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건강보험 흑자 1조3천억원을 이용해 암 환자 치료비를 국가에서 전액 지원한다"는 보도에 보건복지부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혹시나' 했던 암 환자 및 그 가족과 시민들은 실망을 금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복지부, "남는 건강보험 재정 암 환자 지원 논의해본적도 없다"**
복지부는 18일 "일부 언론에 실린 '암 치료비 1백% 책임진다'는 기사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강하게 반박했다.
복지부 이동욱 보험급여과장은 "'앞으로 암 환자 치료비가 국가에서 전액 지원되고, 이에 따라 암환자에 투입되는 글리벡 등 고가 함암제와 각종 검사비 등 암과 관련된 직접 치료비는 1백%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급된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니고 설사 급여가 확대되더라도 입원 환자 부담 20%는 존재한다"고 반박했다.
이 과장은 또 "2005년 건강보험 재정에서 남은 1조3천억원을 어떻게 쓰일지 논의된 바도 없으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나 김근태 복지부 장관도 암 환자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는 것을 논의하거나 계획을 밝힌 바 없다"며 일축했다.
한 마디로 건강보험 1조3천억원 흑자가 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어떻게 쓰일지 논의를 하지 않았으며, 특히 암 환자를 위해서 쓸 계획은 전혀 없다는 것이다.
***올해만 1조3천억원 건강보험 여윳돈 생겨, 쓸 데는 못 정해**
하지만 이번 일을 한 언론의 오보로 인한 해프닝으로 넘어가기에는 사안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기회에 남은 건강보험 재정을 어떻게 쓸지 사회적 논쟁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의 2005년 건강보험 재정 추계 결과를 보면, 1조5천억원 정도를 추가로 보험 혜택에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세상네트워크 등 보건의료 단체에서 여러 차례 지적했듯이 보험료 인상으로 흑자가 생긴 것이다.
이렇게 흑자로 생긴 1조5천억원 가운데 현재 7천억원 정도만 MRI 등에 사용하기로 결정됐고, 현재 8천억원 정도는 사용처가 결정되지 않은 여유 재정분이다. 지난 12일 건강보험공단이 밝힌 2004년도 직장 건강보험료 정산 결과 5천억원 정도 수입이 더 늘어날 것으로 나왔다. 결과적으로 2005년말까지 1조3천억원 정도의 건강보험 여유 재정이 확보된 것이다.
***"정부 의지만 있으면 암 환자 무상 진료 지금 당장 가능해"**
민주노동당 현애자 의원은 지난 14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7천억원이면 전체 암 환자에 대한 무상 진료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건강보험공단이 내놓은 '2003년도 암 진료 현황'을 보면, 2003년 한 해 동안 암 환자 치료에 들어간 돈 1조6천1백억원 가운데 환자들이 직접 부담한 비용은 약 8천억원이다. 2003년도 진료비가 그 앞 해보다 약 16% 늘어난 것을 감안하고, 치료를 포기한 환자들의 비용까지 포함하면, 올해 약 1조2천억~1조3천억원 정도를 환자들이 부담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가 정책 의지를 보이고, 사회적 공감대만 형성된다면 암 환자에 대한 '무상 진료'는 꿈이 아닌 것이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중증 고액 환자부터 국가가 의료비 부담해야"**
건강세상네트워크 강주성 대표는 18일 "물론 각종 희귀 난치성 질환 환자들의 통계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건강보험 여윳돈 전액을 암 환자 치료에 투입할지에 대해서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복지부가 건강보험 여윳돈을 어떻게 순차적으로 쓸지에 대한 계획이 전혀 없다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와 관련해 건강세상네트워크는 이미 암, 장기 이식, 뇌혈관 질환 등 중증 고액 환자에 대해 의료비 부담을 대폭 경감하는 '중대상병 보장제'를 신설할 것을 주장한 바 있다.
강주성 대표는 "2004년부터 급여비용 3백만원 초과 금액 전액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본인 부담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지만 비급여비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그 실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이미 대만에서 시행되고 있는 이 제도는 대표적인 고액 질환자가 우선적으로 공공의료의 혜택을 받도록 함으로써 본인 부담 상한제를 보완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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