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연천군 중부전선 GP 내무반에서 발생한 수류탄 투척 및 총기난사 사건 당시 군은 사태가 적에 의한 소행인지 내부 소행인지도 구분하지 못한 채 혼란에 빠졌던 사실이 공개돼 초기 대응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무장상태였던 상황실도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軍, 총기난사사건 당시 ‘피-아’ 구분도 못해, 북한군 소행으로 오인하기도**
20일 국방부에 따르면, 19일 새벽 2시 36분경 GP 상황실에서 폭음을 들은 후임 소초장 이 모 중위는 상황병에게 연대에 보고토록 지시했으나 상황병은 사태파악이 되지 않자 “피-아 구분이 불가하다”는 내용의 보고를 올렸다.
같은 시각 GOP를 순찰중이던 3중대장도 폭음과 총성을 듣고 무전으로 대대에 유사한 보고를 보냈으며 총기를 난사한 김 모 일병과 함께 그 날 당일 GP 전-후방 초소에 근무하던 나머지 3명은 폭음이 들린 내무반 지역으로 경계방향을 전환하고 촉각을 곤두세웠다.
2분 뒤인 2시 38분경에는 GOP 대대 인사장교가 GP로 확인전화를 걸어왔으나 GP 상황병은 이번에는 적에 의한 공격으로 판단하고 작은 소리로 “적으로부터 총격이 있었다”고 보고했다.
GOP 대대 상황병은 2시 39분경 이같은 보고에 적군에 의한 사태 전개로 ‘오판’하고 “000GP 적으로부터 피격”이라는 내용을 ‘고속지령대’를 통해 연대장과 사단장에 급박하게 보고했다. 이에 따라 ‘적군에 의한 피격’ 보고는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은 물론이고 육군 등 주요 기관에 순식간에 퍼져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혼란상은 후임 GP장이 김 일병으로부터 난사를 당한 다음에도 이어졌다. 후임 GP장인 이 중위도 상황 확인차 상황실에서 나오려던 찰나 피격을 당했으나 피해를 입지 않고 바로 다시 상황실에 복귀해 연대 상황실에 “나도 공격을 받음, 피-아 구분 불가”라는 내용을 보고했다.
결국 이러한 극심한 오판 상황에서 이 중위는 상황이 종료된 2시 44분경 상황병 2명을 대동한 채 GP 내부를 순찰해 피해를 확인하고 자신을 공격한 사람이 전투복을 입고 있던 점을 근거로 당시 전투복을 착용하고 있던 병사 5명을 집결 조치시킨 뒤 자백을 받은 3시경이 되서야 이번 사건이 적군 소행이 아니라 내부자 소행이라는 점을 파악하게 됐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 후 20여분 동안 군 당국은 피-아 구분도 못한 채 엉뚱하게도 적군의 소행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운 꼴이 됐다.
***무장한 상황실 제대로 대처 못해 **
국방부는 한편 ‘상황실은 수류탄 투척 후 7분동안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 “상황실에 있던 이 중위도 공격을 당해 겁이 들었던 것”이라며 “여러가지 상황을 보고하고 준비하는 시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상황실에는 당시 4명이 근무하고 있었으며 이들은 K-2 소총 등 개인화기를 소지한 채 무장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박철수 합동수사단장은 이에 대해 20일 중간수사발표를 하며 “아쉬운 부분은 그때 이 중위가 과감하게 조치했다면 이 일이 더 빨리 끝났을 수도 있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또 ‘내무반 병사들은 수류탄 터진 후 무엇을 했냐’는 질문에도 “내무반은 잠자고 있다가 수류탄이 터졌다는 점을 상상해 볼 때 무척 혼란스럽고 정신이 없는 상태였을 것”이라고 섞연치 않은 해명을 했다.
이러한 부분들은 또한 이번 사건을 둘러싼 의혹을 증폭시키는 내용들이어서 보다 정확한 조사가 진행되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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