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31일 핵무기 보유국임을 재차 기정사실화하며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회담 성격을 바꾸자는 제안은 이번이 처음으로 북한의 ‘속뜻’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이같은 북측의 주장에 대해 “아무 전제조건 없이 북한은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北 외무성, “6자회담을 군축회담으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31일 담화를 통해 “우리가 당당한 핵무기 보유국이 된 지금에 와서 6자회담은 마땅히 참가국들이 평등한 자세에서 문제를 푸는 군축회담으로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미 동결과 보상과 같이 주고받는 식의 문제를 논하는 시기는 지나가 버렸으며 앞으로의 6자회담은 실제적으로 한반도 비핵화를 공정하게 실현하기 위한 포괄적 방도를 논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며 “미국은 의자에 앉아 호령하고 우리는 무릎을 꿇어 요구에 응하는 불평등한 회담을 해서는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핵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어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위협이 완전히 청산되면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시아 지역의 항구적인 평화와 안정도 담보될 수 있다”면서 “그러므로 6자회담이 자기 사명을 다하자면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미국의 핵무기와 핵전쟁 위협을 근원적으로 청산하기 위한 방도를 모색하는 장소로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로 하여금 핵무기를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든 근원인 조선반도와 그 주변에서 가중되는 미국의 핵위협을 청산하고 우리와 유관국들 사이에 신뢰 관계가 수립되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미국이 북한을 '핵선제 공격대상'으로 삼고 핵전쟁으로 북한 제도를 전복하려는 적대시 정책부터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이밖에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면 남한에서 미국의 모든 핵무기를 철거하고 남한 자체가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을 원천적으로 없애버려야 하고 이는 검증을 통해 확인돼야 한다”면서 “미국은 자국의 핵의 위협은 제쳐놓고 우리 핵무기만 폐기되면 한반도의 비핵화가 실현되는 것처럼 비핵화의 본질을 속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北진의 촉각, ‘수세적 구도 탈피’라는 시각과 ‘회담 복귀 위한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
6자회담을 군축회담 형식으로 바꿔야 한다는 북한의 제안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 진의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 전문가들은 우선 북한이 ‘군축회담’과 ‘포괄적 방도를 논하는 장소’를 언급한 것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6자회담 구조가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북한이 회담 구도를 탈피하려는 뜻을 내비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즉 현재 6자회담은 북한 핵만을 주요 의제로 삼고 논의하고 있으나 이를 군축과 연계함으로써 남한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남한의 핵능력, 미국의 핵공격 가능성까지 모두 의제 선상에 올려놓겠다는 심산이라는 지적이다.
아울러 자신들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해 이에 상응한 대우를 받고 싶어한다는 뜻과 포괄적인 문제를 다루자고 제안함으로써 북한이 클린턴 때의 대화 구도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즉 자신들을 대화 상대로 분명히 인정하고 포괄적 협상안으로 현 상태를 타개하자는 제안인 셈이다. 그러나 이같은 제안을 미국이 받아들이기 난무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선전전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일단 6자회담을 재차 거론하며 나온 데 대해 긍정적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자신들의 요구 사항을 얻기 위해 여전히 6자회담을 주요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드러낸 담화라는 점에서 의제에 따라서는 6자회담 복귀 선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美, “北 아무 전제조건없이 회담 복귀해야” **
한편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을 가진 자리에서 북한의 군축회담 제안과 관련 “북한은 아무 전제조건 없이 6자회담에 복귀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는 “우리는 북한의 성명을 주의깊게 검토할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분명치 않으며 그들은 회담의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고 있는 것인가”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은 목표가 비핵화라고 다시한번 말하고 있으며 그것은 (6자회담 참가국) 모두가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6자회담은 그 목표를 달성하고 북한의 핵 야망을 평화적인 외교과정을 통해 종식시키는 최선의 기회”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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