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일 '환경의 날'을 맞아 환경단체들이 다시 한번 참여정부의 환경 정책의 전환을 촉구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오는 4일 청와대 지속가능발전위원회 주도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비전(가칭)'을 발표할 예정이나 '립 서비스'에 그칠 가능성이 많아 환경단체와 냉랭한 관계는 계속될 전망이다.
***환경회의, "개발 정책 고수하면 환경 갈등 더욱더 증폭될 것"**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환경정의 등 환경단체들의 모임인 한국환경회의는 5일 환경의 날을 앞두고 2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중단, 새만금 간척사업 잠정 중단,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중단, 농지법 개정 중단 등을 다시 한번 촉구했다.
환경회의는 '국가 환경정책의 전환을 촉구한다'는 대정부 촉구문을 통해 "참여정부는 기존의 개발주의를 그대로 답습할 뿐만 아니라, 그나마 지켜져 왔던 환경 규제 조치들마저 완화해가며 전 국토를 개발과 착취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회의는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개발 정책에 대한 일대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환경 갈등은 더욱더 증폭될 것"이며 "정부에 대한 환경운동 진영과 국민들의 불신은 회복되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환경회의는 정부가 '반환경 정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핵폐기물처리장 건설 추진 중단과 원자력 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 전환, ▲새만금 공사 잠정 중단 및 합리적 해결 모색, ▲관광·레저형 기업도시 추진 중단, ▲농지법 개정 중단, ▲수도권 규제 완화 철회, ▲수요 없는 민자 도로 건설 중단, ▲조세 제도의 환경성 강화, ▲반환 미군 기지의 환경오염 조사와 복원 및 공공적 이용 등을 촉구했다.
***"핵폐기장, 새만금 간척사업 중단 후 대안 모색해야"**
환경회의는 우선 환경갈등을 유발할 게 뻔한 진행중인 국책 사업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환경회의는 핵폐기물처리장과 관련해, "참여정부는 2년 동안 세 차례나 핵폐기물처리장 부지 선정을 추진했으나 '부안 사태' 등 사회적 갈등과 혼란을 반복해왔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핵폐기물처리장 추진 정책을 백지화하고 원자력 발전 위주의 에너지 정책의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환경회의는 또 새만금 간척사업과 관련해, "지난 2월 서울행정법원이 새만금 간척사업의 면허 취소나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판결을 내렸으며, 정부도 최근 애초 농지를 조성하는 목적 대신 종합 개발로 전환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며 "환경 영향, 경제성 검토가 근본적으로 의문시되는 새만금 간척사업 방조제 공사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해수를 유통시킨 뒤, 새만금의 합리적 해결을 다시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기업도시, 농지법 개정 등 각종 개발 계획 철회해야"**
환경회의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추진되는 각종 개발 계획에 대해서도 전면 철회 또는 방향 수정을 요구했다.
환경회의는 "작년에 통과된 기업도시개발특별법은 국가 공공 기능의 파괴, 재벌 개혁 후퇴, 골프장 등 사행 산업 조장과 그로 인한 환경 파괴 등의 문제점을 가지고 있고 토지 수용권에 대해서는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했다"며 "특히 공익성 여부의 문제가 제기되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애초의 입법 취지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경회의는 "기업도시 유형 중에서 국토 균형 발전 효과나 고용 창출 효과 등이 떨어지는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는 제외되어야 한다"며 "또 수도권, 충청권 입지 금지, 개발 이익 환수 비율 대폭 상향 등의 조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농지법 개정 시도에 대해서도 환경회의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회의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농지법 개정안은 농지 소유의 주체를 '농민'에서 '비농민'으로 확대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며 "비농업인의 농지 소유 허용은 투기 자본이 농지를 장기적 토지 투기의 대상으로 만들어 농지 소멸을 가속화하고 국토 생태계 파괴와 식량 주권 포기라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경회의는 또 "정부가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을 새로 증설하는 것을 허용하고나 외국인 투자 기업의 새로운 증설 기한 연장 등을 논의하는 것은 역대 최악의 수도권 정책을 야기할 것"이라며 "현재의 수도권 공장 총량제는 유지해야 하며, 수도권에 대기업 공장 또는 외국인 투자 기업이 새로 증설하거나 증설 기한을 연장하려는 방침도 즉각 철회되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환경회의는 이밖에 "신공항 고속도로, 천안-논산 고속도로 등 현재 건설된 대부분 민자 도로의 교통량이 예측 수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극심한 적자를 빚고 있다"며 "현재의 방만하고 무분별한 민자 도로 건설을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도 4일 '환경 비전' 제시, '립 서비스'에 그칠 전망**
이런 환경단체의 주장이 정부 정책에 반영될 가능성은 사실상 '거의 없다'는 게 중론이다.
청와대는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수개월 전부터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중심이 돼 참여정부의 환경 비전을 준비해 오는 4일 '환경의 날' 기념식에 맞춰 발표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환경 비전 자체가 말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그 동안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추진해 온 환경 비전들은 이미 참여정부 3년차에 들어서면서 추진될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 대표적인 것이 에너지 정책이다. 그간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재생 가능 에너지의 확대를 골자로 한 '에너지 전환'을 참여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할 것을 주장해왔으나 사실상 국정 운영에 반영된 것은 거의 없다.
기존 계획된 원자력발전소 및 핵폐기물처리장 건설이 계속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기존 원자력 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시스템에 '수소 에너지' 기술을 결합하는 방식의 '수소 시대'에 노무현 대통령의 관심이 쏠려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사실상 원자력 발전 의존도를 높이는 쪽으로 에너지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참여정부의 문제는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철학 자체가 결여된 것"이라며 "경제가 어려울 때 기존의 관행을 검토하고 다른 방식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기보다 부동산 경기 부양과 같은 구태의연한 개발시대 방식을 좇는 것이 그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다른 환경단체 관계자도 "4일 발표할 것에서도 기대할 게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씁쓸한 심정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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