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합조단은 "북한 해군기지에서 운용되던 일부 소형 잠수함정과 이를 지원하는 모선이 천안함 공격 2~3일 전 서해 북한 해군기지를 이탈했다가 천안함 공격 2~3일 후 기지로 복귀한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합조단의 발표 내용이 진실이라면 군은 북한 잠수정이 남측 영해로 잠입해 천안함을 공격할 때까지 아무런 공격 징후도 포착하지 못했음은 물론, 공격 후 도주하는 잠수정을 차단하지도 못한 중대 과실을 저지른 셈이다.
더군다나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 대변인은 작년 1월 17일 남측과 "전면 대결태세에 진입"했다고 선언했고, 천안함 사고 130여일 전에는 인근 해역에서 교전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북 경계를 핵심 임무로 하는 초계함이 북한의 공격을 당한 것은 군 작전의 완벽한 실패라는 지적이 거세다.
이에 따라 한국전쟁 휴전 후 최대 숫자의 아군이 사망한 이번 사건에 대해 군 핵심 지휘부는 물론 군 통수권자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셀 전망이다.
이는 단지 정치적인 책임이 아니라 군 형법에 따른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례로 군 형법 제35조 에서는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태만이 한 자"에 대해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 있다.
미국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전 청와대 외교안보통일전략비서관)은 '북한의 피습 가정시 문제점'이라는 제목의 동영상 자료에서 북한이 천안함을 공격했을 경우 나타난 군 작전의 문제점을 밝히고 책임자를 지목했다.
박선원 연구원은 사고 후 현재까지 군과 합조단이 밝힌 사실과 기타 예상 가능한 정황을 보태 3월 26일 당시 서해상에서 군이 △북한 잠수함의 잠입을 감지하고 △어뢰 기습을 인지하고, △도주하는 잠수함을 격파시키는 등 모든 대응에 실패했다며 군형법에 의한 처벌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원의 동영상 자료를 재구성했다.
■ 북 잠수함 잠입 감지 실패
북한이 잠수함을 출항시켰을 경우 출항기지는 김책(동해), 비파곶과 사곶, 남포시(서해) 등으로 좁혀질 수 있는데 각각 사진1과 같이 이동했을 것이다.
▲ 사진 1 ⓒ박선원 |
북한 잠수함은 김책에서는 최소한 3월 21일에, 남포에서는 24일에, 비파곶이나 사곶에서는 25일에 출발해야 사고가 발생한 백령도 근해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 26일 밤까지도 해군은 잠입 사실을 몰랐다.
또한 해군이 대북 정보 수집을 목적으로 운용 중인 해상용 무인정찰기(UAV)가 사고 당일 전후에 서해상에서 임무를 수행하지 않은 점도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따라서 ①전쟁기획 및 정보전에 실패하고, ②적 잠수함에 민감 해역 침투를 허용한 것에 대한 책임이 제기된다.
①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북한의 도발 양태가 함정 대 함정 충돌 보다는 해안포 사격과 잠수함 침투로 좁혀지고 있음을 인지했으면서도 적절한 대응작전 기획에 실패한 책임이 있다. 문책 대상은 국방부, 합동참모본부, 해군작전사령부다.
②는 북한 동해 해군기지, 서해 잠수함기지 중 한 곳에서 혹은 연동해서 우리 해역으로 잠입한 잠수함에 대한 한미연합정보의 실패, 합참 전술정보의 실패다. 합참 정보본부와 국정원 등 정보·첩보관련 부서의 잘못이다.
■ 어뢰 기습공격 인지 실패
다음으로 초계 활동 중이던 천안함과 근처에 있던 호위함 등이 근접한 북한 잠수함의 어뢰 기습을 인지하지 못한데 대한 문책의 필요성이 있다.
지난 3월 26일 21시 22분 천안함이 어뢰의 기습 공격을 받아 두 동강이 나기까지 천안함과 북한 잠수정의 예상 이동 경로는 다음 4가지(사진 2,3,4,5)로 예상해 볼 수 있다.
