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재개발 사업 비리' 의혹이 악취를 풍기며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검찰은 개발업자 대표 길모씨로부터 2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양윤재 서울 제2 행정 부시장을 구속한 데 이어, 이번에는 같은 길모씨로부터 이명박 서울시장 면담을 주선해주는 조건 등으로 14억원을 챙긴 혐의로 한나라당 전 지구당 위원장도 구속됐다. 이에 따라 이명박 시장에 대한 검찰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명박 시장 면담 대가가 14억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유재만)는 10일 부동산개발업체 M사 대표 길모씨로부터 청계천 주변 고도제한 완화 등을 도와주겠다며 14억원을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한나라당 전 성남중원지구당 위원장 김일주(53)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년 9월 성남 자신의 사무실에서 7개의 보따리에 나뉘어 에쿠스 차량으로 운반된 현금 6억5천만원을 길씨로부터 건네받은 것을 비롯해 지난해 4월까지 6차례에 걸쳐 모두 14억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 결과 김씨는 "서울시장 등에게 잘 이야기해 원하는 대로 건물 높이 제한을 완화해주고 인허가가 빨리 진행되도록 도와주겠다. 이 시장을 직접 만나도록 해주겠지만 최소 10억원 정도 든다"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이 시장과 같은 고려대 동문, 한나라당원이란 이유로 이 시장과 친분이 있는 것처럼 길씨에게 접근한 것으로 밝혀졌다. 김씨는 지난 2000년 16대 총선때 한나라당 후보로 성남중원에 출마해 2위로 낙선의 고배를 마신 바 있는 한나라당원이다.
김씨는 그러나 지난 8일 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서 "사무실 빈터가 좁아 에쿠스는 들어올 수도 없다. 거짓말탐지기로 조사해보자"며 검찰의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 관계자도 "김씨가 비서실에 시장 면담을 요청하며 세번인가 찾아왔지만 이 시장을 만나지는 못했다"며 이 시장과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
길씨는 김일주씨에게 14억원을 건넨 것외에도 지난 2003년 12월경 양윤재 서울 부시장에게 "청계천 주변에 30층 이상 건물을 지을 수 있도록 고도제한을 풀어달라"는 청탁과 함께 굴비상자에 든 현금 1억원을 전달하고, 같은 달 양 부시장의 방미때 그와 동행해 미국 체재비 5천달러(5백만원)와 명품 구두 2켤레, 스카프, 의류 등 구입비 3천달러 등 모두 8천달러 상당의 편의 및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길씨는 또 지난해 2월 시민단체등의 반대로 고도제한이 불확실해지자 양 부시장에게 건축회사 명의의 은행계좌로 1억원을 추가로 제공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양 부시장의 집무실에서 출처가 불분명한 1백만엔과 수백만원 상당의 유로화 현금 뭉치, 1억원이 넘는 돈이 든 통장 2개 등이 발견됨에 따라 추가범행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이 부분도 조사하고 있다.
***M사, 로비결과로 벌써 1천억 차익 챙겨**
'청계천 비리' 수사는 M사 대표 길모씨가 수십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이명박 서울시장 주변 인사들에게 집중 살포했다는 의혹이 속속 사실로 확인되면서, 서울시 및 이 시장 주변 인사에게로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이다. 특히 검찰이 주목하는 대목은 길모씨가 거액의 로비자금을 뿌리면서 지난해 8월 고도제한을 완화한 을지로 2가 지역으로, 고도제한 완화 과정에 서울시의 연루 여부를 집중수사중이다.
길모씨는 청계천 일대의 서울 중구 삼각동, 수하동 5번지 일대 '을지로 2가 제5지구 도시환경 정비구역'의 고도제한을 풀어 주상복합건물을 지음으로써 거액의 분양차익을 노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을지로 한화그룹 사업 건너편의 을지로 2가 정비구역은 청계천 개발의 최대 특혜가 예상되는 황금지역. 이 곳은 당초 고도제한 90m 제한으로 사업성이 낮아 대한주택공사가 사업을 포기했던 지역이나, M사 대표 길모씨의 전방위 로비결과 지난해 8월 '청계천 복원에 따른 도심부 재개발 발전계획'에 따라 고도제한 1백10m로 완화되고 용적률 역시 종전의 6백%에서 1천%로 대폭 완화됐다.
M사는 고도제한이 완화된 후 38층 주상복합건물 계획을 제출했고, M사가 매입당시 평당 3천만원이던 땅값은 4천만원으로 뛰어 M사는 땅값으로만 1천억원을 챙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수십억원의 뇌물을 뿌린 뒤 1년여 사이에 수십배가 넘는 차익을 챙기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검찰은 청계천 비리를 대표적인 '건설족 비리'로 규정한 뒤 성역없이 비리의 실체를 파헤친다는 방침이어서, 이명박 서울시장도 수사를 피하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대권가도의 '대표작'으로 내세웠던 청계천 재개발이 이 시장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바뀐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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