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선씨(70)가 사담 후세인 대통령 치하의 이라크에 대한 유엔 봉쇄를 풀기 위해 로비스트로 등록하지 않은 채 유엔 고위관리를 매수한 혐의로 미국검찰의 공개 수배를 받아 파문이 일고 있다.
***美검찰, "박동선, 후세인 로비스트로 유엔관리 매수"**
미국 뉴욕 맨해튼 연방지검의 데이비드 켈리 검사는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유엔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둘러싼 비리의혹 2건을 적발, 박씨 등 관련자들을 기소하거나 관련국으로부터 인도받기 위한 절차를 진행중이라고 밝혔다.
검찰 발표문에 따르면 박씨는 이라크 정부로부터 최소한 2백만 달러를 받고 이라크 정부와 '유엔 고위관리'를 연결시켜 주며 로비활동을 벌여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이후 단행돼온 이라크의 석유수출 봉쇄를 풀고, 판매한 석유의 자금을 유엔 관리하에 식량-의약품 구입에만 사용토록 하는 이른바 '석유-식량 프로그램'을 관철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박씨 혐의는 함께 로비활동을 한 'CW-1'이라는 인물이 검찰에 로비 내역을 공개하는 과정에 드러났으며, 검찰측은 "박씨에 대한 체포영장이 이미 발부된 상태"라고 말했다.
검찰은 박씨가 이라크 정부로부터 받은 돈은 주로 현금으로, 당시 맨해튼내 이라크 대표부의 외교행랑을 통해 전달됐으며, 현재 드러난 2백만 달러 가운데 일부는 유엔 고위관리를 관리하는 데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미국 연방검찰은 박씨 이외에 미국인 데이비드 찰머스와 불가리아인 루드밀 디오니시에프, 영국인 존 어빙 등이 '석유-식량 프로그램'에 따라 이라크의 석유를 거래하면서 이익금 가운데 수백만 달러를 이라크 관리들에게 뇌물로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유죄가 확정될 경우 박씨는 최대 징역 5년형에, 찰머스 등 나머지 3명은 각각 최대 징역 62년형이 선고받을 수도 있다.
검찰은 이날 '유엔 고위관리'가 누구인지를 밝히지는 않았으나,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 측근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동선씨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측근인 모리스 스트롱 대북 특사와 각별한 사이로, 북한도 함께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박씨, 한남동 자택에서 잠적**
박씨는 지난해말 워싱턴을 떠나 서울 한남동 자택에 머물고 있다가 미검찰의 영장 청구 소식이 알려지면서 잠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70년대에도 박정희 독재정권을 위해 미국 의원들을 매수한 이른바 '코리아게이트' 사건으로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바 있다. 그는 사면을 대가로 지난 1978년 미하원 윤리위원회 청문회에서 32명의 전ㆍ현직의원에게 85만달러를 선거자금으로 제공했다고 증언, 당시 박정희 정권과 미국간 관계를 결정적으로 악화시키기도 했다. 그는 코리아게이트 당시 워싱턴 시내에 고급 사교클럽인 '조지타운 클럽'을 창설, 미국의 전현직 고위 관리,정치인, 법조인, 로비스트들을 모아 활발한 로비활동을 벌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씨는 최근에도 시베리아 가스관 사업,파나마 운하 확장사업, 체르노빌 원전 정화사업 등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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