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양국이 지난 2000년 7월 독도 해역에서 해상합동군사훈련을 벌였으며, 일본의 항의에 대해 김대중 당시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일축했고 그후 일본은 더이상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비사(秘史)가 공개돼 주목된다.
***장성민, “한-미 2000년 독도 해역서 해상훈련실시” **
김대중 정부 시절 초대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세계와동북아 평화포럼 대표는 25일 오전 ‘일본의 대동북아 전략과 한반도’란 주제로 서울대에서 열린 월례포럼 세미나에서 “한-미 양국은 지난 2000년 7월 독도 해역에서 비밀리에 합동해상군사훈련을 벌였다”고 밝혔다.
장성민 대표는 “당시 한미 합동해상군사훈련은 특히 합참이 연합사와 합의해서 결정했고 이러한 사항은 미군 태평양사령부에도 보고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해, 우리 정부가 의도적으로 독도 영해를 한미 연합훈련 장소로 삼았음을 시사했다. 장 대표는 "미군이 독도 해역에서의 합동군사훈련에 동의했다는 것은 미국도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셈"이라고 덧붙였다.
장 대표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부는 한미 합동해상군사훈련을 시작하면서 국방부를 통해 일본 해상보안청에 "한미 연합군이 독도 수역에서 한미합동훈련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한미합동훈련은 한미간에 극비리에 합의된 것이어서, 당시 일본은 이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국방부는 훈련사실을 통보하며 "독도 해역 근해에 포탄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 일본 어선 등은 근접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당시 독도 해역은 1998년 체결한 어업협정에 의해 일본 어선도 고기를 잡을 수 있는 중간해역이었으나, 우리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일본 어선 등이 고기를 잡다가 포탄에 맞는 사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통보였다.
***일본 "훈련 중단하라"에 DJ "독도는 우리 땅" 일축**
이같은 사실이 통보되자 일본 정부는 발칵 뒤집혔다.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독도 수역에서 합동으로 군사훈련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미국이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게 있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일본 외무성은 즉각 당시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 "다케시마(독도의 일본명) 수역에서 강행되는 한미합동훈련을 당장 중단하라"는 강경 메시지를 한국 정부에 전해왔다.
그러나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독도는 우리 땅이며 왜 우리가 우리 영해에서 훈련하는데 일본이 이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가”라는 내용의 훈령을 주일한국대사를 통해 일본 정부에 전달, 일본측 항의를 일축했다.
장 대표는 "결국 독도 수역에서의 한미합동군사훈련은 성공적으로 잘 마쳤다”면서 “일본은 김대중 대통령의 훈령 전달후 이 문제와 관련해 어떤 항의나 이의도 직간접적으로 우리 정부에 보내온 바가 없었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이처럼 일본정부가 그후 독도 수역에서의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 침묵하고, 지금까지도 이 사실을 숨기고 있는 것은 일본정부도 사실상 독도가 한국땅이라는 사실을 시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본의 독도분쟁화 음모에 쐐기 박는 결정적 근거**
이같은 ‘비사’는 최근 일본의 독도 국제분쟁화 음모에 '쐐기'를 박는 국제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
우선 독도 수역에서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은 미국이 독도 영유권이 한국에게 있음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은 한국전쟁 참전이래 독도가 한-일 영토분쟁지라는 점을 분명히 알고 있었으며, 따라서 그동안 이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었다.
한 예로 홍순칠 독도의용수비대장의 수기 <이 땅이 뉘 당인데!>에 따르면, 1954년 홍순칠 대장이 신현돈 경상북도 도지사를 찾아가 식량사정이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하자 신 지사는 쾌히 승낙하고 당시 사회과장이던 이종만씨를 불러 구호양곡에서 2백표(俵)를 출고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출고권을 갖고 있던 미군 고문관은 "독도란 곳은 한국과 일본이 서로 자국 영토임을 주장는만큼 미국의 식량을 독도 분쟁에 사용할 수 없다"며 출고를 불허했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독도분쟁에 끼어들기를 꺼려했던 미국이 2000년 7월 독도 수역에서 한국군과 합동훈련을 벌였다는 것은 미국도 독도가 한국영토임을 시인한 것에 다름아니다.
이같은 한미공동군사훈련 비사 공개는 독도 국제분쟁화를 도모하고 있는 일본 정부에게도 큰 타격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정부가 독도 수역에서의 한미공동군사훈련 사실을 알고도 이를 저지하는 데 실패했으며, 그후 이 사실을 일본국민들에게도 숨겨왔다는 사실은 그동안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해온 일본정부의 행태와 전면배치되는 모순된 행동이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독도 수역에서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과거를 씻고 새로운 미래를 향하자는 '21세기 한일 공동파트너십' 선언이 나왔던 시기에 기습적으로 실시돼 독도문제를 분명히 매듭지었다는 점은 김대중대통령의 탁월한 외교역량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의 독도사태와 관련해선 “독도는 현재 실효적으로 한국이 지배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많은 말을 해서 이를 분쟁화 시키기보다는 독도가 우리 영토라는 실효적 지배의 태도를 성숙하게 보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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