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반일시위 확산에 일본 외교-경제 담당 각료들이 잇달아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며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일본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에 부정적이 아니라고 주장하며 마지막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해, 일본 각료들이 받은 충격이 얼마나 큰가를 스스로 드러냈다.
***중국 자극한 외상, "각료들은 말조심하자"**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정부 각료들은 12일 내각회의 이후 중국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일 시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잇달아 제기했다.
우선 마치무라 노부다카 외상은 이날 각료 간담회에서 “매우 긴장된 상황이므로 각료들은 발언에 주의해주길 바란다”며 이례적으로 각료들의 신중한 행보를 당부했다.
그러나 이같은 마치무라 주문은 그동안 그가 보여온 망언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쓴웃음을 짓게 하고 있다.
마치무라 일본 외상은 지난 4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중국의 역사교육에 대해 "개선할 것은 개선하도록 요구하겠다"며 "(앞으로) 중국외상을 만날 때 구체적으로 제기하겠다"고 말해,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즉각 “일본 군국주의가 일으킨 중국 침략전쟁은 중국 인민들에게 심각한 피해를 안겨줬으며 일본 국민들에게도 그 피해는 막심하다. 우리는 이 발언(마치무라 발언)에 경악과 불만을 느끼고 있다"고 반박할 정도로 중국을 격노케 한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마치무라 외상에 이어 나카야마 나리아치 문부과학상은 “현재 중국내 일본인 학교에서는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면서 “외무성과 협의를 통해 정보를 수집, 학생들의 안전 확보에 만전을 다할 것”이라고 중국내 일본인들의 안전문제를 우려했다. 나카야마 문부상 역시 후소샤의 왜곡교과서를 적극 옹호해 한국-중국 국민들을 격노케 만든 당사자중 하나이다.
***경제산업상, “중국은 무서운 나라”**
나카가와 쇼이치 경제산업상도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의 반일 시위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일본 기업에 미칠 영향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나카가와 경제산업상은 “분명히 경제 관계 회복을 상호 목표로 삼아야 한다”면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을 강조했고, 동중국해 천연가스 시굴에 관해서도 “국내 문제이므로 조용하게 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해 중국에 대한 자극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그러나 “중국은 시장경제를 목표로 하는 나라이므로 올바로 대응해 주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무서운 나라”라고 말해, 중국의 일제불매운동을 통해 받은 충격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기도 했다.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 및 우정민영화 담당상은 “주변국에서의 반일 시위가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논하려면 정보가 부족하며 확실한 정보가 수집돼야 한다”고 '중국 쇼크'를 애써 숨기면서도, “이웃나라와 관계 강화를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고 온 국민이 마음을 합쳐 그런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여 중국 쇼크를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외상, “日상임이사국 진출 관련 美 자세 부정적 아냐”**
마치무라 외상은 한편 이날 참의원 외교 방위위원회에 참석해 미국이 유엔 안보리 확대 개혁에 대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데 대해 “미 정부에 조회한 결과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고 답해, 미국의 배신에도 불구하고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대한 꿈을 접지 못했음을 드러냈다.
그는 이어 “일본은 미국과 공통 이해를 가지고 있다”면서 “9월 유엔 정상회의까지 안보리 개혁 논의를 마무리 짓자는 아난 사무총장의 촉구대로 상황이 진전되지 않을 것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본의 이같은 태도는 미국이 부정적인 자세로 돌아서고 중국의 강한 반발과 한국을 비롯한 1백19개국이 일본 등 G4의 상임이사국 진출에 반대하는 모임을 가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후 최대의 외교 목표인 상임이사국 진출의 꿈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유엔 대사 지명자인 존 볼튼 전 국무부 군축 담당 차관은 이에 앞서 11일(현지시간)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일본의 상임이사국 진출 가능성에 대해 “일본의 진출을 적극 지지한다”면서도 “(중국 등의 반발로) 상황이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고 말해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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