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지성인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가 조지 W.부시 대통령이 세계은행(WB) 총재에 폴 울포위츠 미 국방부 부장관을 지명한 것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특히 그는 "세계은행은 진정 세계를 위한 은행이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미국의 은행'이 될 것인가"라고 반문하면서 "월포위츠는 군사문제와 외교분야경력자와 개발.재정 전문가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삭스 교수는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와 함께 미국의 양대 천재 경제학자로 꼽히는 석학이다.
***삭스, "세계은행, 부시 때문에 망가지고 있다"**
삭스 교수는 22일자 파이낸셜타임스(FT)에 기고한 "세계은행을 해방시킬 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세계은행이 개발도상국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주도적 역할을 사명으로 하고 있다면, 자체의 지배구조부터 밀실정치를 탈피해야 한다"면서 "지금 미국은 경쟁도 거치지 않고 묻는 일도 없이 차기 총재를 앉히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세계은행은 1백84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국제기구임에도 불구하고 총재 자리는 관례적으로 미 백악관이 정해왔다"면서 "유럽은 그대신 다른 국제기구의 자리를 보장받아 기꺼이 동의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1백50여개 다른 개발도상국들은 뒷전에 물러나 있는 신세"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3가지 이유를 들어 백악관이 세계은행의 총재직을 고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첫번째, 미국은 세계은행의 지분 16%에 불과하며, 다른 회원국들의 역할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미국은 막후에서 빈곤 국가들에 대한 세계은행의 재정지원 확대를 막고 있는 최대 세력인 데다가, 은행의 재정을 약화시키는 방식으로 분담금 축소를 추진해왔다. 값싸게 세계은행을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두번째, 미 정부는 경제발전에 관한 국제적 합의를 외면하고 있다. 유엔 밀레니엄 개발목표 하에 세계가 뜻을 모아 극빈.질병.기아 구제를 위한 목표를 공유하고 있다. 미국도 관련문서에 서명은 했지만 목표를 지원하는 것은 거부하고 있다.
가장 추악한 미국의 모습은 외국에 대한 원조에서 드러난다. 미 워싱턴의 보수파들은 부시 대통령도 참석한 지난 2002년 멕시코 몬테레이에서 열린 개발금융정상회의에서 채택된 합의안을 미국이 지지하지만, 개발지원 확대를 지지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들은 몬테레이 합의는 무역과 민간부문에 관한 것이지 원조에 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은 틀렸다. 몬테레이 합의에 서명한 미국을 비롯한 나라들은 선진국들이 공식개발원조금을 국내총생산(GDP)의 0.7%까지 늘리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을 하기로 했다. 미국의 원조규모는 현재 원조국 중 가장 낮은 수준인 GNP의 0.15%에 불과해 몬테레이 목표치에 6백50억 달러가 부족하다. 최근 유엔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니엄 개발 목표 달성을 위한 국제재정기금 목표치의 미달분 중 절반이 미국에서 부담할 몫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시 행정부는 0.7% 목표 달성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세번째, 미국은 세계은행직에 어울리지 않는 후보 폴 월포위츠를 밀고 있다. 월포위츠에 대한 다른 평가는 제쳐두고 세계개발이라는 중대한 현안에 대한 그의 입장을 알려지지 않았다. 무엇보다 월포위츠는 군사문제와 외교분야의 경력자이지 개발과 재정 전문가가 아니다.
유럽은 깊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지명을 받아들일 전망이다. 개도국들은 국제원조에 기대고 있는 형편이라 대놓고 말하기를 꺼리고 있다. 그러나 세계은행의 정통성은 백악관의 지명권한 남용으로 훼손될 것이다. 게다가 어렵게 도달한 밀레니엄 개발목표가 위태롭게 될 수 있다. 이같은 이유로 세계은행의 회원국들과 이사회는 면밀한 검토가 요구된다.
***4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 밝혀라**
이처럼 조목조목 비판한 삭스 교수는 "월포위츠를 비롯한 후보들은 세계개발에 관한 4가지 핵심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면서 "이같은 현안에 대해 '열외'인 미국의 후보는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삭스 교수는 4가지 현안에 대한 입장으로 ▲밀레니엄 개발목표 지지 ▲2015년까지 원조규모 GNP 0.7%까지 확대 추진▲건강.영양.식수. 위생.교육.가족계획 등 국제적 노력에 필수적인 공공재정 확대 지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에서 개도국 위상 확대 지지 여부를 밝힐 것을 요구했다.
삭스 교수는 "이같은 질문은 개도국들이 미국의 지명자를 할 수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실정인 오늘날 매우 적절하다'면서 "세계은행은 진정 세계를 위한 은행일 될 것인지, 아니면 그저 '미국의 은행'이 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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