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목일에 발생한 대화재로 강원도 양양, 고성 등에 엄청난 참사가 벌어졌다.
***양양 일대 45만평 산림 불타**
강원 영동지역에 건조주의보와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4일 오후 11시 50분께 양양군 양양읍 화일리 도로변 야산에서 산불이 발생, 가옥과 창고 등 41채가 불에 탔다. 이어 5일 오전 들어 불길이 잡히는 듯했으나 오후 들어 초속 15~20미터의 강풍이 불면서 대화재로 발전하며, 양양 일대 산림 1백50ha(45만평)이 불에 탔다.
양양 일대는 전쟁터였다. 5일 오전 0시 55분께 강현면 사교리 31가구 60여명의 주민이 긴급 대피한 데 이어 금풍리 35가구 65명, 적은리 45가구 75명 등 223가구 4백여명이 마을회관 등 안전지대로 긴급 대피했다. 또 산불이 사교리에서 금풍리를 지나 사천리와 감곡리 일대로 번짐에 따라 5일 오전 2시 50분께 인근 침교리와 방축리, 광석리 등 모두 16개리에 주민대피령을 내리는 등 총 265가구 6백61명의 주민을 대피시켰다.
주민들은 어둠 속에서 경운기와 승용차 등을 이용해 가재도구 등을 싣고 급히 대피했으며 마을 논과 밭은 주민들이 옮겨놓은 가재도구와 소, 돼지 등 가축들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양양 일대는 산림이 타면서 내뿜는 짙은 연기로 대낮에도 10미터 전방이 안보일 정도였다.
***천년고찰 낙산사 전소**
특히 오후 들어 강풍을 타고 재연하며 천년고찰 낙산사로 옮겨붙어 대웅전, 일주문,종각 등이 불에 타며 치명적 손상을 끼쳤다. 오후 3시께 낙산사 주변 15민평 규모의 송림으로 번진 불은 곧바로 낙산사 서쪽 일주문을 태운 뒤 대웅전에 옮겨 붙었다.
낙산사 20여채의 건물 가운데 대웅전과 보타전, 원통보전(圓通寶殿)과 이를 에워싸고 있는 원장(垣墻.시도유형문화재 34호), 홍예문(虹霓門.시도유형문화재 33호), 요사채 등 목조 건물과 보물 479호인 `낙산사 동종' 등 대분분이 불에 탔다. 인근의 의상대와 홍연암은 다행히 화마를 피했다.
낙산사측은 이날 오전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동양에서 가장 오래된 지불인 `건칠관세음보살좌상(보물 1362호)'을 비롯한 신중탱화, 후불탱화 등 3개의 문화재를 지하 창고로 긴급 이전시켰으나 훼손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낙산사 스님들은 긴급 대피했으며, 소방대원들이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바람이 워낙 강한 데다 연기가 심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또 불이 낙산비치호텔 부근으로 번짐에 따라 이 호텔 투숙객 30여명과 직원 60여명이 긴급 대피했다.
한편 양양 북부의 고성에서도 대형산불이 발생했다. 지난 4일 오전 9시15분께 고성군 동부전선 비무장지대 고황봉 서쪽 2㎞ 지점에서 재발한 산불은 이날 오후 10시 비무장지대를 넘어섬에 따라 자정께 최북단 명파리 마을 주민들에게 예비 대피령을 내렸다. 산불은 5일 오후 현재 남방 한계선 이남 3㎞까지 확산되면서 임야 20㏊를 태웠다.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현내면 명파리 주민과 남북철도.도로 공사 현장 인부 등 3백60명에 대해 대피를 준비하도록 하는 한편 진화대를 투입, 산불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정부 뒤늦게 관계부처 회의 소집**
한편 정부는 뒤늦게 관계부처 회의를 소집하는 등 뒷북 행정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화재발발 초기에 양양군은 1천여명의 공무원과 군 병력을 동원해 불길을 잡으려 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강풍이 불면서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자, 양양군은 오후 2시32분을 기해 산불이 확산되고 있는 양양 강현면 지역에 재난경보를 발령했다.
경찰은 또 이날 오후 3시부터 양양 강현면 용호리 일대 7번 국도 양측 야산에서 강한 바람과 함께 불길이 번짐에 따라 산불진화대 장비 및 인력 이동을 위해 설악산 입구~양양 연창 삼거리까지 20㎞ 구간의 차량통행 전면통제에 들어갔다.
불을 잡기 위한 동원인력 숫자도 5천명 선으로 늘렸으나, 이미 상황은 걷잡을 길 없이 번진 상황이었다.
이해찬 총리는 이날 저녁 7시 중앙청사에서 행정자치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소방방재청, 경찰청, 산림청 등 7개 부처 장.차관이 참석하는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피해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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