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이 합작한 최초의 현대식 대량 의약품 생산 공장이 북한 평양에 들어서 필수 의약품인 기초 수액제(링거액) 연간 수백만 병을 북한 주민에게 공급할 수 있게 됐다.
***연간 5백만병 수액제 생산하는 남북 합작 공장 평양에 들어서**
지난 9일 남북한 관계자 2백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평양 정성수액공장이 준공식을 갖고 연간 5백만 병의 기초 수액제 생산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이 공장은 남측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과 기아대책, 북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과 정성제약연구소가 협력해 2003년 3월부터 2년여에 걸쳐 공사를 벌인 끝에 완성됐다.
북측 책임자인 정성제약연구소 전영란(53) 소장은 9일 준공식에서 "역사적인 6ㆍ15 공동선언 발표 5주년을 맞는 시점에서 북과 남이 힘을 합쳐 훌륭히 건설한 이 공장의 준공식을 가지게 돼 너무 기쁘다"며 "이 공장을 통해 우리 민족의 제약 기술 발전과 인민들의 복리 증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평양시 낙랑구역 통일거리 정성제약공장 내에 설립된 이 공장은 2천6백㎡(7백85평) 규모로 연간 5백만병 이상의 각종 수액제(5% 포도당, 하트만 주사약, 생리식염수 등)를 생산하게 된다. 총 사업비 27억원 중 부지 및 기본 건축비는 북측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남측에서 부담했다.
***최신 현대식 시설, "북한 보건의료 상황 개선에 큰 기여할 것"**
이날 준공된 정성수액공장은 국제 우수 의약품 제조ㆍ관리 기준인 GMP 규정에 따라 건설된 최초의 현대적 수액 제조 공장이다.
준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동행한 남측 보건의료 전문가들은 "시설 면에서 남측 수액 공장과 비교했을 때도 손색이 없을 정도"라며 "북한의 열악한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각종 수액제는 환자 치료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것이지만 북한에서는 생산 시설이 없어서 어려움을 겪어 왔었다.
실제로 이날 준공 소식을 접한 한 북한 주민 김모(26)씨는 "이곳 인민들도 정성수액공장 준공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치료에 꼭 필요한 중요한 의약품이 남측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생산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크게 고마워하고 있다"고 북측 분위기를 전했다.
이 공장은 북측 민화협과 정성제약연구소가 운영을 맡게 되며, 남측은 공장의 정상 운영을 위한 기본 자재 및 기술 지원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생각이다. 또 향후 품질 관리를 위한 각종 기기를 지원하고 정제(알약) 생산 공장 준공을 위한 지원도 계속된다.
***"제약회사 건설, 남북 '윈윈'할 새로운 경제협력 모델"**
이번 공장 준공식은 민간 차원의 남북 교류 의미 외에도 남북 경제협력의 긍정적인 모델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가 각별하다.
앞으로 정성수액공장에서 생산될 각종 수액제의 경우 남측에서는 이미 제약회사들이 생산 규모 축소를 진행하고 있는 형편이다. 채산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남측 기업으로서는 수액제를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데 부담을 갖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심화되면 필수 의약품의 생산 라인을 유지하기 위해서 기업에 보조금을 줘야하나 이 역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한 남측 보건의료 관계자는 "정성수액공장 운영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수액 제조 기술이 북측에 성공적으로 이전될 경우 남북한이 필요한 수액을 북측에서 생산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며 "이 경우 북측은 주민들에게 필수 의약품을 공급할 의약품 제조 기술 역량을 축적할 수 있고, 남측 역시 필수 의약품 공급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게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덤으로 남북한 경제 협력까지 확대되는 것이니 이것이야말로 '윈윈'일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한 예를 들어 현재 정성제약연구소에서 생산하는 결핵 치료제인 이소니아지드, 리팜피신 등은 전 세계에서 널리 쓰이는 것이지만 국내에서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채산성을 이유로 생산이 중단된 상태다. 만약 북한에서 이 결핵 치료제를 대량 생산할 경우 1995년 이후 식량 위기가 계속되면서 급증하고 있는 결핵 환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최근 결핵 환자가 늘고 있는 남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식의 경제협력은 일본이 196~70년대 우리나라에 동남아시아에 공해 산업을 대거 이전한 것과는 다른 형태로 남북한의 긍정적인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적극 권장되어야 할 경제협력 모델이다.
***최고 종합병원 화재 병동 방치, "북한 보건의료 현실 남측 비해 심각하게 낙후"**
한편 북한의 보건의료 현실은 예상했던 대로 심각해 남측의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9일 오후 정성수액공장 준공식에 앞서 남측 관계자 40여명이 별도로 방문한 평양 적십자 병원의 상황은 북한 보건의료 현실을 압축적으로 보여줬다. 이 병원은 1천석 병상을 갖고 있는 북한 최대 종합병원으로 북한 보건의료 체계의 정점에 위치한 곳이다.
하지만 평양 적십자 병원의 현실은 북쪽이 공개한 일부만으로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우선 2004년 10월 화재로 골격만 남은 본관 뒤편 네 개 병동의 복구가 미뤄진 채 방치돼 있는 상황이었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은 화재로 피해를 입은 네 개 병동 복구 위한 지원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환자들에게 공급할 식수 공급 역시 열악한 형편이었으나 이는 기아대책이 2004년 7월 5백t을 공급하는 지하수를 개발을 지원해 상황이 일부 호전됐다. 적십자 병원뿐만 아니라 북한 전역은 급수 시설 자체가 3~40년 전에 설치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식수 공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이날 평양 적십자 병원을 방문한 남측 보건의료 전문가는 "최근 남쪽에서 건물을 새로 지은 한 종합병원과 비교하면 평양 적십자 병원의 현실은 참담하다"며 "남쪽에 비해서 수십년 낙후된 북한 보건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될 것"이라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북한 역시 보건의료 체계의 최우선 과제로 '평양 적십자 병원 현대화'를 꼽는 등 현재 열악한 북한의 보건의료 현실을 인정하고 있어, 앞으로 민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한층 더 심화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