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지난해 12월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과의 정상회담에서 행한 노무현대통령의 '신사참배' 발언 내용을 공개했다.
노 대통령은 당시 이부스키 한-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가급적이면 돌출발언과 같은 사고가 없기를 희망하며 역사 교과서 문제나 신사참배 등에 대해 일측이 결단을 내려주면 해결이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당시 자리에는 이번에 망언을 한 마치무라 일 외상도 배석하고 있었다.
***盧, "역사교과서-신사참배 결단 내려달라"**
외교부의 한 당국자는 31일 비공개 브리핑을 갖고 “노 대통령은 지난해 이부스키 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에게 ‘가급적이면 돌출발언과 같은 사고가 없기를 희망하며 역사 교과서 문제나 신사참배 등에 대해 일측이 결단을 내려주면 해결이 쉬워질 것’이라며 동북아의 장래를 위해 일본 지도자들이 결단이 필요하다는 것을 지적한 바 있다”고 비공개 대화록의 일부를 공개했다.
이 당국자는 특히 “이 자리에는 마치무라 외상이 배석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왜곡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설사 대통령이 이같은 사항을 말하지 않았다 해도 외교 수장이 그런 발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마치무라 외상의 '거짓말 망언'을 질타했다.
그는 또 “대통령이 공개 언급을 자제하고 정상간 무릎을 맞대고 온건하고 넌지시 언급했다고 해서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미래를 함께 열어갈지 우려스럽다”고 재차 일외상을 질타했다.
이 당국자는 이밖에 “지난해 이부스키 한-일 정상회담에 앞서 회담 직전에 정부 고위인사를 일본에 보내 일측의 관련 고위인사들과 만나 역사문제 대해 협의토록 한 바 있다”고도 밝혔다.
당시 우리측은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반대 입장을 분명히 전했으며 정상회담에서 최소한 ‘불행한 과거를 연상시키는 양국 지도자들의 언행이 자제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는 정도의 공개적인 합의를 발표하자고 제안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같은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당국자는 설명했다.
한편 마치무라 외상의 이날 발언은 마시코 테루히코 민주당 의원의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앞으로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란 질문의 답변으로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마치무라 외상은 답변에서 ‘유감’이라는 뜻으로 ‘이칸(遺憾)’이란 단어가 아니라 ‘잔넨(殘念)’이란 단어를 사용, 어떤 수준으로 받아들여야 될지에 대해 이견이 나오기도 했다. ‘잔넨’은 우리말에는 없는 뜻으로 ‘유감스럽다’와 ‘아쉽다’란 뜻으로 통칭된다.
***정부, “정상간 비공개 대화 근거 발언 부적절”**
이규형 외교통상부 대변인도 이날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과 관련, 논평을 통해 “정부는 마치무라 외상이 양국 정상회담에서 오간 비공개 대화 내용을 근거로 발언한 것은 적절치 못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마치무라 외상의 발언은 한일관계 발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며 “특히 발언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지난 30일 일본 중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해 노 대통령이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한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대국민담화를 통해 지적한 데 대해 “지난해 12월 한-일 정상회담에서는 야스쿠니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정상간 무릎을 맞대고 얘기하지 않고 그런 형식으로 표현한 것은 유감”이라고 노 대통령을 직접 비판해 파문을 불러일으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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