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의 동해안 지역을 연결하는 동해선 건설 공사가 치명적인 환경 훼손을 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강산 가는 길, 난개발로 엉망**
녹색연합은 28일 2004년 1월부터 2005년 3월까지 15개월간에 걸쳐 동해선 철도 및 도로 건설 현장을 조사한 결과를 담은 '동해선 난개발 실태 보고서'를 발표하고, 동해선 건설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 실태를 고발했다.
이 단체는 "생태계 보고로 알려진 민통선 일대에 금강산 육로 관광을 위한 철도·도로·출입국 관리소(CIQ)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일부 환경 훼손이 있었고, 앞으로 '남북 관광교류 타운' 건설이 본격화되면 회복 불가능한 환경 파괴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해선이 지나가는 비무장지대와 민통선 지역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독특한 자연 생태계를 자랑하는 곳으로 온갖 희귀 동·식물은 물론이고 습지·초지·숲 등 다양한 형태의 서식처가 어우러져 다른 어떤 곳보다 공간 그 자체로서 보전 가치가 높은 곳이다.
녹색연합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문화관광부와 강원도 등은 동해선 민통선 지역에 건설중인 CIQ 근처에 남북 관광교류 타운을 건설할 계획이다. 국비 2백35억원, 도비 2백34억원 등 총 4백79억원의 사업비로 추진되는 남북 관광 교류 타운에는 남북 교류 센터, 관광 박물관 등 각종 관광 편의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남북 관광 교류 타운이 들어설 경우 민통선 내 고성군 현내면 명호리·사천리 일대의 생태계는 회복 불가능한 상태가 될 것이라는 게 녹색연합과 생태·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때문에 2002년부터 정부가 위촉한 '공동 생태 조사단'은 지속적으로 이 문제를 지적하며 반대 의견을 내왔고, 지난 2004년 12월에도 공식적인 반대 의견을 정부에 제시했으나 문화관광부, 통일부 등 관계 부처는 추진 강행 의사를 굽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민통선 내 출입국 관리소 건설로 환경 훼손 심각한 수준**
특히 이 지역에는 이미 2004년부터 CIQ가 민통선 내 건설되면서 일부 환경 훼손이 이뤄지고 있어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게 녹색연합의 지적이다.
녹색연합은 "2003년 3월 CIQ를 민통선 내 건설하기로 결정하면서 주변 산림과 부지 가운데를 흐르는 개천을 최대한 원형대로 보전하기로 했지만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인근 서쪽 언덕의 산림은 무리한 절개지 공사로 인해 심하게 산림축이 훼손돼 민통선 생태축의 단절을 우려케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지역은 민통선 내에서 산림 생태계와 해안 생태계가 만나는 독특한 지역으로 가장 민통선 내에서 가장 넓은 철새 도래지일 뿐만 아니라, 도롱뇽·참개구리·두꺼비 등 양서·파충류와 수달·오소리·너구리·고라니 등 포유동물의 서식처이다. 녹색연합은 "공사가 시작되면서 수달을 비롯한 포유류와 양서·파충류의 서식처가 파괴되고 있거나, 발파 공사에 위협을 느낀 동물들이 서식처를 떠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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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는 민통선 내에 토석 채취장도 조성해**
민통선 내 환경 훼손은 CIQ뿐만이 아니다. 국방부는 민통선 내에 토석 채취장을 조성해 산림을 훼손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비무장 지대 바로 아래에서 군부대 토취장 공사를 위해 생태계가 무참히 유린되고 있다"며 "2004년 4월에서 10월 사이에 이뤄진 토취장 사업으로 산림 생태계와 해양 생태계가 만나는 중요한 산림 지역이 완전히 절단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부는 동해선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체의 개발 사업에 대해 공동 생태 조사단과 협의키로 했지만 토취장 건설 과정에서 이런 협의는 이뤄진 적이 없었던 것으로 지적됐다. 녹색연합은 "민통선 내 군부대의 토취장 건설은 동해선 건설 지역뿐만 아니라 다른 민통선 지역의 군부대에 의한 무분별한 환경 훼손의 가능성까지 말해주는 것"이라고 정부의 관리 소홀을 비판했다.
***녹색연합, "생태계도 살리고 남북 교류도 할 수 있는 방법 모색해야"**
녹색연합은 "민통선 지역의 환경 보전은 순수한 폭이 1㎞ 내외에 불과한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보전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라며 "남북 교류를 위해서 불가피한 사업을 진행하더라도 환경친화적인 방법과 생태 복원을 염두에 둔 개발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한반도에 남은 마지막 생태계 보고인 민통선 지역에 대한 무분별한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며 "정부가 더 늦기 전에 민통선 난개발을 중단하고 특히 대규모 관광 단지 사업을 민통선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녹색연합 서재철 국장은 "특히 민통선 내 CIQ 건설을 확정지으면서 정부는 '앞으로 동해선 사업 과정에서 민통선 내에 CIQ 외에 다른 시설은 설치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했지만 결국 대규모 관광 단지를 민통선 내에 조성할 계획을 굽히지 않고 있다"며 "남북 교류를 위한 산업도 생태·환경을 고려할 때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정부는 알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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