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 정책을 다시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산업자원부가 핵폐기물 발생량을 의도적으로 확대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환경단체는 이런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환경단체, "산자부 중ㆍ저준위 핵폐기물 저장 용량 포화 시점 거짓말"**
녹색연합과 환경운동연합은 27일 "'원자력 발전소 내 핵폐기물 저장 용량이 포화돼 영구 처분장이 필요하다'는 산자부의 논리는 10년 전 핵폐기물 발생량을 기준으로 사용한 잘못된 산정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들 단체는 "그 동안 수차례 산자부는 2008년 울진부터 각 원전 내 임시 저장고가 포화된다고 주장해왔다"며 "하지만 이 예상 포화 시점 산정은 10여 년 전인 1994년에 산출된 원전 한 기 당 연간 핵폐기물 발생량 2백57~4백60 드럼에 근거하고 있는 것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지난 10년 간 중ㆍ저준위 폐기물 발생량의 부피가 감소된 걸 감안하면 울진 원전 임시 저장고의 포화 시점은 2008년이 아니라 2019년으로 늦춰지며, 월성 원전의 경우에도 2028년으로 늦추는 것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04년 국내 원전의 운영 실적을 보면 한 호기 당 연평균 중ㆍ저준위 폐기물 발생량은 1백25드럼 수준이다. 지난 10년 간 중ㆍ저준위 폐기물 발생량은 부피를 감소시키는 기술의 발전으로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 등에 따르면 2006년 완공되는 울진의 유리화 설비가 가동되면 그 부피가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캐나다 핵폐기물 5배 많지만 성급히 추진 안 해-국토 협소한테 고/중ㆍ저준위 구분 설치도 문제**
이런 환경단체의 주장에 대해서 산자부는 "압축 기술로 부피를 줄일 수 있게 된 것은 사실이지만 이미 그 전에 임시 저장고에 저장한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이 있기 때문에 포화 시점은 변함이 없다"며 "환경단체의 주장은 이미 저장한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을 다시 꺼내 압축해야 한다는 것과 똑같은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해명에도 불구하고 산자부가 특별한 원칙과 장기 계획 없이 상황에 따라 임시 서 저장고를 건설해서 운용했다는 비판을 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실제로 2008~9년에 임시 저장고가 포화된다고 홍보하는 울진, 월성의 경우에는 한두 기의 임시 저장고를 보유한 반면, 고리 원전의 경우에는 네 기의 임시 저장고를 보유하고 있어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이것은 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더욱더 두드러진다. 캐나다의 경우 한국보다 무려 다섯 배나 더 많은 약 32만 드럼의 원전 폐기물을 보유하고 있는데도 성급한 처분장 추진을 유보하고 있다. 대신 캐나다 정부는 '사용 후 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핵폐기물 외에 중ㆍ저준위 핵폐기물 역시 사회적 합의 과정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충분한 시간을 두고 최종 처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모색하고 있다.
우리나라처럼 국토가 협소한 원전 보유국들이 별도로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두지 않는 것도 따져봐야 할 대목이다. 국토가 협소한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는 모두 다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별도로 보유하고 있지 않다. 어차피 고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굳이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을 따로 짓는 국토 낭비를 피하자는 논리다.
녹색연합과 환경연합은 "산자부가 '핵폐기물처리장을 지어야 한다'는 전제 하에 여러 근거들을 끼워 맞추고 있다"며 "중ㆍ저준위 핵폐기물처리장이야말로 전형적인 '타당성 없이 추진되는 국책 사업'"이라고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27일 이런 사실에 대해서 감사원의 감사를 청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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