▲ 사진 2 ⓒ박선원 |
▲ 사진 3 ⓒ박선원 |
▲ 사진 4 ⓒ박선원 |
▲ 사진 5 ⓒ박선원 |
모든 경우 북한 잠수함은 NLL(북방한계선) 이남 약 15.5km 지점까지 잠입해 어뢰를 쐈다고 볼 수 있다. 대청도 남쪽 해상에는 고속정과 속초함 등이 있었으며 모항인 평택 2함대 사령부도 천안함과 그 주변을 계속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천안함을 포함해 서해상 경계 작전 태세 모두 잠수함의 타격 지점 이동을 포착하지 못했다. 합참정보본부, 합참작전본부, 해군작전사령부, 해군 2함대 사령부, 천안함 및 속초함 일선 지휘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또한 북한 잠수함이 천안함에 접근해 어뢰를 발사했을 때 소나(음탐기)로 그러한 사실을 감지하지 못한 점도 문제다. 특히 잠수함의 소음이 가장 큰 어뢰 발사 시점과 잠수함이 천안함에 500~5000m까지 접근했을 때 소나가 작동했었는지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소나 감지 실패에 대한 문책 대상은 해군작전사령부와 2함대 사령부, 천안함 함장이 된다. 지금이라도 소나 자료 복원과 재확인, 공개가 필요하다.
■ 잠수함 도주 차단 실패
어뢰 공격 이후의 상황에 대처하지 못한 점도 문제가 된다.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사실을 보고 받은 2함대에서 가장 가까운 위치에 있던 해군 고속정들은 22시 15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또 사고 25분 뒤인 21시 47분에는 인천 옹진군 덕적도에 있던 대잠(對潛) 링스헬기 1대가 백령도에 급파됐다. 사고지점으로부터 49km 떨어져 있던 속초함도 22시 40분에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이런 과정에서 2함대사는 21시 57분께 천안함이 수중무기에 의해 피격됐을 가능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해 A급 대잠 경계태세를 발령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사건 발생 직후 이런 긴박한 상황이 전개됐음에도 천안함을 공격한 북한의 잠수정은 헬기, 고속정, 초계함 속초함을 뚫고 유유히 사라진 셈이 된다.(사진 6) 심지어 속초함은 '새떼'를 공격체로 오인, 23시부터 약 5분간 사격을 가하기도 했다.
▲ 사진 6 ⓒ박선원 |
정상적인 차단 작전이었다면 사건 발생 즉시 사진 6과 같이 △대청도 인근 고속정 5척 가운데 최소 2~3척이 빠르게 진북해 북한 잠수정의 진입 방향을 막아서고, △그 밑으로는 속초함이 배치되고, △해상에는 링스 헬기가 뜬 형태로 포위를 해 반드시 격파에 성공했어야 한다.
▲ 사진 6 ⓒ박선원 |
그렇지 못한 이번 경우 잘못은 '적 잠수함 추적, 도주차단 및 격파 실패'가 되며, 청와대 안보관계장관회의 참석자, 국방장관, 합참의장, 합참작전본부장, 해군작전사령관, 2함대사령관에 책임을 물을 수 있다.
아울러 사고 당시 속초함이 퇴거할 때까지 작전 내용과 퇴거 명령을 한 시점, 이유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 관련 군형법 조항과 처벌 정도
군형법 제14조(일반이적)에 따르면 "적을 위하여 암호 또는 신호를 사용하거나 명령, 통보 또는 보고의 내용을 고쳐서 전달하거나 전달을 게을리 하거나 거짓 명령, 통보나 보고를 한 사람"(5항)은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제22조(항복), "지휘관이 그 할 바를 다하지 아니하고 적에게 항복하거나 부대, 요새, 진영, 함선 또는 항공기를 적에게 방임(放任)한 경우", 제23조(부대 인솔 도피), "지휘관이 적전에서 그 할 바를 다하지 아니하고 부대를 인솔하여 도피한 경우", 제24조(직무유기), "지휘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遺棄)한 경우"에는 최소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에 처할 수 있다.
제35조(근무 태만)에 따르면 근무를 게을리하여 △지휘관 또는 이에 준하는 장교로서 그 임무를 수행하면서 적과의 교전이 예측되는 경우에 전투준비를 게을리한 사람, △직무상 공격하여야 할 적을 정당한 사유 없이 공격하지 아니하거나 직무상 당연히 감당하여야 할 위난으로부터 이탈한 사람은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또 제71조(함선·항공기의 복몰 또는 손괴)에 따르면 △취역 중에 있는 함선을 충돌 또는 좌초시키거나 위험한 곳을 항행하게 하여 함선을 복몰 또는 손괴한 사람, △이 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망 또는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최소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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