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6.15 공동선언 5주년 기념행사를 대폭 축소하자는 북측 요청과 관련, '민간 합의사항은 반드시 이행돼야 하고 북한이 이를 받아들일 경우 당국대표단의 규모 문제는 중요치 않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3일 오전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전화통지문을 북측에 보냈다.
***南, 北에 전통문 "민간합의 반드시 이행, 당국대표단 규모는 중요치 않아"**
통일부는 이날 오전 지난 1일 북측이 보내온 전화통지문에 대한 회신 전화통지문을 김웅희 6.15 남북당국행사 실무협의 수석대표 명의로 북측의 전종수 단장에게 보내, “6.15 통일대축전에 당초 남.북.해외 공동준비위원회(공준위)의 합의사항이 존중되고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정부는 전통문에서 “이번 행사를 원만이 성사시키는 것이 정세완화에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면서 “민간부문의 합의사항이 이행되지 않고서는 통일대축전 행사가 제대로 개최될 수 없으며 쌍방 당국 대표단의 파견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또 “민간이 참가한 가운데 이번 행사가 의미있게 진행되는 것이 긴요하다는 입장에서 당국 대표단의 규모 문제는 중요하지 않다”고 밝혀 민간부문의 합의사항이 이행돼 행사가 성사될 경우 정부 대표단의 규모에는 연연치 않겠다는 입장을 개진했다.
정부는 그러나 “이번 전통문에서 남북이 합의서에 서명한지 며칠도 지나지 않아 일방적으로 쌍방간 합의 내용을 변경하려는 북측의 태도에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고 밝혀 북측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정부는 아울러 “6.15 통일대축전의 의미와 상징성에 비춰보거나, 남.북.해외 공동준비위원회의 준비노력을 감안할 때 북측이 행사개최를 불과 10여일 앞두고 ‘정세’문제를 내세우면서 새로운 장애를 조성하고 있는 데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점도 전통문에서 북측에 지적했다.
북측은 지난 1일 전통문을 통해 “미국이 최근 핵문제와 관련해 북한 체제를 압박, 비난하는 등 축전개최와 관련한 새로운 난관이 조성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70명으로 합의된 우리측 대표단 규모를 30명으로 줄일 것을 요청했었다. 북측은 아울러 남측 공준위측에도 ‘미국이 남측에 스텔스 전폭기를 투입해 비상국면으로 가고 있으나 6.15 행사는 치러야 하는등 정세가 복잡하다’면서 당초 6백15명 규모의 민간대표단을 1백90명으로 줄인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부 ‘원칙’ 견지 방법에 고심, 민간 차원 힘 실어주기 차원인 듯**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이번 행사는 무엇보다도 민간 행사로 시작됐고 민간차원에서 오랜 기간 준비하고 주도돼 왔다는 점에서 민간 부문에 좀 더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이와 관련 2일 열린우리당과의 고위당정회의에 참석해 “숫자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민간단체의 경우 남북간 그동안 폭넓게 특별기구가 형성돼 민간차원에서 속 깊고 폭넓게 협의를 해온 사실이 있기 때문에 그 결과로 나타난 협상 결과는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남북간 특히 민간 부분간의 합의에 대해서는 약속이행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입장은 아울러 백낙청 남측 공준위 상임대표가 4일 평양을 방문해 북측의 축소 제안에 대한 구체적 배경 설명을 듣고 남북해외준비위간 수차례 합의해온 원안대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데 따른 지원사격의 성격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선 민간차원에서 북측과 협의를 하는 시점이어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정세 판단’인 셈이다.
정부로서는 그러나 당국대표단을 70명에서 30명으로 줄이고 민간대표단도 6백15명에서 1백90명으로 줄이는 북측 ‘요청’을 받아들인다면 남북간 체결한 합의가 ‘훼손’된다는 점에서 고민이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북에 끌려다닌다는 일각의 비판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합의 자체가 깨질 우려가 있다는 점이 정부의 행동반경폭을 상당히 협소하게 하고 있다. 이같은 입장 속에서 일단 비교적 상호간 합의점을 찾기 쉬운 민간대표단에서만이라도 당초 규모를 유지케 하려는 것이 정부의 전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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