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계 생성 초기의 신비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얻기 위한 혜성 충돌 실험이 성공했다.
***오후 2시52분 혜성 충돌 실험 '대성공', "예상보다 큰 충돌"**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4일 우주 탐사선 '딥 임팩트'가 발사한 충돌체가 한국 시간으로 오후 2시52분 혜성 '템펠1'과 충돌했다고 밝혔다.
딥 임팩트는 앞서 템펠1과 충돌 실험을 위해 3일 오후 3시7분 세탁기 정도 크기의 충돌체를 발사했으며, 이 충돌체는 약 24시간 동안 시속 3만7천㎞의 속도로 80만㎞를 날아 혜성과 충돌했다. 충돌체가 혜성의 표면에 부딪히는 순간에는 불꽃이 이는 장관이 연출됐으며 얼음덩어리로 보이는 파편들이 튀고 가스가 대량으로 나왔다.
충돌 실험 성공과 동시에 이번 실험을 추진한 NASA 제트추진연구소 연구원들은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NASA 관계자는 "원하는 곳을 정확히 타격했고 충돌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컸다"며 "이보다 더 좋은 장면을 상상하기 힘들 것"이라고 인류 역사상 최초로 연출한 혜성과의 충돌 실험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한편 한국천문연구원(원장 박석재)도 미국 아리조나주에 설치·보유한 레몬산 천문대의 망원경을 통해 이번 충돌 실험을 관측해 충돌 전(1시54분)과 후(3시16분)의 사진을 공개했다. 레몬산 천문대에는 인터넷을 이용해 무인 원격 조정되는 1m 광학 망원경이 설치·운영되고 있다.
<그림1> 딥 임팩트가 발사한 충돌체가 혜성과 충돌하면서 가스가 대량으로 나오고 있다.
***태양계 생성 초기 신비 밝히는 게 목적, 공학적 계산 정확성 비약적 증가**
이번 충돌 실험으로 태양계 생성 초기의 신비를 밝힐 수 있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과학자들은 이번 충돌로 생긴 템펠1의 잔해로부터 태양계 생성의 실마리를 포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혜성 내부에는 태양계 생성 당시의 물질로 예상되는 메탄, 암모니아, 이산화탄소, 시안화수소 등이 비교적 원상태 그대로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편 이번 실험은 공학적 계산의 정확성이 비약적으로 증가했음을 방증하는 것이어서 더욱 과학자들을 흥분시키고 있다. NASA 관계자는 "충돌 당시 템펠1의 속도는 초속 10㎞로 사실상 이번 실험은 날아가는 총알에서 또다시 총알을 발사해 다른 날아가는 총알을 정확한 시간에 정확한 장소에서 맞추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실험에 총 33억3천만달러(약 3조3천3백억원)의 비용을 들인 NASA는 앞으로 수일 동안 충돌 후 혜성 표면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충돌과 동시에 분출된 물질의 성분은 무엇인지를 딥 임팩트에 탑재된 관측 장비와 지구로 전송된 충돌 당시의 사진을 통해 분석할 예정이다.
<그림2> 한국천문연구원이 충돌 전(1시54분)과 후(3시16분)을 찍은 사진.
***영화와 달리 '궤도 수정' 없어, "보잉 항공기에 모기 부딪힌 것"**
지난 1월 발사된 딤 임펙트의 명칭은 1998년 개봉한 동명의 미국 할리우드 영화에서 따온 것이다.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는 가상 상황을 설정한 영화에서는 핵폭발로도 혜성의 궤도가 바뀌지 않자 결국 핵폭발 임무를 맡은 우주선이 충돌해 극적으로 지구와의 정면 충돌을 피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에서는 높이와 지름 1m의 원통 모양에 1백44㎏이 나가는 구리 충돌체가 쓰였기 때문에 궤도를 바꾸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충돌 전 NASA 관계자는 "이번 실험은 모기 한 마리가 보잉 항공기에 정면충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충돌 후에는 혜성 표면에 최소 집 한 채 크기에서 최대 축구 경기장 정도의 크기에, 빌딩 2~14층 정도 깊이의 구멍이 생기겠지만 혜성에게 주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충돌 후에는 축구장 크기의 구멍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템펠1은 지난 1867년 4월 3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에른스트 빌헬름 템펠에 의해 발견된 주기 혜성이다. 목성과 토성 사이를 지나며 공전하는 템펠1은 발견 당시부터 1881년까지 5.68년을 주기로 태양을 공전했으나, 그 뒤에는 목성의 중력의 영향으로 공전 주기가 짧아져 현재 5.5년을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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