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에 대해서 연달아 거침없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는 최장집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장이 이번에는 참여정부 핵심지지 세력인 '386 세대'를 통렬하게 비판하며 각성을 촉구했다.
***"386, 군부 권위주의 타도에는 앞장 섰으나..."**
최장집 교수는 21일 저녁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릴 코리아연구원(새로운 코리아 구상을 위한 연구원. 원장 임원혁) 개원 연설문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한 민주화 세대의 과제'에서 "386 세대가 군부 권위주의를 깨뜨리는 데 앞장섰던 것과 같이 한국 민주주의를 기대할 만한 수준으로 만드는 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말할 수 있는지, 미래를 기대하도록 만들고 있는지, 지금의 토대 위에서 한국 민주주의 앞날은 밝다고 전망할 수 있는지를 물을 때"라고 화두를 던졌다.
최 교수는 이어 "불행히도 민주화가 되었지만 우리 사회는 보통 사람들의 정치 참여의 폭이 결코 넓어졌다고 볼 수 없는 엘리트 중심의 민주주의로 정착돼 가고 있다"며 "더구나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민주정부들은 앞뒤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시장 중심의 성장정책만을 추구해 노동 및 사회복지 정책은 말로는 몰라도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은 것과 다름없다"고 신자유주의 정책을 질타했다.
최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폐해로 "성장은 있으나 양적ㆍ질적으로 나빠진 고용, 빈부 격차의 증가, 중산층의 해체, 시장에서의 승자와 패자 간 차이의 확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분화, 신용 불량자의 양산 등"의 심각한 양극화 문제를 열거한 뒤, "(386 세대가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민주 정부는 보통 사람들의 희망과 요구를 좌절시키면서, 그들의 지지를 상실하면서, 아무에게도 기반을 갖지 않는 취약한 기반에 서 있다"고 비판했다.
***"앞으로 보수파가 이성적으로 정비되면 민주파 자멸할 수도"**
이렇게 그간의 민주정부의 정책을 비판한 최장집 교수는 386 세대를 비롯한 민주파들에게 통렬한 자기 성찰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과거 기대와 희망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었던 '개혁', '진보', '민주화' 등은 지금은 오히려 냉소적이고 조롱적으로 들리며 아무런 도덕적, 실천적 힘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며 "앞으로 보수파들이 이성적, 현실적으로 정비될수록 민주파들은 자멸의 길로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최 교수는 "오늘날 386 세대는 더 이상 운동권, 재야인사, 시민사회의 비판 세력이 아닌 권력과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비전과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 수 있는 실력은 결핍돼 있다"며 "그러다보니 이들은 기존의 것이나 그럴 듯한 것만 골라쓰면서 자연스럽게 기득권의 이익, 권력들을 무분별하게 끌어들이게 됐다"면서 386세대의 '대안능력 부재'를 질타했다.
최 교수는 "이렇게 기존 질서와 타협하면서 흡수 편입된 결과 오늘날 정부 안팎에서 나타나는 정서적 급진주의와 실제 제도적, 정책적 실천의 극도의 보수적 내용이 기묘하게 결합된 현상이 일반적으로 나타나게 된 것"이라고, '구호'와 '정책'의 괴리를 꼬집었다.
***"386 세대, 정체성 형성 못하고 해체중"**
최장집 교수는 "민주화는 단순히 권위주의를 탈피하는 것뿐만 아니라 기존질서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거 386 세대들, 이른바 NL-PD의 혁명적 수사로 표현된 주장들 역시 민주화 안에 포함돼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중요한 것은 혁명적 슬로건으로 표현되는 목표와 이상을 어떻게 민주적으로 성취할 수 있을지 아이디어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라며 "386 세대들은 민주화된 이후의 사회가 어떤 사회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아이디어와 능력을 갖추지 못한 한계를 가졌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러다보니 기득권 세력들은 386 세대에게 '한 때 지녔던 혁명성을 제어하기 위한 비상한 노력을 시도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는 압력을 가함으로써 과거의 혁명적 이념과 정조를 단절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며 "그러나 386 세대는 이에 대항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성공하지 못하고 파편화된 상태로 편입되는 과정을 겪고 있으며 집단으로서 그들 세대는 해체되고 있는 형편"이라고 지적했다.
***"권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민주주의는 한계 명백해"**
최장집 교수는 "이제 386 세대는 체제에 저항하는 세대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실제로 건설해야 할 중심세력으로 스스로의 역할 전환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며 "특히 과거 권위주의 현실을 부정하는 것처럼 총체적인 변화를 꾀할 게 아니라 현실과 여러 가지 제약에 기초를 둔 대안을 통해 변화를 이어가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 교수는 "이념, 원칙들로부터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 대안들,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합리적으로 토론ㆍ논쟁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특히 민주주의 발전과 사회 변화는 정부를 통해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정당과 시민사회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최 교수는 "권력을 통해 만들어지는 것은 당장은 쉬운 것처럼 보이지만 사회가 바뀌지 않으면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명백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출범하는 코리아연구원(www.knsi.org)은 한국 사회의 정책 다안을 제시하는 싱크탱크를 지향하며 국내 소장학자들이 만든 연구 단체다. 임원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원장, 김선혁 고려대 교수(행정학과)이 부원장을 맡았으며 최장집 교수는 상임고문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