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규 검찰총장이 검찰 개혁방안의 일환으로 논의되고 있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나 상설특검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시했다.
김 총장은 12일 오전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강연에서 "검찰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문제에서 (검찰의) 권한과 권력을 쪼개서 남을 주던지 새 권력을 입히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며 "지금 수행하는 권력과 권한에 국민의 견제가 들어가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총장의 이 발언은 정치권에서 논의중인 공수처나 상설특검제는 받아들이기 힘들고 대신 미국의 연방대배심이나 일본의 검찰심사회처럼 일반 시민들이 기소에 참여하는 방안을 도입해 검찰의 기소독점권을 해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김 총장은 "(아무리 깨끗하지 않다고 해도) 검찰만큼 깨끗한 데를 또 어디서 찾겠느냐"며 "검찰제도를 국민의 견제를 받는 것으로 바꾸겠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또 "검찰의 존재가치는 바꿀 수가 없는 것이고 검찰이 권한을 점점 확대해왔는데 거꾸로"갈 수는 없는 것"이라며 "옛날 검찰 모습이 힘이 있다보니 잡초와 넝쿨이 붙었고 나무가 커서 넝쿨을 우습게보다가 나무를 고사시키는 단계까지 왔는데 넝쿨을 없애려면 밑동을 잘라버리면 된다"고 강력한 자정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목에서 김 총장은 검찰의 권한과 권력을 공적인 범위로 한정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김 총장은 '스폰서 의혹'과 관련해서는 "검찰의 추한 모습이 비춰진 것이 안타깝고 검사에 대한 국민의 기대치가 무너진 것 같아 (심정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제도와 문화로 과감하게 바꾸고 남아있는 흔적이 있다면 싹 도려낼 것"이라며 "취임하고 나서 '변모(transform)'를 많이 했는데 이제는 '다시 태어난다(reborn)'고 해야겠다. '새 검찰' 수준의 변화를 줄 것"이라고 내부개혁 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검사들이) 문화 개혁의 대상만 돼서는 안되고 주체가 돼야한다"며 "접대 문화도 검사들이 다른 형태로 가면 시간이 걸려도 온 사회가 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장은 연수원생들에게 "검찰이 바뀐다. 권력의 맛을 보겠다는 분들은 사고치니 검찰에 오지 말라. 검찰이 이렇게 바뀐다는데 '더 바꿔보자', '바르게 해보자' 하는 분만 와달라"며 강연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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