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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외국업체들과 '수의계약'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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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십자사, 외국업체들과 '수의계약' 파문

규정 깨고 수백억대 수의계약, 외국업체서 거액 금품 제공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외국계 업체들과 연간 수백억원대의 헌혈장비 납품계약을 맺으면서 이들과 10원 단위까지 일치하는 가격으로 수의계약을 한 사실이 확인돼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됐다.

이들 업체는 미국 등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의료기기를 수입·판매해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검찰 조사를 통해 적십자사에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적십자사, 수백억원대 헌혈장비 수의계약**

27일 <프레시안>이 입수한 적십자사와 헌혈장비 납품업체 사이에 맺은 계약서에 따르면, 적십자사는 헌혈 장비를 납품하는 S사, E사, G사 등과 똑같은 가격에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드러났다. S사, E사는 미국에, G사는 스웨덴에 본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기업이다.

적십자사는 지난 2월28일 S사, E사, G사와 혈소판 성분 채혈 장비에 대한 단가를 각각 1세트당 14만1천1백60원으로 일괄 조정했다(S사는 항응고제 가격 1천8백69원을 더한 14만3천20원). 이에 앞서 2004년 8월25일 원래 계약 체결 당시 단가는 1세트당 15만8천4백30원(S사 16만2백90원)으로, 세 업체의 납품 가격은 10원 단위까지도 일치했던 것이다.

이 계약의 규모는 업체별 1만8천1백50세트, 액수는 업체별 28억7천5백50만4천5백원(S사 29억9백26만3천5백원)으로 총 86억여원 정도다.

지난 2월28일 적십자사는 S사, E사와 혈장 성분 채혈 장비도 1세트 당 1만9천7백30원에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두 업체의 납품 가격 역시 10원단위까지 일치한다. 이 계약은 연간 혈장 성분 헌혈에 쓰이는 헌혈 장비를 구매하는 것으로 그 규모가 업체별 36만5천3백50세트나 되고, 액수는 업체별 72억7백76만3천6백원으로 총 계약액은 1백40억여원에 달했다.

***규정 무시한 수의계약**

이렇게 10원단위까지 납품 가격이 일치하는 것은 적십자사의 묵인 아래 '담합' 행위가 이뤄졌기 때문이 아니냐는 강한 의혹이 일고 있다.

공공기관의 경우 물품을 구매할 때 동일한 자격을 갖춘 기업들이라면 경쟁 입찰을 통해 좀더 싼 가격을 제시하는 기업을 선택하는 것이 상식이다. 적십자사도 내부 규정에 3천만원이 넘는 구매를 할 때는 경쟁 입찰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적십자사는 사실상 세 업체가 담합하는 것을 막기는커녕 오히려 수의계약을 통해 이를 조장했다.

2004년 8월25일자로 작성된 구매 계약서는 계약 담당자(갑) 적십자사에 대해 S사, E사, G사 등이 복수의 계약 상대자(을)로 명시돼 있다. 구매 계약서에는 도장 역시 3~4개씩 동시에 찍혀 있다. 적십자사 주관하에 한 자리에 모여 계약이나 단가 조정이 이뤄진 것이다.

적십자사도 '수의계약' 사실을 시인했다. 적십자사 관계자는 "수의계약을 한 것이 사실"이라며 "헌혈 장비는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기업만 생산하기 때문에 한 기업과 거래를 하는 것보다는 국내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 기업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적십자사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헌혈 장비의 상당 부분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등 우리나라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헌혈장비를 생산중인 외국업체는 이들 3개 업체외에도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십자사 관계자 역시 "그렇지 않아도 이들 업체들 외에 다른 외국 업체를 알아보고 있는 중"이라고, 수의계약의 문제점을 일부 시인했다.

***'청렴 계약서'도 휴지쪼가리**

더 문제가 되는 대목은 담합 의혹을 받고있는 이들 3개 업체가 그동안 적십자사에 상습적으로 금품을 제공해왔다는 사실이다.

지난 3월 검찰은 이들 업체들이 적십자사에 금품을 제공한 사실을 확인, 관련자 문책을 지시했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00년부터 2004년에 걸쳐 여행경비 지원 등 각종 명목으로 적십자사 간부를 포함한 소속 직원들에게 19억여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했다.

적십자사는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적발됐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들과 계속 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것은 적십자사가 지난 8월 이들과 계약을 체결할 당시 '청렴 계약서'를 쓴 것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청렴 계약서는 입찰이나 납품 과정에서 담합 또는 향응·접대 등이 발각되면 계약 해지는 물론 재입찰을 못하도록 못박고 있다.

계약서의 '청렴계약 이행 특수조건'은 "어떤 명분으로도 관계 직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향응 등의 뇌물이나 부당한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되고, 입찰 담합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경우 계약을 해제하고 향후 입찰에도 참가하지 못하게 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이 조건에 비춰보면 이들 업체들은 모두 계약 해제 대상이며, 향후 입찰 참여도 불가능하다.

***수천억대 매출, 접대비 '펑펑'**

이처럼 담합과 매수를 통해, 이들 외국계 3개사는 우리나라에서 수천억대의 막대한 매출과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이 업체들의 '손익 계산서'에 따르면, 미국계 기업의 수입 대행사인 S사의 경우 2003년 6백58억여원, 2004년에는 6백83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스웨덴계 기업의 한국 자회사인 G사의 경우도 비슷하다. G사는 2003년 6백17억여원, 2004년 6백88억여원의 매출을 올렸다. 매출의 90%는 수입 대금으로 고스란히 외국으로 흘러간다. 적십자사에서 구입하는 헌혈 장비의 경우 매출의 20% 정도가 순이익으로 남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이들 손익 계산서에서 주목되는 것은 이들 업체의 접대비 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업체들은 급여 총지급액의 2분의 1에 육박하는 15억~20억원을 매년 접대비로 지출해 왔다.

***공익제보자모임, "공정거래위에 적십자사-3개업체 담합 고발"**

'공익제보자모임'의 김승민 간사는 26일 적십자사와 이들 세 업체를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촉진과에 고발했다.

김 간사는 고발장에서 "2백억여원이 넘는 계약을 수의계약으로 처리한 적십자사뿐만 아니라 적십자사에게 금품을 주는 등 뇌물을 주고 계약을 유지해온 세 업체들도 죄질이 아주 나쁘다"며 "국민의 혈세를 좀먹는 적십자사와 이런 기업은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적십자사와 이들 업체들의 관계를 담합으로 볼 타당성이 충분히 있는 만큼 고발 내용을 검토해 조사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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