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경제대통령'으로 불리는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 준비제도 이사회(Fed)의장(79)이 내년 1월말 퇴임할 의사를 공개리에 밝혔다. 세계 경제계에 절대적 카리스마를 행사해온 그의 퇴진 의사 표명으로, 금융시장에는 불확실성이 또하나 가세되면서 그의 후임자가 가시화될 때까지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외신들, "그린스펀, 내년 1월 퇴임 첫 공개 표명"**
AP통신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그린스펀 의장은 15일(현지시간) 미 펜실베니아 대학 와튼스쿨 학위 수여식 치사에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여러분들과 더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면서 "조만간 미 연준에서 임기가 끝난 뒤 나도 일자리를 찾으러 다닐 것"이라고 말했다. 그린스펀 의장의 이사 임기는 내년 1월말로, 그린스펀의 이날 발언은 사실상의 퇴임 천명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7년 8월에 제13대 연준 의장으로 취임한 그린스펀은 현재 5기째 임기를 맡고 있어, 그의 의장 임기는 2008년년 6월까지다. 하지만 그가 내년 1월에 퇴임하면 재임 기간은 1951~70년의 윌리엄마틴 의장에 몇개월 모자라게 돼, 역대 2위의 최장수 의장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미국 뉴욕대를 졸업한 뒤 경영 컨설턴트 회사를 경영하던 그린스펀은 포드 행정부에서 대통령 경제 자문위원회(CEA)의 위원장을 거쳐 레이건 행정부 시절인 87년 8월 연준 의장에 취임해 18년째 연준 의장직을 맡고 있다. 그린스펀은 특히 의장 취임 직후인 87년 10월 '블랙먼데이' 사태를 수습하고, '인플레이션 없는 지속가능한 신경제'로 불린 90년대의 미 경제 호황을 이끌며 시장의 전폭적인 신뢰를 받았다. 그는 또 역대 의장과 달리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해 모호한 수사적 표현으로 91년 걸프전(91년),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2001년 9.11 테러, 2003년 이라크전쟁 등 굵직한 위기 때마다 금융시장의 흐름을 조율해 와 '시장의 수호신'이라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문제의 본질을 근원적으로 해결하기보다는 돈을 많이 풀어내는 유동성 확대정책을 취한 결과, 지금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에 '유동성 장세'를 초래하면서 부동산거품 등 각종 거품을 양산해 '타이타닉호의 선장'이라는 비판도 사고 있다. 과연 그린스펀의 후임이 이같은 거품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주목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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