순천의 청소리 채석 광산이다.

청소리 채석 광산은 2002년 부도가 나 폐광된 뒤 지금까지 방치된 채 남아 있다. 광산 곳곳에 버려진 폐기물만 해도 수백t에 이르며, 유류에 절은 폐기물을 비롯해 폐유통, 오일통, 고무폐기물, 폐콘크리트는 물론이고 골재 파쇄기, 처리 파쇄기 등도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렇게 광산의 환경 훼손이 심각한 것은 사업 과정에서 복원을 전제하지 않고 개발만 고려하고 있기 때문. 특히 산업자원부가 주관하는 광산법은 광산의 개발과 이용에 초점이 맞춰져 환경 저감이나 산림 훼손을 고려하지 않아 관리·감독이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사진 2>

5~10년 이상 된 호남정맥 곳곳의 군사시설도 큰 문제다. 사용하지 않은 훈련시설과 폐기물이 곳곳에 방치돼 산림의 훼손과 오염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밖에 더 이상 필요가 없어진 무등산 공군기지 같은 곳에 대한 철수와 복원도 필요하다. 구형 나이키 미사일을 운용하는 부대가 주둔 중인 무등산 공군기지의 경우 인근 광주공항에 패트리어트 부대가 주둔하면서 군사적 효용 가치가 크게 줄었다.

<사진 3>, <사진 4>

***필요성 없이 환경만 파괴하는 댐**

큰 필요성 없이 환경만 파괴하는 댐이 무분별하게 건설되고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녹색연합은 그 대표적인 예로 섬진강의 발원지인 전북 장수군 번암면의 덕산 계곡을 막는 용림제 건설을 들었다.

용림제는 농업기반공사가 농촌용수 개발을 위해 진행하는 사업. 흐르는 강을 막아선 댐은 야생 생물이 살던 숲과 계곡을 물로 덮어 생태계를 파괴할 뿐만 아니라, 댐에서 흘러나오는 일정한 양과 온도의 물은 주변 생태계를 혼란에 빠뜨린다. 하지만 하류에는 이미 수자원공사에서 건설한 대형 댐이 있어 이 용림제의 실효성이 의심 받고 있는 상황이다.

녹색연합은 "계곡을 막을 때 계곡과 지천에 서식하는 수생동물을 비롯한 생물의 서식지를 충분히 보장하는 기초 위에서 댐이 설계되고 시공돼야 한다"며 "가급적 콘크리트 위주의 공법보다 계곡의 암석, 돌, 목재를 중심으로 하고 일부 철재를 사용하는 공법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용림댐 1>, <용림댐 2>

***그물망처럼 얽힌 임도는 산림 '관리'가 아닌 '파괴' 부추겨**

산림 관리를 위해 불가피하게 개설해 온 임도가 오히려 산림 파괴를 낳고 있다. 호남정맥의 주능선에서는 어디서나 그물망처럼 얽힌 수많은 임도가 붉은 띠 형태로 조망된다. 벌목이 진행되고 있는 산의 경우에는 임도가 등산로 주위에 어지럽게 얽혀 있어 산 전체가 임도가 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부분 급한 경사면을 절개하고 들어선 임도는 태생적으로 산사태의 위험을 안고 있다. 여름철 집중 호우가 지나고 나면 임도로 인한 산사태가 호남정맥 곳곳에서 발견되며, 이 임도를 정상화하기 위한 공사를 하는 과정에서 산림을 또다시 훼손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임도 개설에 따라 야생 동·식물 서식지에 대한 접근성이 용이하게 된 것도 큰 문제다. 특히 각종 야생 동물이 임도로 접근하는 불법 밀렵꾼에게 노출돼 있고, 이들과 등산객이 버린 폐기물 역시 환경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진 5>

***대규모 관광 시설로 파괴되는 생태계**

지역 개발을 목적으로 한 무분별한 관광 시설이 생태계 파괴로 이어진 현장도 곳곳에서 발견됐다. 그 중 대표적인 곳이 전북 순창군의 강청산. 이 곳은 1981년 우리나라 최초로 군립공원으로 지정될 정도로 생태계와 경관이 뛰어난 곳이다.

강청산 군립공원 안에는 이미 휴양객을 위한 소공원, 인공폭포, 구름다리 등의 시설물이 들어서 있는데도 대형 인공 폭포, 유원지 등의 조성을 위해 강청산 계곡이 파헤쳐지고 있다.

특히 전국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는 천편일률적인 관광·레저 시설은 언젠가는 흉물로 변할 게 뻔한 데도 지방자치단체의 관광 수입 증대라는 미명 하에 계속 추진되고 있다.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고려하지 않는 이런 관광·레저 시설은 산림을 잠식할 뿐만 아니라 더 많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추가적인 생태계 파괴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사진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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