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극우 세력인 ‘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새역모)의 후소샤판 교과서를 배후에서 노골적으로 지원해왔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새역모 교과서는 검정 합격 발표 이전에 불법적으로 신청본을 돌리면서 교과서 채택 사전운동을 벌였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적발하고도 유감만을 표시했을 뿐 구체적인 제재 조치는 전혀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새역모, 검정합격전 교육위원회 상대 교과서 채택 로비 **
6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제니타니 마미 문부과학성 초중등 교육국장은 이날 오전 중의원 문부과학위원회에 나와 “후소샤 출판사는 자사의 새역모 교과서를 검정 합격 전에 교직원 등에 배포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같은 불법 사항은 이미 지난달 11일 다카시마 노부요시 류큐대 교수 등의 폭로를 통해 밝혀진 내용이었다. 당시 다카시마 교수는 “새역모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신청본(백표지본)이 문부성 규정을 위반하고 2개 현의 3곳 지방자치체 교육위원회 관계자에게 유출되고 있다”면서 후소샤 교과서에 대한 문부성의 검정신청 수리 취소를 요구했었다.
일본 문부성은 지난 2001년 교과서 검정 당시 후소샤 교과서 등 교과서 검정 신청본들이 공개되면서 국제적 파문이 일자, 2005년도 교과서 검정부터는 신청본을 공개하지 못하도록 ‘도서검정규칙 실시세칙’을 규정했었다. 신청본을 ‘백표(白表)지본’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교과서 검정 심의관들에게 어느 회사 교과서인지 사전 정보를 주지 않기 위해 표지를 하얗게 칠하는 데서 연유했다.
검정 합격 이전에 신청본을 교과서 채택에 영향을 미치는 교직원 등 외부에 유출하는 것은 바로 이 ‘실시세칙’을 위반한 것으로 새역모측은 오는 8월 각 지역 학교의 교과서 채택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사전채택운동을 한 것이다.
교과서 채택은 중학교의 경우 사립과 국립은 학교장들이 선택권을 행사해 일선 교사들의 입장이 많이 반영되나 일본 중학교 1만3백58개 가운데 90% 이상을 차지하는 공립중학교는 기초지방자치단체의 교육위원회가 주도하고 있어 일선 교사들의 영향력이 비교적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후소샤는 이에 따라 현재 교육위원회를 대상으로 사전채택운동을 벌여 2001년도의 0.039% 채택률을 이번에는 10%까지 끌어올리려 하고 있다.
***日정부, 새역모 규정위반 적발하고도 “조치는 불필요” **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일본 문부성은 이같은 위반 사실을 적발하고서도 형식적인‘솜방망이’ 처벌만 했다는 사실이다.
이날 제니타니 국장에 따르면, 후소샤의 위반 조치에 문부성이 내린 조치는 배포한 검정 신청본을 회수토록 하고 관리를 철저히 하라는 세차례의 '지도조치'뿐이었다.
나카야마 나리아키 문부상은 이날 노골적으로 후소샤의 불법을 두둔하기까지 했다.
나카야마 문부상은 후소샤 교과서 사전 배포와 관련, “규칙을 위반하는 것은 문제”라고 유감을 표하면서도 “후소샤 교과서를 관리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지만 (이 문제에 관해) 후소샤측의 자각을 기다리고 싶지 어떤 조치를 취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후소샤측의 규정 위반을 사실상 두둔했다.
검정을 신청한 출판사 8곳이 올 8월 채택률을 두고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사전 운동이 적지않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일본 정부는 후소샤측의 사전 운동에 유감만을 표시하는 것으로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다.
하지만 일본 출판계에서는 문부성이 평소 '관료주의적 권위'를 무엇보다 중시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만약 비판적 내용의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가 이런 불법적 행위를 했다면, 문부성은 즉각 검정신청 자격을 박탈했을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 문부성과 후소샤는 짜고치는 고스톱을 치고 있다는 비아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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