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기업들의 '어닝 쇼크(실적 악화)'와 미국경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주가가 연일 급락하며 향후 경기 회복에 대한 강한 의문 및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18일 증시에서는 단기추세선인 5일 이동평균선이 중기 수급선인 60일선을 뚫고 내려서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 앞으로 상당기간 증시가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을 낳으며, 향후 사회-정치적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주가 60일선도 붕괴, 대표기업 '어닝쇼크'가 주범**
18일 오전 11시40분 현재 거래소시장의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24.29포인트나 급락한 922.93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경기회복감이 한창이던 지난 3월7일의 연중최고치 1천25.07보다 1백포인트나 급락한 수치다. 코스닥지수는 더욱 낙폭이 커, 지난 주말보다 15.25포인트나 급락한 433.83을 기록하며 공황적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특히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최근 6일 연속 급락하며 5일 이동평균선(958.44p)이 지난 주 20일선(970.88p)을 하향 이탈한 데 이어, 18일 중기 수급선인 60일선(967.65p)마저 하향 돌파해 향후 시장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대략 3개월간의 주가 흐름을 평균한 것으로 통상 `수급선`이라 불리는 60일선을 5일선이 하향이탈하는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했다는 것은 향후 몇달간 증시가 심각한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기 데드크로스'가 발생한 최대원인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표기업들의 1.4분기 실적이 시장의 예상을 밑도는 '어닝 쇼크'가 발생했기 때문.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LG전자가 1.4분기 3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시장예상치 2조4천억원에 밑도는 2억1천4백99억원으로 시장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여기에다가 또다른 간판기업인 현대차까지 4년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이 3천억원 밑으로 떨어짐으로써 시장에는 어닝쇼크가 확산돼 주가 급락을 초래했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석달뒤 2.4분기 영업실적이 발표될 때까지 증시는 맥을 못 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에스는 종합주가지수가 추가로 하락해 `경기선`으로 불리는 120일선(917.62p)까지 붕괴할 경우 경기회복 기대감이 완전히 사그라들면서, 지난해 5월이후와 마찬가지로 경제위기감이 확산되면서 정치-사회 전방위로 파장이 확산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경제불황' 위기감까지 가세**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미국발 경제불황 위기감까지 가세하면서 증시의 위기감은 급증하는 분위기다.
지난주 후반 다우존스 지수는 사흘 내리 매일같이 세자릿수의 급락세를 보이며 사흘간 400포인트이상 붕괴해 1만선 유지마저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 지난 2년동안 이렇게 미국주가가 무자비하게 떨어진 적은 없었다. 지난 주말 나스닥 역시 2%의 급락세를 보이며 1천9백선 붕괴 위기에 몰렸다.
이처럼 잘 나가는듯 싶던 미국증시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역시 어닝 쇼크. 미국 제조업을 대표하는 GM-포드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정크본드 수준으로 급락할 위기에 처하고 IBM 등의 1.4분기 실적도 기대치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또한 경기회복의 바로미터인 고용지표는 나날이 악화되고 있어 세계경제전문가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더욱 지난 2월 미국의 무역적자가 월별사상최고치인 6백10억달러를 기록하면서 미국의 쌍둥이적자에 대한 우려감이 커진 것과, 지난 수년간 급등한 미국의 부동산 거품이 곧 터질 것이라는 위기감도 주가급락의 근원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국내 경제전문가들은 전세계적으로 과도한 유동성이 초래한 미국 등 서방의 부동산 거품이 터질 경우 그 파장이 한국 등에게 치명적 직격탄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최근 국내 주가급락의 주역인 외국인 동향도 불안하다.
대투증권은 18일 "2차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지수의 2차 대만비중 확대로 외국인의 추가적인 매도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대투증권에 따르면, 이번 비중 확대로 한국의 경우 9억~12억달러가 순유출되고 대만은 47억~58억달러의 순유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특히 3월중 MSCI 편입종목에 대한 매도 규모가 전체의 85%에 달했지만 대만 역시 외국인이 주요 기업에 대해 매도한 것을 감안하면 2차 대만비중확대에 따른 추가매도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분석, 향후 외국계 동향이 증시에 큰 변수로 작용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여당 '낙관론' 대신 위기 대비해야**
터키를 방문중인 노 대통령은 17일(현지시간) 동포간담회에서 "상당기간 동안 특별히 사고만 안 치면 한국경제는 쭉 뻗어나갈 것"이라면서 "이제 다 극복된 것 같다. 안 됐다고 말하는 분, 걱정 많이 하는 분들은 그렇게 보지만 내가 보기엔 다 극복된 것 같다"고 경기에 대한 강한 낙관론을 폈다. 지난해말 경기불황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한 뒤 '경제 올인'을 선언했을 때와는 자못 달라진 자신감의 표현이다.
하지만 '경제의 거울'인 최근 주가는 그렇게 낙관적이지 못하다. 며칠동안의 주가 급락에 부화뇌동할 일은 아니나, 1.4분기에 확대됐던 소비자 기대심리는 상당부분 정부와 언론의 립서비스에 기인한 바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나날이 악화되는 고용지표나 양극화현상 등 핵심 경제지표는 향후 경기를 낙관할 수 없게 하고 있다.
특히 최근의 증시 급락에 시중자금이 대거 부동산투기로 다시 몰려가며 강남 아파트값이 재차 폭등하고 있는 현재의 비정상적 흐름은 단순히 경제 왜곡과 양극화 심화를 초래하는 데 그치지 않고, 미국발 부동산 거품 파열 등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작동될 경우 한국경제의 재앙으로 도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성급한 낙관론 전파 대신 고통이 따르더라도 부동산거품 등 양극화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한 지속적이면서도 집요한 경제수술을 단행해야 할 때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정부여당이 귀 기울여야 할 때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재차 도래할 경제불황의 부메랑은 집권세력을 향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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