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공기의 벤젠, 톨루엔 등 유해 대기 오염 물질의 오염도를 파악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의 공기중 검출 농도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최고로 집값이 비싼 서울 강남구 도곡ㆍ대치동 일대의 공기질이 교통 중심지인 서울역이나 공단 인근인 시흥시보다 더 나쁜 것으로 확인됐다.
***도곡동ㆍ대치동 등 공기 벤젠 농도, 日 기준치 4배**
17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벤젠의 공기중 검출 농도가 계속 증가해 최근에는 일본 환경 기준의 4배까지 육박했고, 특히 서울 강남구 도곡ㆍ대치동 일대 주거 지역의 공기질이 공단 배후 지역인 시흥 정왕동이나 교통 중심지인 서울역보다 오히려 더 위험한 것으로 측정됐다. 이런 결과는 국립환경연구원이 2001년부터 주요 지점의 벤젠의 농도를 측정해 환경부가 매월 발표하고 있는 <대기환경월보>에 실린 결과를 분석한 것이다.
<대기환경월보>를 보면 도곡동의 2004년 4/4분기 대기중 벤젠 농도는 3.552.ppb(10억분의1을 나타내는 단위)로 서울역(1.234ppb)의 세 배 가까이 되며, 경기도 시흥 정왕동(3.491ppb)보다 높다. 특히 이런 벤젠 농도는 일본 환경 기준(0.94ppb)의 3.8배, 유럽연합(EU) 환경 기준(1.5ppb)의 2.4배에 달했다.
특히 이 지역의 벤젠 농도는 2004년 내내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이 지역의 벤젠 농도는 1/4분기 0.073ppb(대치동), 2/4분기 0.23ppb(대치동), 3/4분기 0.804ppb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것은 같은 주거 지역인 인천 숭의동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세를 나타낸 것이다. 환경연구원은 2004년 상반기에는 대치1동 사무소에서, 하반기에는 이곳에서 1㎞ 떨어진 도곡2동 사무소에서 벤젠 농도를 측정했다.
4/4분기 기준으로 도곡동, 숭의동 외에 시흥 정왕동(3.491ppb), 대구 만촌동(1.421ppb), 여수 삼일동(1.309ppb), 서울역(1.234ppb), 인천 석모리(1.212ppb) 및 연희동(1.029ppb) 등 6곳도 일본 환경 기준을 초과해 전국 16개 지점 중 8곳이 벤젠 위험 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도곡동ㆍ대치동 등 강남권이 서울역ㆍ공단 지역보다 벤젠 농도 높아**
이번 결과는 타워펠리스 등 고급 주택가가 늘어선 도곡동ㆍ대치동 일대 공기가 1급 발암물질 벤젠에 더 많이 오염돼 있다는 것이어서 파장이 클 전망이다.
벤젠은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기관(IRAC), 미국 환경보호청(EPA) 등이 공통적으로 '인간에게 확실한 발암성 물질'로 규정하고 있는 대표적인 발암물질로, 이것을 오랫동안 취급하는 사람의 경우 보통 사람보다 백혈병 발병 가능성이 20배나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 되기도 했다. 특히 벤젠 1㎡당 17㎍ 노출될 경우 1만명 중 1명꼴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4/4분기 도곡동의 벤젠 측정치는 1㎡당 12.3㎍이다.
한편 이런 결과에 대해서 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몇 차례 더 측정결과를 지켜봐야 강남 지역의 벤젠 농도가 다른 지역보다 높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이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특별히 벤젠 농도가 높은 것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원인을 말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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