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군사적 조치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외교적 방법이 완전히 소진될 경우에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부 등 미국의 대북 압박 조치를 수용할 것이라는 뜻을 미국측에 전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와 주목된다.
***盧, "북핵외교 모두 소진되면 대북강경조치 수용" **
<워싱턴포스트>는 9일(현지시간) 노 대통령의 협상 계획에 정통한 익명의 한국 정부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노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10일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외교적 해결에 계속 나설 것을 재확인하도록 주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노 대통령은 아울러 어떠한 대북 군사 제재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조할 예정이라고 WP는 전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대신 만일 외교적 방법이 분명하게 소진됐을 경우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미국의 보다 강경한 조치들을 지지한다는 뜻을 확약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러한 조치에는 북한의 유엔 안보리 회부 찬성도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익명의 한 한국 소식통은 "만일 우리가 가능한 모든 외교적 방법을 다 동원하고도 어떤 것도 이루지 못한다면 우리는 군사적 대응에 준하는(up to the point of a military response) 것도 지지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우리는 미국에게 이런 점을 밝힐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적 대응에 준하는 조치'란 북한에 대한 완전봉쇄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한미, '외교' 데드라인-대북 인센티브 두고 이견"**
한국 관리들은 또한 WP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회담의 주된 목적은 "한미 양국 관계가 점차 긴장상태가 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단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양국 외교부서 관리들은 한미 동맹이 갈라졌다는 어떠한 인상도 불식시키기 위해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이 나란히 협력하도록 하고 북핵문제에 관한 공동 입장을 재강조하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WP는 그러나 "한미 양국은 북한 당국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둘러싸고 의견이 나눠져 있는 상태"라며 "이러한 이견은 한국이 북한을 포괄적인 화해 정책으로 포용하면서 야기됐다"고 주장했다. 이 신문은 특히 '외교'가 언제까지 추진돼야 하고 북한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도록 하기 위해서, 또 합일점에 도달하기 위해서 북한에 무엇을 제공해야 할지를 두고서 '논쟁중'이라고 전해 한미정상회담 과정에 진통이 커다람을 시사했다.
요컨대 노 대통령은 경제 지원과 에너지 공급을 포함한 분명한 인센티브를 북한에 제공하길 옹호해 왔으나, 부시 정부는 너무 많은 것을 너무 빨리 약속하게 되면 핵 공갈에 굴복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관리들은 이와 관련 "이같이 '질질 끄는' 논쟁 때문에 양국 지도자들은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는 데 동의할 경우 북한에 새로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한국의 최근 제안의 세부 내용을 논의할 것 같지 않다"면서 "양국 정상은 북한의 핵 포기 지지라는 기본 입장을 재확인한 후에 그러한 목표를 어떻게 이룰지 등의 구체적인 해법은 양국 실무 차원에 남겨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대응, 최대관심사**
한편 '외교적 노력이 소진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준하는 조치'도 수용할 것이라는 WP보도가 한미정상회담에서 사실로 확인될 경우, 북한이 과연 어떻게 대응할지에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지난 6일 북-미 뉴욕접촉에서 6자회담 복귀 의사를 밝히면서도 그 시기는 언급하지 않아 11일 한미정상회담을 지켜본 뒤 최종방침을 정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아왔다. 따라서 한미정상회담에서 노무현대통령이 '군사적 대응에 준하는 조치'까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힐 경우 북한이 우리 정부에 대해 강력반발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럴 경우 우선 오는 15일 예정된 6.15 5주년 행사에 예정된 한국측 정부인사의 방북이나 추후 남북장관급회담이 북한의 보이콧으로 결렬되면서 남북관계가 급랭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과연 11일 한미정상회담에서 어떤 결론이 도출될지,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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