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은 "미국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한 시한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6월 시한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일본정부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무장관이 방일때 '6월 시한후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방안을 협의했다고 밝히고 있어, 미국의 당초 강경대응 구상이 중국의 반대로 좌절된 게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부시 '6월 시한설' 일단 부인**
부시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웨이코에서 폴 마틴 캐나다 총리,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과 3자 정상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에서 '6월 시한설'을 부인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는 부시 대통령에게 "라이스 국무장관은 미국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거부에 점점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음을 분명히 밝혔다"면서 "미국이 6월 시한을 정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만일 그들이 회담에 복귀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가 있을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앞서 23일 로이터통신은 도쿄발 기사에서 일본 외교소식통의 말을 빌어 "라이스 국무장관이 중국에 대해 말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미국은 지난번 6자회담 개최부터 1년이상을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며 미국은 북한이 회담에 복귀할 시한을 6월 하순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또 라이스 장관이 "그것(6월 하순)을 넘어설 경우 미국은 분명히 유엔 안보리로의 회부를 여러 방안 중 하나로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부시 대통령은 그러나 이같은 기자 질문에 대해 "그녀(라이스)는...우리는 시한을 정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일단 '6월 시한설'을 부인한 것이다.
부시는 그러면서도 북한에 대해 "그것은 만일 당신들이 앞으로 나아가는 길을 원한다면, 만일 당신들이 세계에 받아들여지려면, 만일 당신들이 고립되지 않으려면, (핵) 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재차 핵포기를 압박했다. 그는 이어 "나는 참을성이 많은 사람이며 이 문제에 관여하는 많은 사람들도 그렇다"면서도 "그러나 북한 지도자는 우리 5개국이 말할 때 우리는 말한대로 정말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재차 북한을 압박했다.
부시 대통령 발언에 이어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우리는 어떤 시한도 정한 바 없으며 시한을 설정하지 않는 관행을 바꾼 바도 없다"고 '6월 시한설'을 부인했다.
***일본 외상, "라이스와 북핵 안보리 회부 협의"**
그러나 부시 대통령의 '6월 시한설'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본측에서는 '6월 시한설'과 동시에 라이스 장관이 방일기간중 일본과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 등 강경대응책을 협의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어 부시 발언의 진실성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마치무라 노부다카 일본 외상은 23일 오후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대해 "언제까지나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다"며 "(북핵문제를) 유엔 안보리 무대로 옮겨야만 하는 국면이 도래할 지도 모른다고 (미일) 외무장관회담에서 이야기했다"고 밝혀, 라이스 장관과의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문제를 협의했음을 분명히 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도 이날 밤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의 유엔 안보리 회부 가능성과 관련, "북한이 끝내 6자회담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런 선택도 시야에 넣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해 회부 가능성을 시사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하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나는 북한이 6자회담에 돌아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여, 자신의 발언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했다.
***라이스, 중국의 반대로 고배 마셨나**
이같은 일본정부의 '6월 시한의 강경대응' 전언과 미국정부의 '6월 시한 부인' 사이의 차이는 라이스 국무장관이 일본방문후 중국을 방문했을 때, 중국측의 '강경대응 반대' 입장이 표명됐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실제로 22일 라이스 장관의 방중을 수행했던 미국 고위관리들의 말을 빌어 "중국정부 지도자들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대북 압박을 높일지 여부에 대해 아무런 확신을 주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라이스 장관은 "중국은 특히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위해 중요한 역할을 갖고 있다"면서 대북 설득 및 압박강화를 요구했으나, 라이스 장관을 만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 등 중국 최고위 관리들은 북한에 어떤 특별한 압력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북한과 다시 대화를 나눌 것"이라는 단순한 언질만 했다.
따라서 외교전문가들은 당초 라이스 장관이 '6월 시한후 북핵문제의 유엔 안보리 상정'이라는 카드를 갖고 한-중-일을 순방했으나, 중국의 '비협조'에 부딪쳐 고배를 마신 게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북한, 6자회담 촉구한 중국에 원론적 답변만**
한편 라이스 중국방문 다음날 중국을 방문해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박봉주 북한총리는 23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 중국의 6자회담 복귀 요구에도 불구하고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사> 통신에 따르면, 후진타오 주석은 회담에서 "한반도의 비핵화를 견지하고 북한측의 합리적 우려를 해결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는 것은 중국과 조선인민공화국의 공동의 이익"이라며 "6자회담을 통한 평화해결이야말로 유일한 올바른 선택이자 중-조 공동의 이익에 합치하는 것"이라며 6자회담 복귀를 촉구했다.
이에 대해 박봉주 총리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지키려는 중국의 노력을 칭찬한다"고만 답했다. 박 총리는 전날 원자바오 총리와의 회담에서도 "6자회담에 반대하지 않고 포기하지도 않았다. 조건이 정비되면 복귀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었다.
중국에 대해 이처럼 원론적 입장만 밝힌 북한은 이와 동시에 이달말 북한을 방문하려던 커트 웰든 미 하원군사위원회 부위원장 등 미 여야 의원단의 방북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통고해 주목된다. 이들은 연초에 북한을 방문해 북-미간 간접대화의 통로 역할을 했었다.
23일 웰든 의원의 보좌관에 따르면, 북한은 뉴욕의 북한유엔대표부를 통해 웰든 의원에게 "불행하게도 현 시점에는 방문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이와 관련, "부시 정부가 2기에 들어서서도 대북 적대시정책을 완화하려는 조짐을 보이지 않자 의원단을 통해 미국의 양보를 얻어낼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북핵 문제는 여전히 북-미의 팽팽한 대립으로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속에 휘말려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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