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공식적으로 반대입장을 밝힌 중국의 원자바오 총리가 인도에 대해선 상임이사국 진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은 NO, 인도는 YES"라는 중국의 아시아 외교전략이 그 틀을 드러내는 양상이다.
***원자바오 "일본의 상임이사국 가입은 반대, 인도는 찬성"**
12일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도를 방문중인 원자바오 총리는 이날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와 전날 조인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경제-통상-외교-군사-문화 부문 등 30개 항목에 걸친 방대한 이날 양국 공동성명에서 특히 주목을 끈 대목은 인도가 일본-브라질-독일과 함께 추진하고 있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에 대한 양국의 합의사항이었다.
공동성명에서 인도는 중국에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가입을 희망했고, 이에 대해 원자바오 총리는 "인도가 그동안 유엔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한 점을 이해, 지지한다"고 답했다.
이같은 원자바오 총리의 인도 가입 지지는 일본 가입에는 반대한다는 전날의 입장표명과 대조를 이뤄, 일본을 한층 당혹케 만들고 있다. 중국이 일본을 '아시아의 왕따'로 만들어 도태시키려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 때문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11일 뉴델리에서 “일본은 역사를 공평하게 직시해야 한다”며 “중국 등에서의 반일 시위 등은 일본에게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 목표를 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혀, 일본 가입에 반대한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천명했었다. 그는 이어 “아시아로부터의 이러한 커다란 반응은 일본 정부에게 이 문제를 심각하게 숙고시키게 될 것”이라면서 “역사를 존중하고 과거 역사에 책임을 져 아시아 각국과 세계의 신뢰를 얻는 국가만이 국제사회에서 보다 큰 책무를 완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미-일동맹을 배경으로 중국을 '주적'으로 설정하고 있는 일본을 용납할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 천명인 동시에, 아시아의 또다른 대국인 인도와 중국간 동맹 강화를 통해 일본을 아시아에서 도태시킴으로써 미-일동맹에 기초한 아시아 패권 유지를 도모하는 미국의 전략에도 제동을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23억 친디아 연맹' 가동에 세계 긴장**
그동안 원자바오 중국총리의 9~12일의 인도방문을 예의주시해온 세계는 이같은 '일본 배제, 인도 수용'이라는 중국의 입장 천명 등 당초 예상을 크게 뛰어넘은 '중-인 협력관계' 구축 합의에 경악하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세계가 이처럼 긴장하는 것은 중국과 인도 두 나라 인구를 합치면 23억명(중국 13억명, 인도 10억명)으로 이는 세계 전체 인구 가운데 39%를 차지하는 최대 소비시장인 데다가, 이들 국가는 지구상에서 가장 경제성장률이 높은 초고성장 지대이기 때문이다. 세계는 이미 이들 두 나라 연맹에 대해 '친디아(Chindia: 차이나+인디아)'라는 신조어 이름까지 붙여준 상태다. 중국(China)과 인도(India)가 합치면 ‘아시아의 세기’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중국과 인도는 1962년 카슈미르 국경분쟁 때 전투를 치른 여파로 현재까지 43년간 앙숙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인도는 이 전쟁에서 패한 것을 현대사상 최대의 치욕으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는 최근 물밑접촉을 통해 구원의 청산과 새로운 아시아 시대의 개막에 합의했고, 원자바오 총리의 인도방문을 통해 마침내 거대한 연맹 구축에 합의한 것이다.
중-인은 우선 그동안 오랜 갈등요소였던 군사부문과 관련, 국경분쟁 종결을 선언하는 동시에 1천30km에 달하는 국경지역에서의 대규모 군사훈련을 자제하고 현지에 주둔하고 있는 양국 군간부들의 회동을 확대하는 등 다각적 신뢰구축 조치를 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외교부문에서는 앞서 밝혔듯, 인도의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을 중국이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원자바오 "중국의 하드웨어와 인도의 소프트웨어를 합치자"**
가장 주목을 끈 대목은 경제협력 부문. 중국은 당초 양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희망했다. 그러나 FTA 체결시 값싼 중국제품이 몰려든 것을 우려한 인도의 반대로, 이번엔 FTA 체결 대신 단계적인 경제협력 확대에만 합의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백36억달러였던 양국 교역액을 2010년까지 3백억달러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동시에 5년후 FTA 체결을 목표로 FTA 체결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착수키로 했다.
하지만 양국간 경제협력은 단순한 교역량 증가에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10일 인도 남부 방갈로르의 첨단정보기술(IT) 도시를 찾은 자리에서 “인도의 소프트웨어와 중국의 하드웨어를 마치 파고다(탑)를 쌓듯이 결합시키면 두 나라는 ‘아시아의 세기’를 열어 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중-인 경제동맹이 세계경제에 몰고올 거대한 파괴력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인도는 소프트웨어에 관한 한, 세계정상 수준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2010년이면 독일을, 2020년이면 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일본을 추월한다는 야심적 플랜을 세워놓고 있다. 이른바 '2020 플랜'이다. 이번에 원자바오 총리가 일본에 대한 배척과 인도에 대한 연대를 공식적으로 천명한 것도 이같은 '2020 플랜'에 기초한 것이다. 인도도 매년 6%씩 성장해 2050년에는 중국을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이같은 야심찬 목표를 설정한 두 나라가 '아시아의 세기'를 열기 위한 연대전선 구축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것이다.
이같은 중국의 신속한 '인도 끌어들이기'는 미국이 인도를 경제대국으로 키워 중국을 견제할 의도를 갖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집권 2기 첫해인 올해 인도를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미국이 인도를 끌어안기 전에 중국이 선수를 친 양상이다.
***KDI "2015년이전에 인도, 한국 추월"**
'친디아' 연맹 선언은 일본의 상대적 고립 및 도태를 의미한다는 점에서는 낭보이나, 새로운 거대경제파워의 출현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우리로서도 긴장을 늦춰선 안될 대목이다.
이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달 31일 정부 중앙청사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 제출한 <세계경제의 구조변화 가능성> 보고서를 통해 2015년 이전에 인도가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인도.러시아.브라질 등 소위 Brics 3국이 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3년에 4.1%였으나 2025년에는 7.9%로 높아질 것"이라면서 "특히 2003년 현재 인도의 비중은 1.5%로 한국의 1.7%보다 낮았으나 2015년에는 2.2%로 상승하는 데 이어 2025년에는 3.1%로 뛰어오를 것"이라며, 2015년 이전에 한국경제가 인도에 추월당할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특히 아시아는 지금 급격한 재편기, 즉 '제2의 전환시대'를 맞고 있다. 국가생존을 위한 새로운 '전환시대의 논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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