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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욕이 초래할 재앙 예고하는 파랑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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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탐욕이 초래할 재앙 예고하는 파랑새"

[화제의신간]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앵무새 살리기'

최근 UN(국제연합)이 내놓은 '밀레니엄 보고서'는 수년간의 연구 끝에 지구 생태계 자원의 60%가 이미 만신창이가 됐다는 결과를 제시해 충격을 준다. 특히 지구 생태계를 구성하는 종의 10%가 멸종했고, 지금도 조류(12%)·포유류(25%)·양서류(32%)가 멸종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20여 년 간 전 세계를 무대로 환경운동을 펼쳐온 토니 주니퍼의 <스픽스의 앵무새>(이종훈 옮김, 박진영 감수, 서해문집 펴냄)는 이런 암울한 현실을 되짚어보고, 절망과 희망의 무게를 가늠해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앵무새 살리기"**

스픽스유리금강앵무. 브라질 북동부 오지 카팅가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한 파란색 앵무새. 두 세기 전 처음 발견된 이 앵무새는 지금 현재 야생에서는 멸종된 상태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이 인류의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했던 2001년, 세상에 마지막 남은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인간 스스로 만든 창조물의 파괴보다도 주목받지 못한 이 앵무새의 최후는 '생명에는 대안이 없다'는 말을 무색하게 한다.

이 앵무새를 이렇게 멸종으로 몰아간 것은 바로 인간의 탐욕이었다. 카팅가 지역이 서구에 의해 '재발견'된 뒤 이 지역에 서식하는 네 종의 파란색 앵무새들은 전 세계 조류 수집가들의 가장 값나가는 수집 대상으로 떠오른다. 이들은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에 팔려나갔으며, 밀렵꾼들은 혈안에 돼 온갖 방법을 동원해 어미부터 새끼까지 가리지 않고 이 파란색 앵무새를 국제 앵무새 시장에 공급했다.

2백여 년 동안 계속된 카팅가 지역의 난개발도 이 새들의 멸종에 한몫했다. 댐 건설은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서식하는 카라이바 숲을 침수시켰으며, 이 지역을 소유한 지주들은 사탕수수 등을 대규모로 재배하기 위해서 남아있는 숲마저 태우고 잘라 개간했다.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그 지역에만 서식하는 희귀종이라는 것을 알 리가 없는 순박하고 가난한 지역 주민들의 무관심도 앵무새 멸종을 부추겼다.

결국 1987년 크리스마스 전야에 야생에 남은 두 마리의 스픽스유리금강앵무 중 암컷이 밀렵꾼에게 사로잡혔다. 생존한 '최후의 앵무새'가 1990년 7월8일 이 앵무새가 멸종된 것으로 생각했던 토니 주니퍼를 비롯한 일행에게 발견되면서, 이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앵무새'를 살리기 위한 본격적인 노력이 진행됐다.

***가장 큰 장애물, 인간의 광적인 소유욕**

1990년부터 앵무새가 결국 사라지기까지 10여년의 과정은 말 그대로 '희망'과 '절망'의 연속이었다.

야생에 마지막 남은 앵무새를 확인한 뒤 토니 주니퍼 등은 브라질 정부에게 이 앵무새를 보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도록 설득하는 동시에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멸종을 막기 위한 노력을 국제 사회에 호소했다.

가장 어려운 일은 세계 도처에 흩어져있는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숫자를 정확히 파악한 뒤, 그들의 소유자를 설득하는 일이었다. 파란색 앵무새에 대한 광적인 소유욕을 가진 이들을 설득해야만, 사육 중인 앵무새를 야생으로 보내 야생의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숫자를 늘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쉽지 않았다. 멸종 위기의 조류를 살리는 '생명에 대한 사랑'을 '인간의 탐욕'을 이겨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들 소유자들은 무단으로 앵무새를 거래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어기고 다른 앵무새 수집가들에게 이 귀한 스픽스유리금강앵무를 거액에 팔아넘겨 상황을 악화시켰다.

살아남은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숫자가 적은 탓에 유전적 다양성이 계속 감소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계속되는 근친교배는 이 앵무새의 운명을 암울하게 만들었다. 사육장에서 부화된 앵무새들이 번식 능력이 없거나, 장애를 안고 태어나는 경우가 속출했다. 야생에 남은 최후의 앵무새가 사라질 경우 사육장에서 내보낸 스픽스유리금강앵무에게 종 고유의 야생의 습성을 가르칠 수 없게 되는 것은 또 다른 걱정거리였다.

설상가상으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극복하고 야생으로 돌려보낸 암컷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생명을 잃는 상황이 발생했다. 그리고 새끼들을 야생으로 돌려보내 최후의 앵무새에게 생존의 노하우를 배우게 하는 계획이 추진될 무렵, 이 마지막 앵무새도 사라진 채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2001년 야생의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은 멸종된 것으로 결론내려졌다.

***파란색 앵무새는 희망 잃은 브라질 농민의 상징**

이 책에서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것은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운명이 카팅가 지역 주민들의 삶과 공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구인의 탐욕이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멸종을 부른 것처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과 초국적 기업이 주도하는 개발 역시 카팅가 주민의 삶을 더욱더 비참하게 만들었다. 세계은행은 카팅가 주민의 삶을 향상시킨다는 이유를 표면적으로 내세우며 인근에 댐을 건설해 7만여 명에 달하는 땅 잃은 농민들만 양산했다. 이들 농민들에게 제공된 작은 땅덩어리는 거대 지주의 손으로 헐값에 팔려나갔고, 농민들은 다른 오지를 찾아 떠나거나 도시의 빈민으로 흡수됐다. 브라질의 '빈곤의 고리'를 끊기 위한 세계은행의 원조가 오히려 그것을 심화시킨 것이다.

이런 카팅가 주민에게 야생에 홀로 남아 13년을 버틴 스픽스유리금강앵무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환경운동가들은 그들에게 스픽스유리금강앵무의 희소성을 알렸고, 이런 사실을 안 주민은 헌신적으로 이 앵무새 보호에 동참했다. 주민들 역시 서구 폭력에 희생된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곧 자기들의 분신이라는 것을 알아챘던 것이다.

2002년 토니 주니퍼가 이 책을 마무리하는 시점에 전 세계에는 60여 마리의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남아 있다. 브라질 정부가 과거보다 훨씬 더 적극적인 복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 파란색 앵무새를 다시 자연에서 볼 수 있게 될지, 아니면 최후의 스픽스유리금강앵무가 새장에서 인간을 저주하면서 죽어갈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지구상에서 사라져가는 수많은 생명체들의 아우성 속에서, 우리 앞에는 '희망의 길'과 '절망의 길'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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