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부터 무려 4개월 가까이 끌던 산업자원부 산하 한국산업기술평가원(ITEP)의 신임 원장이 ITEP 이사회에서 최종 1명으로 압축됐다. 그 1명은 예상대로 현직 산자부 1급 출신 공무원이었다.
***산업기술평가원 신임 원장, 결국 산자부 1급 출신 내정**
28일 산업기술평가원과 산자부 등에 따르면, 산업기술평가원 이사회는 27일 추천위원회 추천 결과에 따른 2인의 최종 후보 중 바로 3월까지 산자부 1급 관료였던 윤교원 전 산자부 기술표준원장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희범 산자부장관의 승인 절차가 남았지만 형식적인 것이어서 사실상 윤교원 전 기술표준원장이 오는 5월1일 신임 산업기술평가원 원장으로 취임할 게 확실시된다. 현 김동철 산업기술평가원 원장도 산자부 기술표준원장 출신이어서 윤교원 전 원장은 연속해서 김동철 원장의 뒤를 따르게 됐다.
이번 산업기술평가원 신임 원장 선정은 무려 3개월 반의 진통 끝에 이뤄진 것이다. 지난 1월15일 최초로 원장을 공모한 이후 추천위원회는 현 김동철 원장 등을 최종 후보 2인으로 올렸으나 이사회는 김동철 원장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해 '적격자가 없다'며 재공모를 추진했다. 3월16일 재공모 공고가 난 이후 7명이 접수했으나 결국 산자부 1급 출신 관료가 임명되기에 이르른 것이다.
***청와대-부방위, "공무원은 퇴임 후 6개월~1년간 산하기관 취업 안 돼"**
산자부 1급 관료가 퇴직후 곧바로 산하기관장으로 취임하는 것은 그간 청와대와 부패방지위원회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어서 산자부는 물론 청와대도 비판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청와대 권혁인 인사관리비서관은 지난 14일 청와대 국정브리핑에 기고한 '낙하산 비판은 전가의 보도인가'라는 글을 통해 한나라당의 정부 산하기관 낙하산 인사 비판을 반박하면서 "정치권이나 정부에서 잘 훈련된 우수한 인력을 정부 산하기관에 임명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단한 일"이라며 "참여정부는 정치권이나 관료 출신 인사를 임명할 때에도 합리적이고 공정, 투명한 절차를 거쳐 선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권 비서관은 "각 분야에서 성실하게 활동하면서 충분한 역량을 다져온 인사를 엄격하게 선발하기 위해 공모제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장 추천위원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심사 등 모든 공모 과정을 관장하게 하고, 퇴직 공무원의 경우에는 어떤 기득권도 보장하지 않고 공정하게 경쟁하도록 퇴직 뒤 6개월 이내에 산하기관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고 기준을 제시했다. 앞서 부방위도 3월13일 "공무원은 퇴직 후 1년 이내에 산하기관에 취업할 수 없도록 할 것을 각 정부 부처에 권고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아예 관료들의 산하기관 임명 자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펴낸 자신의 저서 <노무현의 리더쉽 이야기>(행복한책읽기 펴냄)에서 "낙하산 인사는 더 나은 대안을 찾을 수 있는 절차상의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기에 개개인의 사안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잘못된 것"이라고 명확히 낙하산 자체를 부정하는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따라서 3월말까지 현직 산자부 1급 관료로 근무하다 채 한 달만에 산하기관장에 취임하는 윤 전 원장 케이스는 각각 퇴임 후 6개월, 1년 동안 산하기관에 재취업하지 못하게 한 청와대와 부방위의 기준에도 정면 배치되는 것이어서, 산자부가 청와대나 부방위 지시를 우습게 여기는 '무소불위의 기관'이냐는 빈축을 사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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