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3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스터(Mr)’라는 우호적 호칭을 붙여 부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최근 발언을 이례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북한이 지난달 13일 ‘뉴욕접촉’이후 미국 지도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중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경우 식량지원중단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北, “부시 ‘Mr’발언 유의, 6자재개 좋은 분위기 조성” 긍정평가 5월이후 처음**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북한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최근 기자회견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미스터(Mr)’라는 경칭을 사용해 부른 것을 유의하고 있다”고 밝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통신의 평양발 기사에 따르면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을 통해 이같이 말하고 “부시 대통령이 이러한 태도를 견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 것이며 그렇게 해결될 것으로 본다”면서 ‘폭군’이라고 비난하던 김정일 위원장에게 'Mr'라는 우호적 호칭을 사용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북한의 이같은 발언에 대해 “5월 중순 미국과의 실무 접촉 이후 북한이 부시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지도부의 발언에 긍정적으로 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검토가 최종 국면에 들어간 것을 엿보게 한다”고 분석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어 “부시 발언이 미국내 대북정책을 혼란에 빠뜨린 강경파와 온건파 사이의 투쟁을 종식시킨다면 6자회담 재개를 위해 좋은 분위기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평가하고 “우리는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그의 발언이 조령모개처럼 바뀌지 않을 것인지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러나 “미국이 북한을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부른 것은 북핵문제의 6자회담을 회복시키기 위한 최대 장애물”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강조했다. 그는 “미국이 진심으로 핵문제를 평화롭게 해결하길 원한다면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면서 “폭정의 전초기지 식의 비난을 거둬들이고 이러한 최대 장애물을 제거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에 앞서 2일 딕 체니 부통령의 ‘김정일은 무책임한 지도자’ 발언에 대해서는 “6자회담에 나오지 말라는 소리”라며 강력 비난하면서 “미국은 폭정의 전초기지 발언을 철회하며 회담 재개에 필요한 명분과 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한 바 있다.
***中, “北 핵실험하면 식량지원 중단검토”**
한편 <교도통신>은 이날 미국 정부 관계자와 6자회담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했을 경우 중국은 식량지원중단을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을 북한측에 전달했다”고 워싱턴발로 보도했다.
중국 사정에 밝은 이 회담 소식통은 “(북한이 핵실험을 실시하면) 중국은 식량지원중단을 검토할 것”이라며 “중국의 이러한 입장을 북한은 명확하게 알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같은 의사를 밝힌 것은 핵실험 이후 취해질 가능성이 큰 대북 경제제재와 군사적 긴장이 중국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핵실험은 절대 용인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식량부족분의 30~40%를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최대 원조국인 중국이 북한 핵실험 우려가 제기되기 시작한 4월 하순 이후 사실상의 대북 제재에 해당되는 식량지원중단을 명확히 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달 7일(현지시간) 중국의 대북식량지원중단과 관련, 중국 관리들을 인용해 “식량제공을 중단하는 것은 (석유공급중단보다) 북한에 훨씬 커다란 영향을 줄 것”이라며 “북한에 대한 모종의 수출 금지 확대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어 중국이 대북식량공급차단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계획을 차단할 것임을 시사한 바 있다.
***대북 에너지 중단은 선택지에서 제외한 듯**
그러나 중국은 대북 에너지 중단 방안은 선택지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신은 이와 관련 “중유 공급의 경우 한번 중단하면 공급 재개시 문제가 생길 위험이 높으며 북한의 체제전복은 선택지에 넣고 싶어하지 않는 중국으로서는 북한에 미치는 타격이 너무 커서 체제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WP는 지난달 보도를 통해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4월 26일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중국 정부에 대북 압박 일환으로 석유 공급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중국의 양시위(楊希雨) 조선반도사무판공실 주임은 이에 대해 “북한에 공급하는 석유엔 파라핀이 많이 함유돼 있기 때문에 송유관을 일시 막으면 심각한 손상을 받을 수 있다”면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고 WP는 전했다.
하지만 양시위 국장은 그 뒤 지난달 13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그런 선택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강력 부인하면서 “식량과 석유 등을 포함한 다른 제재 필요성이 없으며 안보리 제재 등의 아이디어도 반대한다”고 입장을 밝혔었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현 시점에선” 대북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해 북한이 핵실험을 하거나 평화적인 해결책 추진 약속을 저버릴 경우에는 입장이 바뀔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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