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52) 서울대 석좌교수가 2004년에 이어 또 한번 인간배아 복제 방법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추출했다. 특히 이번에는 척수 손상, 소아당뇨, 선천성 면역결핍증 등 난치병을 앓고 있는 남녀노소 11명에게서 줄기세포를 추출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난치병 치료에 한 발짝 다가섰다.
***황우석 교수, "난치병 환자 등에서 줄기세포 추출 성공"**
황우석 교수팀은 19일 낮 12시30분(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기자 회견을 갖고 전 세계 언론을 상대로 "척수 손상으로 팔ㆍ다리가 마비된 환자 9명과 선천성 면역결핍증, 소아당뇨 등 모두 11명의 환자에게서 피부세포를 떼어내 인간배아 복제 방법을 이용해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이날 황 교수팀의 연구 결과는 한국 시간 20일 새벽 3시 미국의 저명한 과학 저널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게재됐다.
황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11명의 환자 체세포 핵을 18명의 여성에게서 기증받은 난자 1백85개에 이식하는 방법으로 11개의 배아 줄기세포를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 11명의 환자 중에는 척수 질환을 앓고 있는 여성(33), 선천성 면역결핍증을 앓고 있는 남아(2), 소아당뇨병 여아(6) 등 두 살부터 쉰여섯 살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했다.
특히 황 교수팀이 이번 연구는 사람의 체세포를 이용해 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일이 난치병을 앓고 있는 남녀노소에게서 모두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 2004년 2월에는 젊은 여성의 난구세포 핵을 같은 사람의 난자에 넣어 복제했다. 이 때문에 남성이나 어린 여성 또는 폐경기 이후 여성은 복제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지만 이를 극복해 배아 줄기세포 연구에 큰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난치병 치료 가능성 열어, 넘어야 할 장애 아직 많아**
하지만 여전히 황 교수팀의 연구 성과가 난치병 치료에 직접 적용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다.
우선 배아 줄기세포를 신경세포ㆍ췌장세포 등 원하는 대로 분화시킬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환자의 손상 부위에 딱 들어맞는 세포 한 종류만으로 분화시키는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이다. 자칫 척수에 이식된 줄기세포에서 신경세포만 자라는 것이 아닐 경우 병이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암세포가 변형돼 나올 가능성도 있다.
일부에서는 환자의 체세포를 사용했기 때문에 과연 그 체세포로부터 얻은 줄기세포가 건강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환자로부터 유래된 줄기세포는 체내에 주입돼도 역시 같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체세포 분리 과정에서 동물성 시약을 사용하기 때문에 실제 환자에 대한 치료 과정에서 발생할 여러 가지 부작용의 위험성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황우석, "여성 18명에게서 난자 1백85개 기증받아, 기증 과정 문제 없어"**
또 하나의 난제는 '생명윤리 논쟁'이다.
황 교수팀은 이번 연구에서 18명의 여성으로부터 1백85개의 난자를 얻어 11개의 배아 줄기세포를 얻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황 교수팀이 지난번 연구에서 16명의 여성으로부터 난자 2백42개를 제공받은 후 단 한 건의 배아 줄기세포를 추출한 것에 비교하면 성공률을 대폭 높인 것이다.
황 교수팀은 이번 실험을 위해서 여성 18명에게 과(過)배란을 유도해 난자 1백85개를 얻었다. 30세 미만 여성 10명으로부터 1백25개, 30세 이상 8명에게서는 60개가 준비됐다. 난자를 기증하는 여성들은 배란 유도 주사를 맞으면 한 번의 배란주기에 한 사람당 평균 8~10개의 난자가 추출된다.
이들 난자를 기증한 여성들은 모두 연구 목적의 난자를 제공하기 위해 자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아무런 경제적인 대가 없이 난자를 제공한다는 뜻을 사전 동의서에 명시했다. 황 교수팀은 각 기증자는 참여에 앞서 두 명의 한양대 기관윤리위원회(IRB) 위원과 따로 상담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런 해명과 달리 일각에선 벌써부터 생명윤리 논란이 일고 있다.
우선 이번 연구 과정에서도 황 교수팀이 난자 기증자들에게 '난자 채취 과정에서 불임이나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는 경고를 충분히 전달하지 않은 등 문제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사이언스>는 이날 황 교수팀의 논문과 함께 미국 스탠퍼드대 밀드레드 조 교수팀의 기고를 싣고 이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밀드레드 조 교수팀은 "호르몬제를 투여한 여성의 최대 10%가 고통을 동반한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며 "황우석 교수팀의 동의 고지서를 살펴본 결과 난자를 제공한 여성들이 후유증으로 불임이 되거나 심할 경우 죽을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팀은 또 "난자를 기증한 환자의 동의를 얻어 의학적 용도로 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연구용으로 사용한 것 아니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18명이나 되는 여성이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난자 증여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것에 대해서 강한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의혹이 사실이라면 논문에 나온 해명과는 달리 한양대 IRB 등의 심의 과정이 형식적이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4년 연구 때도 난자 증여자 중 2명이 황 교수팀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여성 연구원일 가능성이 제기되는 등 이 문제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으나 황 교수 등 관련자는 명확히 의혹을 해명하지 못했다.
황우석 교수팀이 "'치료용' 줄기세포 연구"라고 이번 연구의 성격을 규정한 것도 난치병 환자에게 실용화에 대한 환상을 주는 잘못된 태도라는 지적도 나왔다. 조 교수팀은 같은 기고문에서 "이번에 치료용(Therapeutic)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이번 연구가 실제로 이득을 보려면 최장 20년까지 기다려야 하는데도 치료에 바로 연결되는 것처럼 용어를 쓴 것은 대중적인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생명윤리법 무력화 논란도, 황 교수 "복지부 장관 허가 받아 문제없어"**
지난 1월1일 발효된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생명윤리법)'을 사실상 무력화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생명윤리법은 인간 배아복제 연구의 종류, 대상 및 범위를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결정하도록 하고 있으나 황 교수팀의 연구는 이 윤리 심의를 별도로 받지 않았다.
황 교수팀은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지난 4월7일에야 출범했기 때문에 생명윤리법 발효와 동시에 정부의 허가를 받아 문제될 게 없다고 있다. 생명윤리법 발효 전의 연구에 대해서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허락을 받아 계속할 수 있도록 한 단서 조항을 이용한 것이다. 하지만 황 교수의 이번 연구가 복지부 장관의 승인을 받을 때보다 연구의 종류, 폭, 대상에서 확대됐다는 의혹 역시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지난 3월31일 생명윤리운동협의회가 "생명윤리법이 인간배아를 연구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인간의 존엄성과 양심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위헌심판을 헌법재판소에 청구한 것도 문제다. 이 위헌심판은 4월26일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로 넘겨져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고, 조만간 생명윤리심의위원회에서도 이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것으로 알려져 생명윤리 논란 역시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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