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상이 30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직접 직격탄을 날려, 일파만파의 커다란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
***마치무라 日외상 "盧, 고이즈미 만났을 때는 아무 소리도 안하더니..."**
30일 일본 교도(共同)통신에 따르면, 마치무라 노무다카 외상은 이날 오후 중의원 외무위원회에 출석해 노무현 대통령이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비판한 것과 관련, "양국 정상끼리 만나 회담을 가졌을 때에는 말하지 않고 이런 형태로 표현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노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비판했다.
마치무라 외상은 구체적으로 지난해 12월 일본 가고시마현 이부스키 온천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양국 수뇌가 하룻밤에 걸쳐 천천히 이야기하는 장소가 있었는데 당시에는 이런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 제기는 없었다"며 "그런 의미에서 몹시 유감"이라고 재차 노대통령을 비판했다.
마치무라 외상의 이같은 노대통령 비판은 일국의 각료가 상대방 국가의 대통령을 직접 거명해 비난했다는 점에서 더없는 외교결례이자, 도발적 행위로 해석된다. 특히 마치무라 외상이 외교 주무부서의 수장이라는 점에서 그의 노대통령 비판은 사실상 양국관계의 파탄까지도 감수하겠다는 외교적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까지 낳고 있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노대통령 담화이후 고이즈미 일본총리는 침묵으로 일관하는 대신, 외상이 이처럼 직격탄을 날린 것은 '장관이 대통령을 상대하는 형식'을 빌어 노대통령과 한국의 위상을 깎아내리려는 계산에 따른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낳고 있다.
또한 외교가에서는 일본 외상이 이처럼 공격적 자세로 나섬으로써 독도-역사왜곡교과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중 추진하기로 잠정적 합의를 보았던 한-일정상회담도 물건너가며 양국 관계가 1965년 수교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낳고 있다.
이와관련 김만수 청와대 대변인은 "외상이 했으니 우리도 외교부가 대응할 것"이라며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확한 발언과 어떤 배경에서 발언이 나왔는지 주일대사관을 통해서 확인하고 있다"며 "면밀히 검토하고 있고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에 앞서 지난 23일 '한일관계 관련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는 이전에 일본 지도자들이 한 반성과 사과의 진실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침력과 지배의 역사를 정당화하고 또다시 패권주의를 관철하려는 의도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게 됐다"고 밝혔었다.
***일본, 한국의 독도관광도 공식 항의**
한편 일본 정부는 지난 28일 우리나라 관광객의 독도상륙에 대해서도 외교채널을 통해 거세게 항의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아이사와 이치로(逢澤一郞) 일본 외무성 부대신(우리나라의 외교차관)은 30일 중의원 외교위원회에서 "한국의 일반 관광객이 독도에 상륙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면서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아시아ㆍ대양주 국장이 지난 28일 주일 한국대사관에 강력히 항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 지난 24일 관광객의 독도입도제한을 완화했으며, 이에 따라 관광객과 보도진 60명이 28일 독도에 상륙했었다.
이에 대해 우리정부 당국자는 일본의 항의 사실을 확인하며 "일본측 요청으로 어제 주일 한국대사관 관계자가 외무성을 방문했으며 이 자리에서 일본측의 문제 제기에 대해 '독도는 한국의 고유 영토로 한.일간에 협의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고 전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